12일 오후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제26회 만해대상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상묵 서울대 교수, 신흥사 회주 우송스님, 우쓰미 아이코 명예교수, 이근배 전 예술원 회장, 유자효 시인, 한분순 전 여성문학인회 회장, 탄경스님, 이민진 소설가,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 김진태 강원도지사, 최상기 인제군수. /김지호 기자

“수상 통보를 받고 ‘제가 맞냐?’고 세 번을 확인했습니다. 얼떨떨한 마음에 만해 선사의 ‘님의 침묵’을 다시 읽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몇 백 번 읽은 시입니다. 다시 읽은 ‘님’은 바로 제 옆의 소외된 이웃이었습니다. 노숙인, 독거노인, 독거가정…. 앞으로 천만 사람이 배곯지 않도록, 병이 낫도록, 배움을 잇도록 손길을 내밀겠습니다.”

12일 오후 강원도 인제읍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제26회 만해대상 시상식. 실천대상 수상자 탄경 스님은 이렇게 수상 소감을 말했다. 탄경 스님은 한밤중에 서울 지하도를 순례하며 노숙인에게 간식과 생필품을 전달하고 식사를 나누는 스님. 그는 “앞으로 부처님이 가신 길, 김교각 지장보살이 가신 길, 만해 스님이 가신 길, 무산 스님이 가신 길을 뒤이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소감으로 청중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평화대상 수상자 우쓰미 아이코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명예교수는 일본 내에서 전후 보상 운동이 벌어진 역사를 찬찬히 소개한 후 “앞으로도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어 번역본으로 만해 한용운의 글을 읽었다는 그는 시상식 후 만해 사상의 고향인 백담사를 찾았다.

실천대상 수상자인 이상묵 서울대 교수는 2006년 학생들과 함께 미국 지질 탐사 중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후 연구·강의와 함께 장애 청소년들의 IT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이 교수는 “저 이전에 여러분이 길을 닦아놓으신 덕분에 제가 그 길 위에서 여러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사고 전 교수였던 제가 사고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역시 ‘교육’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자립을 위해선 고소득 직업이 필요하다. 그런 직업을 얻기 위해 IT 교육을 하고 있다”며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께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문예대상 수상자인 유자효 시인은 “오늘 이 시간 늘 따뜻하게 품어주셨던 오현(무산) 스님이 무척 그립다”며 “사람의 생애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무산 스님을 만남으로써 제 생애와 문학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예대상 수상자 이민진 작가는 아버지(88) 어머니(81)와 언니 등 가족과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는 영어로 발표한 소감에서 “저는 예술이 우리 가슴의 피 흘리는 틈새를 채워준다는 것을 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한, 계속해서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것입니다. 제가 보는 것, 보고 싶은 것에 대해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이근배 전 예술원 회장, 한분순 전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김지헌 시인, 이상문 소설가 등 문인들과 조계종 제3 교구 신흥사 회주 우송 스님, 김진태 강원도 지사, 최상기 인제군수, 윤성이 동국대 총장, 조선일보사 강천석 고문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진태 지사는 “전 세계인이 셰익스피어의 고향을 찾듯이 만해를 만나고자 찾아오는 강원도 인제가 됐으면 한다”고 했고, 최상기 군수는 “만해축전은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이며 재화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