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전 총무원장의 입적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30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조계종 관계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비보(悲報)에 당황한 가운데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느라 바빴다. 관계자들은 아직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조계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총무원 부·실장 그리고 해인사·화엄사·대흥사 등 교구 본사(本寺) 주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우선 자승 스님의 장례를 5일간 종단장(宗團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다비는 12월 3일 자승 스님의 재적 본사(本寺)인 용주사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조계종 관계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자승 스님은 최근까지도 조계종의 미래, 종단 중흥에 관해 열정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자승 전 원장은 지난 10월 31일 중앙종회 의원 7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향후 종단 운영에 관한 의견을 20여 분간 설파했고, 지난 11월 27일에도 불교계 언론과 인터뷰에서 거듭 이같은 의견을 밝혔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종단 관계자들은 29일 일과 시간이 끝난 오후 7~8시쯤 연락을 받고도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처음엔 동명이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시신의 신원이 자승 전 총무원장으로 밝혀지자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종단 관계자들이 안성 칠장사로 급히 내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교구 본사 주지 스님들도 속속 안성으로 모여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장에서 CCTV와 유서 형식으로 남겨진 메모를 통해 시신의 신원을 자승 스님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종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전날 오후 3시쯤 혼자 자동차를 운전해 칠장사에 도착해 5시 20분까지 칠장사 주지 스님과 차담(茶談)을 나눈 후 “저녁 공양은 하지 않겠다. 내일 보자”고 말한 후 방에 혼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자승 스님 손에는 무언가 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 스님이 왜 칠장사를 혼자 찾았는지 이유는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종단 관계자는 “자승 스님은 평소 수행원들과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때때로 혼자 운전해서 다니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계종 대변인인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이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으로, 조계종에서는 자승스님의 선택에 의한 분신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우봉스님은 이날 자승스님이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내용의 열반송을 남겼다고 밝혔다. 열반송은 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의미한다. 이 열반송은 자승 스님이 평소에 써서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장례 절차에 대해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12월 3일까지 종단장을 봉행하기로 했다. 조계사뿐 아니라 용주사, 전국 교구본사, 종단 직영사찰인 봉은사와 보문사 등에도 지역분향소가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