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산다면 단풍(丹楓) 구경을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남산,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서울 안팎 명산에 가도 좋지만, 굳이 힘을 빼지 않아도 된다. ?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이고, 500년 조선 왕조의 도읍이었던 서울이기에 공원부터 고궁까지 단풍을 즐길 만한 곳이 차고 넘치는 덕이다.
그뿐만 아니다. 경제 발전과 함께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임신부 등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관광지가 많아진 곳도 서울이다. ? '서울 다누림 관광'을 운영하는 서울관광재단(대표 길기연)이 서울에서 단풍을, 그것도 배리어 프리로 만끽할 수 있는 네 곳을 뽑았다.
서울의 가을도 이제 막바지다. 얼마 남지 않은 기회마저 놓친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1701년 11월 제19대 숙종(1661∼1720)이 정비 인현왕후를 저주해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이유로 한때 총애했던 희빈 장씨에게 사약을 내린 곳, 1762년 7월 제21대 영조(1694~1776)가 차남이자 자신의 후계자인 사도세자(추존왕 장조)를 무더위 속 뒤주에 가둬 죽인 곳, 사도세자의 차남인 제22대 정조(1752~1800)가 49세 나이로 승하하면서 '개혁'과 '근대화'가 사실상 막을 내린 곳.
조선 후기 '궁중 비극'의 주 무대가 바로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창경궁'(昌慶宮)이다.
그런 역사를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후원(後苑)은 사계절 볼거리가 많고, 녹음이 우거져 관람객 발길이 이어진다.
특히, 매년 가을에는 '춘당지'(春塘池) 주변 단풍길이 아름답게 물들어 계절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가을날 경복궁(景福宮) 자경전(慈慶殿) 부근 은행나무가 인기를 끌어 많은 이가 찾지만, 이 길의 매력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춘당지는 원래 내농포(內農圃), 즉 궁궐 안에서 왕이 직접 농사짓는 의식을 행했던 곳이다.
'한일 병합' 야욕을 키워가던 일본이 1909년 창경궁을 대한제국 제2대 황제이자 조선 제27대 왕인 순종(1874~1926)을 달래기 위한 놀이공원인 '창경원'(昌慶苑)으로 개조할 때 이를 연못으로 만들고, 북쪽의 기존 작은 연못과 연결해 지금의 호리병 모양의 큰 연못을 조성했다.
1986년 창경궁을 복원하면서 전통 양식으로 재구성했지만, 내농포로 되돌아가지는 않았다.
'창경원화' 작업 중 서양식으로 세워진 '대온실'. '창경궁 식물원'으로도 불리는 이곳에는 사시사철, 이 땅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식생이 있다.
그 앞의 '분수대' 또한 서양식이어서 두 곳이 함께 전통 양식의 고궁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마주 보이는 단풍나무 모습이 장관이다. 가을이면 많은 사람이 찾을 만하다.
임시 개방된 '영춘헌'(迎春軒)에는 관람객이 쉬어갈 곳이 만들어져 있다.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과 함께 방문했다면 잠시 쉴 수 있다.
정조가 '서재'로 삼아 독서를 즐겼던 공간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 보자.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가기에 좋다.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그 외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운영한다. 단, 입장 마감 시간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11월~이듬해 1월은 오후 5시다.
입장료는 내국인 25∼64세·외국인 18∼64세는 1000원이나, 그 외 연령대 내외국인에게는 없다. 장애인, 유공자, 한복 착용한 사람도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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