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님과 신자 등 108명이 43일 동안 1167㎞에 이르는 인도의 부처님 성지 도보 순례에 나선다. ‘상월결사 인도 순례단’은 9일 오전 6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보고하는 의식인 ‘고불식(告佛式)’을 갖고 인도로 출발했다.
‘상월결사’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회주(會主)를 맡고 있는 조계종 내 사단법인. 불교중흥을 내걸고 지난 2019년 위례신도시 건설현장 비닐하우스에서 동안거를 한 것을 계기로 결성됐다.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를 슬로건으로 삼은 이번 인도 순례는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부처님의 생명 존중 가르침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순례 도중에는 올해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도 마련된다.
순례단은 비구 54명, 비구니 12명과 남녀 신자, 취재진, 의료진 등 10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11일 부처님이 처음 설법한 사르나트(녹야원)를 시작으로 탄생지 룸비니와 열반지인 쿠시나가르 등 8대 성지를 도보순례할 예정이다. 매일 새벽 2시 40분 새벽 예불을 드린 후 하루 평균 7시간, 25㎞씩 걷는 일정이다.
이날 고불식에서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사상 유례가 없는 대작 불사(佛事)”라며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실현하는 일로서 안으로 진리를 구하고 밖으로 모든 중생을 평화롭게 하는 일”이라고 격려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환송사를 통해 “인도 순례길은 부처의 길이요, 사람의 길이며, 평화의 길”이라며 “순례의 발길 발길을 따라 세상 곳곳에서 평화 방생의 장이 열리고 화합의 노래가 울려 퍼지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고불문을 통해 “부처님께서 뭇 생명에게 다가가셨듯이 인도 순례단은 같은 마음으로 같은 길을 따라 길 위에서 자고 먹으며 부처님과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순례를 이끄는 자승 스님은 조계종의 막후 실력자로 불린다. 이른 시간에 영하의 날씨였지만 이날 고불식에는 조계종 전국 25개 교구본사 가운데 12개 교구 본사 주지와 국회 불교신자 의원 모임인 정각회장 주호영 의원을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 10여 명,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이광재 국회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정청래 의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