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 관련 현황과 한일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박유하 교수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26일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학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통상의 연구윤리를 위반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

박 교수의 저서 내용과는 별개로, 학문 영역에 속한 문제에 대해 법정이 판결에 나서는 일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학문의 영역에서 판사가 진위(眞僞)를 결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유종호 전 연세대 석좌교수는 “그것에 동조하는지 아닌지는 상관없이, 학자가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발표했다고 해서 법적인 제재를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에선 대일(對日) 관계에 있어서 의사 표현을 하기가 무척 불편한 상황인데, 학문의 자유를 보장했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의미 있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에 참여했던 김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애초에 학술서를 쓴 저자를 법정에 세운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며 “당연히 이렇게 나와야 했던 결론”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특정한 목적을 지닌 선동이나 증오가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학문적 영역에서 보장돼야 하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법의 잣대로 심판하는 것은 결코 옳은 경우가 아니다”라며 “대법원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마땅히 지켜져야 하지만, ‘제국의 위안부’에는 제국주의가 저지른 반인륜적 죄악을 은폐할 수 있는 논리가 들어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위안부의 증언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이런 일인 줄 전혀 모르고 왔는데 속았다’는 것인데 이것을 ‘매춘’이라고 서술하는 것은 제국주의적 시각”이라며 “자칫 (대법원이) 역사 왜곡을 용인한 것으로 비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향유하려면 진실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