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 선생님은 저의 오랜 스승이셨습니다. 만나 뵌 적은 없지만, 평생 언론과 언론사(言論史)를 연구해 온 저는 투철한 항일 언론인이자 우리나라 언론사 연구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민세 선생님을 오래도록 흠모했습니다.”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제15회 민세상 시상식에서 백발의 노(老)학자가 고백하듯 수상 소감을 말했다. 학술 연구 부문에서 수상한 정진석(85) 한국외대 명예교수였다. 그는 “민세의 연구를 이어받아 평생 한국 언론의 역사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이 상을 받아 학문 인생의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회 통합 부문 수상자인 이미경(64)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민세 선생님과 지금 우리 모두의 연결 고리는,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로든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아니며 모두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사는 꿈일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성차별이 존재하며 여성 인권 침해와 젠더 폭력이 일어나는 현실에서,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존중이 되는 성평등 운동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세상은 독립운동가, 언론인, 역사학자로 활동하며 좌우 통합과 열린 민족주의를 주창했던 민세 안재홍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제정된 상이다. 조선일보 주필과 사장을 지냈던 민세는 좌우를 아우른 민족운동 단체인 신간회 총무간사를 맡았고, 광복 후에도 좌우 합작과 통일 운동에 힘썼다. 올해는 민세가 1924년 조선일보 주필로서 본격적인 언론 활동을 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수상자인 정진석 교수는 독립신문·대한매일신보 등의 영인 자료 발간을 통해 방대한 언론사의 기초 자료를 정리했고 근현대 언론인에 대한 심층 연구에 힘썼다. 이미경 이사는 30년 넘게 성폭력 문제에 대응하며 피해 여성들의 일상 회복,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동시에 양성 평등 문화 정착에 기여했다.
민세상 시상식은 민세안재홍선생 기념사업회 주최, 경기 평택시 후원, 조선일보의 특별 후원으로 매년 열린다. 이날 시상식에는 기념사업회의 강지원 회장, 서경덕·김향순 부회장, 손봉호 민세상 심사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 김기철 심사위원, 기념사업회 김방·백남추·이한칠·이상권 이사가 참석했다.
또 임종철 평택시 부시장,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혜정 소장과 최란 부소장,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노지은 한국여성재단 사무총장, 김정기 한국외대 명예교수, 이상화 전 이화여대 교수, 민세 선생의 손자인 안영돈·안영진·안영운씨와 손녀 안혜초씨, 김태훈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