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의 빛, 정토의 빛’ 전시가 열리는 불교중앙박물관 전시실.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왼쪽 사진) 내부에서 발견된 10미터짜리 발원문 두루마리가 펼쳐져 있다. 두루마리 끝에 장곡사 불상이 작게 보인다. /김한수 기자

‘이 유물들이 저 불상 배 속에 있었다고?’

‘만월의 빛 정토의 빛’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조계사 경내 불교중앙박물관(관장 미등 스님) 전시실. 제일 안쪽엔 ‘충남 청양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높이 91㎝)’이 놓여 있다. 불상 앞으로 놓인 진열장에는 길이 10m54㎝에 이르는 ‘발원문’이 좍 펼쳐져 있다. 팸플릿 사진 촬영 때 4등분해 찍어야 했을 정도로 긴 두루마리다. 발원문 뒷부분엔 공민왕으로 추정되는 ‘바얀테무르(佰顔帖木兒)’ 등 무려 1078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1346년 불상이 조성될 당시 시주한 이들이다. 그뿐 아니라 전시장에는 구름 무늬 옥색 비단, 용 문양을 수놓은 비단 보자기, 각종 향(香)을 넣었던 비단 주머니 등 유물 1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모두 이 불상 안에서 나온 복장(腹藏) 유물. 1958년 조사 당시엔 40여 점이 발견됐고, 불상과 복장 유물 18점은 작년에 국보로 지정됐다.

옆 전시실에는 보물로 지정된 서울 개운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복장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실도 높이 115.8㎝ 불상과 함께 길이 9.1m, 8.8m, 7.1m짜리 고려 시대 화엄경 필사본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가 눈길을 끄는 것은 불상과 복장 유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 불상은 과거 ‘타임캡슐’ ‘보물 금고’ 역할까지 했다. 아랫부분 구멍을 통해 내부의 빈 공간에 불경(佛經)을 비롯해 당대의 값진 물건을 봉안했던 것. 금칠을 새로 하거나 보수할 때엔 추가로 물건을 봉안했기에 여러 시대 유물이 한꺼번에 발견돼 ‘시대의 지층(地層)’을 볼 수 있기도 한다. 과거에도 복장 유물 전시는 많았다. 그러나 ‘불상 따로, 유물 따로’였다. 신앙의 대상인 불상의 법당 밖 나들이가 어려웠기 때문. 그래서 관람객 눈엔 복장 유물 전시는 일반 불교 유물 전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번에 불상이 ‘특별 외출’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시 장소가 불교중앙박물관이란 점과 관장 미등 스님이 간곡히 설득한 덕분. 미등 스님은 “유물을 내부에 봉안함으로써 불상은 단순한 예술품, 조형물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으로 전환됐다는 것을 관람객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이런 점을 해당 사찰 스님들께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각 사찰 불상이 있던 자리에는 전시 기간 불상 사진을 놓고 안내문을 붙였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전시장 실물 불상 앞에서 유물이 어떻게 불상 안에 봉안됐는지 알 수 있게 됐다. 불교중앙박물관은 앞으로 불교 유물이 국보로 지정되면 이곳에서 전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시는 6월 25일까지 무료로 열린다(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