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스(Seres)는 고대 신라였다.’
인하대학교 나영주 교수(의류디자인학과)가 수년 간 융복합적 연구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2편을 발표했다.
국내외 문헌자료를 교차 확인해 고대 서역으로 비단이 유입된 경로를 역추적, 고대 그리스·로마인이 지칭한 ‘비단의 민족, 세레스’는 중원의 지나족(현 중국)이 아니라 BC 5~6세기 고대 신라인임을 밝혀냈다.
고대 신라는 삼국시대의 신라가 아닌 기원전 고조선을 구성한 국가 중 하나다. 조선 '세종실록'에 따르면, 고조선은 9개 큰 나라 간 동맹으로 이뤄졌는데, 그리스·로마가 '세레스'라고 부른 나라가 바로 고대 신라라는 것이다.
나 교수는 당시 서양에서는 실크(비단)가 세르, 세레스라고 불렸는데 '세르'에는 화살촉이라는 뜻도 있으며 '세레스'는 극동으로부터 화살촉과 비단을 가져오는 고대 신라 사람을 가리켰다고 해석했다. 세석기 화살촉이 유명한 고조선에서는 평민들도 비단을 착용할 정도로 생산량이 풍부했다고 설명했다.
떠 고대 신라는 말과 소·밍크 모피·고품질 철을 수출하는 풍요로운 사회였으며, 고품질의 철기를 제조·수출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신라는 ‘사로, 새라, 신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특히 ‘온 세상에 밝은 빛을 퍼뜨린다는 뜻의 Sere였다’는 갑골음 전문가인 최춘태 박사의 '국호 신라에 대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세레스와 신라의 어원뿐 아니라 작잠 누에고치의 분포·자연지리적 환경, 문무왕의 흉노계 족보, 고대 서양 지도에 나타난 세레스, 직기종류·형태, 견직물 종류·특성, 비단 문양의 상징성, 고대 서양과의 교류 기록 등도 증거로 제시했다.
또한 나 교수는 고문헌에서 ‘오랑캐가 비단을 직조한다(厥匪織貝)’, ‘우이족이 두껍고 뻣뻣한 오색의 비단 빙금(氷錦, 東夷貝錦)을 직조한다’ 등 동이족의 차별적인 견직물 문화에 대한 묘사 기록을 찾아냈다.
비단과 함께 수출됐던 사치품 모피와 양질의 철 역시 중요한 증거라고 본다. 고조선 척산의 문피 수출에 대한 관자 기록뿐 아니라 강철 빈철(?)도 동이족이 시작한 철 가공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서기 1세기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서 '최고급의 철은 세레스의 철, 다음은 파르티아의 철'이라는 구절도 찾아냈다.
만주와 몽골어 발음으로 설명되던 실크의 어원 ‘실쿠리’는 견사를 감은 후대에는 고구려의 실쿠리가 고대에 국제 공통 화폐가 되면서 ‘실크’가 ‘세레스’ 단어를 대체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영주 교수는 “동·서양 기록의 교차검증 연구를 통해 그동안 일본 학자들에 의해 왜곡되고 감춰진 실크로드 문화사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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