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게이오대 강연에서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는 말을 인용한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1863~1913)은 일본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이자 미학자였으며 일본 미술사 연구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그는 서양 문물의 무비판적 수용에 반대하고 아시아적 가치를 옹호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고 “어떻게 식민지배에 적극 찬동했던 침략론자의 발언을 인용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오카쿠라 덴신(岡倉 天心) 은 일본 메이지 시대에 활약한 사상가, 문인, 철학자. 미학과 관련된 글을 여러개 썼으며, 미술사, 미술 평론, 미술가 양성 활동도 했다./위키백과

그러나 학계에선 ‘오카쿠라는 침략론자였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만은 없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오카쿠라는 ‘아시아는 하나’라고 말했던 아시아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서양 제국주의의 압박에 맞서서 아시아의 미학을 재발견하는 역할을 했다”며 “따지고 보면 안중근도 아시아주의자였듯,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오카쿠라를 침략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옹졸한 논쟁일 뿐”이라고 했다. 오카쿠라가 한 저작에서 ‘조선이 과거 일본의 식민지였을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선 “그 사람이 고대사 전문가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한다면 걸려들지 않을 당시 일본 지식인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오카쿠라가 우리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그런 취지로 인용한 것이 아닌데 ‘침략’과 연관시켜서 꼬투리를 잡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굳이 강연에서 오카쿠라를 인용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견도 있다. 한 일본 전문가는 “아시아주의는 내부의 국민국가를 인정하지 않는 식민주의로 해석되기 쉽다”며 “오카쿠라처럼 공격당하기 쉬운 인물의 말은 처음부터 배제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