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제33대·제34대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 종단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상월결사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대화상(大和尙·큰스님)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傳法) 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총무원장 진우 스님 영결사)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의 영결식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종단장으로 엄수됐다. 조계사 극락전 앞에 마련된 영단 좌우에는 ‘부처님 법 전합시다’란 글귀와 조계종이 발표한 열반송 구절인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등의 글귀가 자승 스님의 친필로 확대돼 걸려 있었다.

이날 영결식에는 종정 성파 스님, 총무원장 진우 스님 등 스님들과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등 종교계 인사,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 국회 불자모임 정각회 회장 주호영 의원 등 정계 인사, 김대기 실장 등 대통령실 인사와 불교 신자 등 1만명(조계종 추산)이 참석해 조계사 마당을 가득 채웠다.

영결식은 다섯 번 종을 울리는 명종(鳴鐘)으로 시작해 삼귀의례, 영결법요, 헌향(獻香)·헌다(獻茶), 행장 소개, 추도 입정, 생전 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며 “다만 선지식께서는 우리 모두가 가야할 길을 먼저 보이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터럭 한 올조차 없는 번뇌 사라진 땅에서/크기를 헤아릴 수 없는 배를 마음껏 타고서/달빛을 싣고 바람 부는대로 다니다가/때로는 구름 위에 눕고 때로는 물 위에서 쉬소서’라는 추모 게송으로 영결사를 마무리했다.

종정 성파 스님은 준비된 원고 대신 즉석 법어를 내렸다. 성파 스님은 “인생의 세계는 사바세계라고도 하고, 고해(苦海)라고도 한다. 이 사바세계에 자승 스님은 많은 교훈을 남기고 갔다고 본다. 사바세계의 육신(肉身)을 버리고 법신(法身)으로 편히 쉬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파 스님은 이어 “복숭아꽃과 오얏나무꽃과 장미꽃의 소식을 봄에게 물었는데/봄은 자기도 모른다/어떤 소식이냐 이거라/이 뭐냐 이거라”라고 말하고 쿵, 쿵, 쿵 세 번 바닥을 내리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사를 전해왔다. 윤 대통령은 “자승 스님은 불교의 화쟁(和諍) 정신으로 포용과 사회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한 한국 불교의 큰어르신이었다”며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더 따뜻하게 살피고 국민의 삶 구석구석 희망이 스며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자광 스님의 추도사, 중앙종회 의장 주경 스님과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정도 스님,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일오 스님, 대한불교관음종 종정 홍파 스님,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전 공동대표 김희중 대주교, 남북평화재단 이사장 김영주 목사, 주윤식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주호영 국회 정각회 회장 등의 조사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의 헌화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영결식을 마친 자승 스님의 영정과 법구(法軀·시신)는 조계사 대웅전과 고인이 두 차례 총무원장을 지내며 근무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거쳐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노제를 올렸다. 노제를 마친 후 운구행렬은 오후 1시쯤 다비식을 위해 경기 화성 용주사로 출발했다. 용주사는 자승 스님의 재적(소속) 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