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쓰레기’라는 말, 음식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 목숨에 대한 모욕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소욕지족(少欲知足)은 알뜰한 삶입니다.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재활용하고, 종이컵 안 쓰는 것이 ‘방생’이라는 인식 정도는 하고 살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더 좋은 삶, 복과 덕이 구족한 세상이 한 뼘이라도 넓어지겠지요.”
지난 2010년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는 글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던 수경(75) 스님이 14년 만에 공개 발언에 나섰다. 수경 스님은 최근 ‘불교평론’ 봄호에 ‘욕망을 줄여야 합니다-불교환경운동을 위한 제언’이란 특별기고문을 발표했다.
충남 청양 출신으로 1967년 수덕사로 출가한 스님은 30년간 전국의 선원(禪院)에서 참선수행한 선승(禪僧). 불교환경운동 대표를 지내며 새만금과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 2010년 문수 스님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소신공양’(분신)한 직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대표뿐 아니라 조계종 승적(僧籍)까지 반납하겠다며 모든 활동을 접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후 공개 활동 없이 충남의 한 사찰에서 은거해 왔다.
수경 스님의 기고문은 정치적 주장 없이 불교적 관점에서 환경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기고문에서 “자연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환경 재앙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자해 행위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겸손이라는 말도 자연 앞에서는 오만이며 미안한 마음으로 참회하는 것이 먼저”라며 “작게 살고, 적게 쓰고, 감사하는 것만이 참회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또 “환경 문제 해결의 난점은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큰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우리’라는 이름 뒤에 숨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수경 스님은 불교계가 환경운동에 적임이라고 했다. 그는 “출가 수행자를 가리키는 비구(니)는 ‘얻어먹는 사람’이란 뜻”이라며 “세상의 이해관계와 생산관계로부터 ‘떠남’으로써 세상과 강력히 결속된다”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집단인 승가가 환경 문제에 죽비를 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불교는 ‘거룩함’에 매몰됐다. ‘좋은 삶’에서 오는 ‘복덕’의 가치는 기복으로 오해받아 밀려났고, ‘지혜’는 깨달음 지상주의에 의해 신비화돼 버렸다”며 “우리의 삶과 목숨을 알뜰히 여기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복덕구족’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은(施恩)에 감사할 길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늙은 중의 노파심으로 혜량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