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호텔은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장소로 유명한 캐나다 퀘벡시티의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 호텔이나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1969년 ‘평화를 위한 침대 시위’를 했던 몬트리올의 페어몬트 퀸 엘리자베스 호텔이 바로 그렇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두 호텔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지역 커뮤니티와의 공존 프로그램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 옥상에선 양봉
우리에게 ‘도깨비’로 친숙한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 호텔은 130년 역사를 간직한 퀘벡의 랜드마크다. 1981년 캐나다 국립 사적지로 지정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 처칠 총리, 캐나다 매킨지 총리가 이곳에 모여 군사 회담을 진행했다.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 영화감독 히치콕, 셀린 디옹 등이 방문했고, 이들의 이름을 딴 루스벨트 스위트, 처칠 스위트, 히치콕 스위트 객실이 있다.
이 호텔엔 독특한 ‘환경 살리기’ 프로그램이 있다. 2박 이상 투숙할 경우 매일 제공되는 하우스키핑(객실 청소)을 거절하면, 지역의 숲을 풍요롭게 하는 데 자동 동참하게 된다. 하우스키핑을 제공받지 않는 1박당 1그루의 나무를 인근 숲에 심어준다. 수건과 침대 시트를 재사용해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화학성분이 포함된 세제 사용을 줄일 뿐 아니라, 지역의 숲까지 풍성하게 만든다는 취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6년부터 지금까지 75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을 수 있었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 옥상에선 양봉을 한다. 옥상에서 매년 채밀(採蜜)되는 꿀의 양이 최대 300㎏에 달한다. 1년에 두 번 채밀하는 꿀을 호텔의 각종 요리와 칵테일 등에 사용한다. 호텔 측은 “도시 양봉은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꿀벌의 번식을 도울 뿐 아니라 식물의 종 다양성, 더 나아가 인간의 식생활에 있어서도 중요한 생태적 솔루션”이라고 했다.
◇퀸 엘리자베스 호텔도 지속 가능성 실천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몬트리올의 중심에는 페어몬트 더 퀸 엘리자베스 호텔이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즐겨찾는 호텔이다. 지난 2017년 1000여개 객실의 리노베이션을 단행해 호텔 곳곳을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꾸몄다. 호텔 자체가 거대한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특히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침대에서 반전 시위를 했던 1742호 객실은 이 호텔의 자랑이다. ‘존 레논 & 오노 요코 스위트름’에 직접 투숙하거나, 호텔 투어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퀸 엘리자베스 호텔도 일찌감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왔다. 1990년부터 ‘페어몬트 그린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녹색위원회도 구성했다. 환경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 역시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라고 본다. 그래서 호텔의 공용 공간과 홀 전체에 지역 아티스트의 작품을 수시로 전시해 몬트리올 지역의 예술가 활동과 문화를 후원하고 있다.
기부와 자선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17년 호텔 전면 개보수를 진행하면서 몬트리올 지역에 있는 28개 자선단체에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기부했는데, 총액이 약 3억5000만원에 이른다. 캐나다 관광청 한국 지사 홍보를 총괄하는 이영숙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행의 의미는 단순히 관광객 홀로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지속 가능한 삶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