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시리아도 잊지 말아 주세요.”
16일 만난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한국 지부장 박기석 신부는 시리아 지원을 호소했다. ACN은 박해받고 고통받는 가톨릭교회를 위해 1947년 비오 12세 교황의 호소로 결성된 교황청 기구.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후원으로 세계 140여 나라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한국도 가톨릭회관(구 명동 성모병원) 건설 등에 도움을 받았다. 한국지부는 염수정 추기경의 노력으로 2015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설립됐으며 박 신부는 201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지부장을 맡았다.
ACN은 시리아에 2011년부터 작년까지 영유아를 위한 우유 지원, 난방비 지원, 주거 복구 등 6가지 프로젝트에 5900만유로(약 815억8000만원)를 지원했다. 지난 6일 대지진이 발생하자 ACN은 레바논·시리아 담당자를 급파해 현지의 처참한 상황을 파악하고, 50만유로(약 6억9000만원)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모금이 진행 중이다.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에 걸쳐 큰 피해를 끼쳤다. 그런데 국제사회에서 튀르키예에는 관심·지원이 많은 반면 시리아는 거의 잊은 상태. 이유는 다양하다. 시리아는 알 아사드 정권이 반세기에 걸쳐 세습 독재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와 외교 관계도 단절됐다. 내전도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이번 대지진 피해 지역은 반군이 우세한 북부 지역이어서 알 아사드 정권은 지진 피해 지역에 대한 구호 단체의 접근도 봉쇄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톨릭 단체들은 시리아에서 구호 활동을 펴고 있다고 한다.
박 신부는 “시리아는 구약 시대부터 많은 성지(聖地)가 있는 곳이며 현재도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등 많은 가톨릭 수도회, 수녀회가 활동하고 있다”며 “현지의 행정 능력은 공백 상태지만 이 천주교 수도회들을 통해 이재민들에게 생필품·의약품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