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와 원불교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또 26일에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김장환 주교가 취임했는데요, 김 주교는 지난 4월 선거를 통해 선출됐습니다. 각 교단을 대표하는 성직자를 선출하는 대형 이벤트가 이어진 것이죠.
그중 원불교와 대한성공회는 입후보자가 없는 선거를 통해 종법사와 서울교구장 주교를 선출했습니다. 세계 추기경단이 입후보자 없이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와 비슷한 방식이었지요. 오늘은 각 교단별, 종단별로 다른 듯 닮은, 또한 속세 선거와도 뭔가 다른 종교계 선거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입후보자 없이 선거하는 원불교와 성공회
원불교와 대한성공회 선거의 특징은 ‘입후보자 없는 투표’입니다. 특이하지요? 후보가 없는데 어떻게 투표를 할까요? 원불교와 성공회 관계자들의 이야기로는 ‘마음 속 후보’가 있다고 합니다.
원불교는 20세기(1916년) 들어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큰 깨달음을 얻어 ‘개교(開敎)’한 새 종교입니다. 개교한 지 100년이 조금 넘었지요. 그래서 기존 종교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새 제도를 갖춘 것이 많습니다.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首位團)은 성직자(교무)와 평신도가 함께 참여합니다. 성직자는 남녀 9명씩 18명, 평신도 역시 남녀 4명씩 8명에 종법사까지 모두 27명으로 구성됩니다. 수위단원을 뽑는 선거 역시 성직자와 평신도 2600여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이 선출합니다. 그런데 이 선거도 방식이 독특합니다. 2600여 명의 선거인단이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한 명씩 적어서 득표순으로 성직자와 평신도 대표를 뽑으면 쉬울 것 같은데, 그게 아닙니다.
‘성직자 남성 9명, 여성 9명’ ‘평신도 남성 4명, 여성 4명’의 3배수로 후보자가 결정된답니다.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간단한 경력과 나이 정도의 정보만 제공되고 선거운동을 불허한답니다. 선거 때는 투표 용지 4장에 각각 남자 성직자 27명, 여자 성직자 27명, 남자 평신도 12명, 여자 평신도 12명의 이름이 적힌 투표용지를 받게 됩니다. 선거인단은 각각의 투표용지에 적당한 후보라고 생각하는 분을 남자 성직자 9명, 여자 성직자 9명, 남자 재가자 4명, 여자 재가자 4명씩 도장을 찍어야 한답니다. 9명을 찍어야 하는데, 8명이나 10명을 찍으면 무효표가 된답니다. 한 명씩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표기해서 9명씩, 4명씩 뽑지 않는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한 명씩 뽑으면 ‘표 쏠림’ 현상 때문에 본의 아닌 줄세우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표 차이가 줄어들 수 있도록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위단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하루를 넘겨 다음날 새벽에 결정나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뽑힌 이 수위단에서 최고 정신적 지도자인 종법사(宗法師)를 선출합니다. 그런데 이 종법사 선거에 ‘입후보’라는 과정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분이 후보인지는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종법사의 자격이 있거든요. 법위(法位)는 ‘원정사’ 이상, 나이는 74세 이하여야 합니다. 이번 종법사 선거에서 이 기준에 맞는 출자가는 세 분이었고, 수위단원들은 각자 마음속에 생각한 ‘그분’에게 투표하는 것이지요. 선거는 수위단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은 분을 선출합니다. 한번에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재투표를 하는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에도 수위단원 사이에 대화는 안 되고 묵언(默言)해야 한답니다. 과거엔 종법사 선거가 10여회를 넘기기도 했는데 이번엔 4번만에 비교적 일찍 성도종(74) 종법사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합니다. 원래 종법사 임기는 6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지만, 성 종법사의 경우 이미 74세이기 때문에 6년 단임이 된다고 하네요.
◇성공회 주교 임기는 65세까지
대한성공회 교구장 주교 선거도 일반 사회의 선거와는 매우 다릅니다. 성공회 교구장 선거는 현 교구장이 정년(65세)이 되기 150일 전에 선거로 후임자를 뽑습니다. 성공회 선거도 역시 입후보자가 없습니다. 사제품을 받은 지 5년이 넘은 만 30세 이상 사제는 모두 피선거권자 즉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선거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입후보자는 없는 대신 사제로 구성된 ‘성직자원’과 각 교회 평신도 대표로 구성된 ‘신자원’의 양원(兩院)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는 사제가 주교로 선출됩니다. 물론 비밀투표이고요.
현 이경호 주교의 정년 퇴임을 앞두고 지난 4월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진행된 선거는 10번이나 진행됐다고 합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선거가 오후 7시에 끝났다니 그 열기가 짐작이 됩니다. 그렇게 뽑힌 김장환 주교의 승좌식(취임식)이 지난 26일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것이지요. 5개월 전에 미리 교구장 후임자를 선출해 승계를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선출된 성공회 교구장 주교의 임기는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년(65세)까지 재임하는 것입니다. 현 교구장 이경호 주교는 2016년 57세 때 주교로 선출돼 올해까지 7년간 재임했습니다. 이번에 선출된 김장환 주교는 1964년 1월생이어서 4년여 교구장 주교를 맡게 됩니다.
◇감독회장 뽑히면 담임목사 내려놓아야 하는 감리교
국내 개신교단 중 가장 규모가 큰 예장합동(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과 예장통합(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을 비롯해 장로교는 많은 교단이 교단장(총회장)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감리교는 교단장을 총회장이 아닌 ‘감독회장’으로 부르고 임기도 4년입니다.
이는 감리교 조직이 장로교와는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감리교의 지역 조직은 연회(年會·Annual Conference)라고 부르는데, 국내에 11개, 미국에 1개 연회가 있습니다. 이 연회의 장(長)은 ‘감독’입니다. 영어로는 ‘Bishop’ 즉 천주교의 ‘주교(主敎)’와 표기가 똑같지요. 명칭에서 보듯이 감리교 조직은 원래 천주교처럼 연회(교구)에서 개별 교회로 목사를 파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감독들의 대표인 교단장은 ‘감독회장’입니다. 감독회장은 각 연회의 목회자·평신도로 구성된 대표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합니다. 임기는 장로교 주요 교단과 달리 4년 단임입니다.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 담임목사직도 내려놓아야 하고요.
이번 제30대 감독회장 선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모든 정회원이 참여하는 선거였습니다. 선거법이 개정돼 유권자가 늘어 모두 1만 7680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6000여명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 투표를 했다고 합니다.
세 명의 후보가 나온 이 선거에서 서울 광림교회 김정석(63) 담임목사는 57%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2001년부터 광림교회 담임목사를 맡아온 김 목사는 제21대 감독회장을 역임한 감리교단의 큰 인물인 김선도(1930~2022) 목사의 장남입니다. 감리교 사상 첫 ‘부자(父子) 감독회장’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김 목사는 10월 30일 정기총회에서 감독회장에 취임해 4년 임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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