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박정희, 국무총리 최규하’라는 서명이 선명한 훈장증이 있다. 1979년 2월 충남 보령의 동명광업소장 김재한이 받은 것으로 ‘귀하는 석탄 증산을 통하여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바 크므로…’라고 적혀 있다. 옆에는 겨울용 방한 외투가 보인다. 1983년 대통령이 전국의 광부 1만4238명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 위에 걸린 경북 문경의 편액 ‘증산보국(增産報國)’이 말해주듯 석탄을 많이 캐는 것은 국가의 산업 발전과 같은 의미였다.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26일 개막해 9월 22일까지 여는 ‘석탄시대’ 특별전은 대한민국 성장 산업의 동력이자 서민의 연료였던 석탄의 현대사를 돌아보는 전시다. 문경·보령·태백의 석탄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이 전시엔 태백에서 채탄된 무연탄 괴탄(석탄 덩어리), 보령의 거대한 탄광 도구인 착암기(鑿巖機), 광부화가로 불린 황재형 작가의 작품 등 130여 점을 선보인다.
탄광에서 쓰인 작업복과 안전모, 방진마스크와 척추보호대, 산소·분진 측정기부터 탄광 근로자의 급여 봉투, 복지전표, 수동식 연탄제조기까지 다채로운 자료와 늘 산업재해에 노출됐던 광부와 탄광마을의 고단했던 삶을 보여준다. ‘연탄 비누’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코너도 있다. 한수 관장은 “내년에 민영 탄광 1곳을 제외한 국내 모든 광업소가 문 닫을 시점에서 석탄 산업 유산을 미래 문화산업의 기반으로서 재조명하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