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처인구의 와우정사(조실 해곡 스님)에 새 명물이 등장했습니다. 와우정사는 우리나라 일반 사찰과는 많이 다르지요. 네팔, 인도, 태국 등의 대형 불상이 곳곳에 있고, 동남아 각국의 문자로 소원과 이름을 적은 기와도 즐비하지요. 동남아 화폐로 시주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불교 테마파크’로도 불리지요.
와우정사의 제일 높은 곳에 최근 ‘열반전’이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주 방문해보니 절 입구에서부터 저 언덕 위에 황금빛 지붕을 얹은 건물이 바로 눈에 띄었습니다. 아직 현판도 걸지 않은 열반전 안에 모신 불상은 와불(臥佛), 누워계신 부처님이었는데 열반한 모습입니다. 이 와불은 크기가 엄청납니다. 길이가 12미터, 높이가 3미터에 이릅니다. 부처님 열반상은 오른쪽 옆구리를 바닥쪽으로 해서 모로 누운 형상으로 표현되곤 하지요. 부처님이 열반한 인도 쿠시나가르 열반사(寺)에 모셔진 열반상도 같은 형상입니다. 황금빛으로 칠해진 쿠시나가르 열반상은 길이가 6.1미터이니 와우정사 불상이 2배 크기인 셈입니다.
이 열반상은 과거에도 와우정사에서 참배객들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이 달랐습니다. 과거엔 ‘동굴 콘셉트’였습니다. 어두컴컴하고 천장도 낮아서 거의 방문객의 머리가 닿을 정도였습니다. 모로 누운 부처님의 한쪽 어깨도 천장에 닿을락말락 했습니다.
그러나 새 단장한 열반전은 무척 밝아졌습니다. 14미터 높이의 아치형으로 천장을 올리고 건물 양쪽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냈습니다. 입구도 커졌고요. 이 공간에 길이 12미터, 높이 3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열반상이 누워 있습니다. 부처님 발치에는 가섭과 아난, 우바리 존자 등 제자들이 부처님 열반을 슬퍼하며 서 있습니다. 당초 이 불상은 해곡 스님이 1980년대초 인도네시아에서 향나무 원목을 들여와 국내에서 제작했습니다. 국가중요문화재 목조각장을 지낸 허길량 작가가 열반상을 조각했다고 하지요.
열반전을 새 단장하면서 변화도 있었습니다. 부처님 발치에 가섭과 아난, 우바리 존자의 조각상이 설치됐지요. 제자들은 부처님의 열반을 슬퍼하는 표정으로 조각됐는데, 이 역시 허길량 작가가 제작했다고 합니다. 부처님의 열반과 슬퍼하는 제자들이라는 ‘스토리’가 표현된 셈입니다. 불교에서는 ‘곽시쌍부(槨示雙趺)’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들어 제자들이 입관했는데, 뒤늦게 가섭이 도착하자 부처님이 관 밖으로 두 발을 내어 보였다는 고사이지요. 가섭은 부처님이 아꼈던 제자이지요. 부처님이 자신의 자리를 반 내어준 ‘다자탑전 분반좌’ 고사와 염화미소(拈華微笑) 고사의 주인공도 가섭이지요. 해곡 스님은 열반전을 새로 단장하면서 ‘곽시쌍부’의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부처님 머리쪽에는 억새풀을 꽂아놓은 것 같아서 자세히 보니 공작새 깃털이었습니다. 과거 와우정사에서 공작새를 길렀는데 그 깃털로 장식을 했다고 했습니다.
와우정사는 열반전 새 단장과 함께 또 다른 와불을 최근 공개했습니다. 이른바 ‘에메랄드 열반상’입니다. 와우정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대형 불두(佛頭) 뒤편 건물에 최근 에메랄드 부처님을 모시고 공개를 시작했습니다. 연녹색의 부처님이 역시 오른 팔을 괴고 모로 누워있는 형상입니다. 이 불상은 인도에서 나온 길이, 폭, 높이 4미터짜리 에메랄드 원석을 현지에서 깎아서 1980년대 초반에 들여왔다고 합니다. 무게가 약 30톤에 이른다고 하네요. 국내에 들어온 지 40년만에 공개된 불상이지요. 왜 이렇게 공개가 늦었을까요.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와우정사는 워낙 다양한 유물과 세계 각국의 불상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귀한 에메랄드 불상은 제대로 된 공간을 마련할 때까지 공개가 미뤄졌던 것이지요. 최근에 공개하게 된 이유를 해곡 스님은 “와우정사가 올해 창건 55주년인데, 제가 더 늙기 전에 보물을 공개해야 할 것 같아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해곡 스님이 이 에메랄드 부처님을 40년 동안 보관해온 방법이 특이합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에메랄드 불상이니 엄청나게 공을 들여 잘 보관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와우정사 주차장을 지나면 야산이 있습니다. 해곡 스님은 이 야산에 천막 비닐 같은 것으로 둘둘 말아서 에메랄드 부처님을 보관했답니다. 귀하게 보관했으면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노렸을지 모르지만(스님은 “워낙 무거워서 도둑이 가져가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허름하게 보관하니 그 비닐포장 안에 이렇게 귀한 유물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도 못했겠지요. 스님의 허허실실 작전이 40년 동안 에메랄드 부처님을 잘 보관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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