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2년 부활절을 앞두고 대구 계명대 학생들이 일상 회복의 마음을 담아 부활절 달걀을 꾸미고 있는 모습. /뉴스1

“부활절은 4월 아니야?”

올해 부활절이 3월 31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어떤 분은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보통은 부활절이 4월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요. 부활절 날짜가 매년 바뀐다는 사실은 알고 있더라도 4월인 것으로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활절은 양력으로 3월 하순에서 4월 하순까지 매년 바뀝니다. 저도 매년 새해 달력이 나오면 부활절 날짜를 새로 확인하곤 합니다.

복잡한 부활절 계산법

각 종교에는 여러 축일이 있지요. 대표적으로 그리스도교는 성탄절(12월 25일), 불교는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 원불교는 대각개교절(4월 28일)이 있지요.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성탄절과 대각개교절은 양력입니다. 그런데 부활절은 음력과 양력이 섞여 있지요.

이유는 복잡한 계산법 때문입니다. 저도 신문 지면과 인터넷에 몇 차례 계산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만 다시 한 번 설명 드리면 매년 부활절 날짜는 ‘춘분(3월 21일경) 후 첫 만월(보름달) 후 첫 일요일’로 정해집니다. 양력과 음력, 춘분까지 섞인 복잡한 계산법이지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고 다시 부활한 때는 유대교의 유월절(逾越節) 무렵입니다. 유월절은 유대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한 것을 기념하는 절기이지요. 그리스도교 초기에는 부활절을 계산하는 법을 놓고 논쟁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그 논쟁을 정리한 것이 325년 니케아 공의회였지요. 이 공의회에서 위와 같은 부활절 날짜 정하는 법을 ‘합의’한 것입니다. 니케아 공의회는 ‘삼위일체’ 교리가 확립된 종교회의이기도 하지요.

이 계산법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춘분’은 지난 20일이었고, 보름은 25일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다음에 오는 첫 일요일인 31일이 부활절이 되는 것이지요. ‘3월 부활절’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만입니다. 2000년 이후 작년까지 ‘3월 부활절’은 4번 있었습니다. 2002년(3월 31일), 2005년(3월 27일), 2008년(3월 23일), 2013년(3월 31일), 2016년(3월 27일)이 있었지요.

계산법이 이렇다 보니 부활절은 이르면 3월 넷째 일요일, 늦으면 4월 넷째 일요일까지 거의 한 달 차이가 날 수도 있지요. 지난 2008년의 경우, 춘분이 3월 20일이었고 보름은 3월 22일이었는데 다음날인 23일이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 이후 가장 빠른 부활절이었지요. 반면 2011년 부활절은 4월 24일이었습니다. 그 해의 춘분(3월 21일) 후 첫 보름은 4월 18일이었거든요.

다른 종교의 축하메시지 없는 부활절

성탄절과 함께 그리스도교 최대 축일로 불리는 부활절은 몇 가지 점에서는 성탄절과 풍경이 다릅니다. 우선 다른 종교에서 축하 메시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성탄절에 조계사 등 사찰에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게시되고 축하 메시지가 발표되는 것과 달리 부활절에는 다른 종교에서 축하는 경우가 없지요. 죽음과 부활이라는 교리를 다른 종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또다른 풍경은 연합예배입니다. 각 성당에서 부활대축일 미사를 드리는 천주교와 달리 국내 개신교계는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성탄절 개신교 연합예배는 없습니다. 각 교회별로 예배를 드릴 뿐이지요. 부활절 연합예배는 1947년 서울 남산공원에서 1만 5000명이 모여서 예배를 드린 것을 시작으로 1961년까지 연합예배가 이어졌지요. 이후 교단이 나뉘고 보수와 진보로 갈리면서 연합예배는 나뉘었다가 연합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쳤습니다. 여의도공원이 생기기 전까지는 1970~80년대 여의도광장에서 새벽에 부활절 연합예배가 열리곤 했지요. 이후로는 장충체육관, 연세대 노천극장, 잠실경기장,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등에서 열렸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부활절 연합예배는 주로 새벽에 열렸습니다. 새벽에 연합예배를 먼저 드리고 이후 각자 교회로 돌아가 부활절 예배를 드린 것이지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부활절이 3월에 있는 해에는 새벽 기온이 차갑지요. 언젠가 3월 부활절 새벽에 비까지 내려 으슬으슬한 가운데에도 수많은 신자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우고 예배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작년 부활절에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부활절 퍼레이드 모습. /장련성 기자

‘새 풍경’ 부활절 퍼레이드

작년부터는 새로운 부활절 풍경도 등장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부활절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것이지요. 서구에서는 도시별로 부활절 퍼레이드가 봄철 대표적 축제로 자리잡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서울의 경우, 작년 첫 퍼레이드는 부활절 당일에 열렸고, 올해 두 번째 퍼레이드는 부활절 전날인 3월 30일 광화문~서울시청 거리에서 1만 5000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열립니다. 26일 현재까지 예보에서는 비는 오지 않고 낮기온도 15도 정도로 온화한 것으로 나오네요. 도심 나들이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관람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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