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귀멸의칼날’ 본편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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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극장가가 한 편의 일본 애니로 떠들썩해졌다.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이 개봉 첫날(1월27일) 관객 6만6581명을 동원하며 예매율 1위를 기록한 것.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을 보려 개봉 첫날부터 N차 관람(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여러 차례 보는 것)을 하거나, 관련 굿즈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섰다는 후기가 줄을 잇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흥행에 대한 ‘찬반논쟁'도 벌어졌다. 최근까지 이어져왔던 ‘반일불매운동(노노재팬)’을 감안하면 일본 애니가 이토록 인기를 얻는 게 놀라운 성과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귀멸의 칼날 흥행은 결국 ‘노노재팬’이 선택적 불매운동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한 게 아니냐”는 주제를 두고 열띤 토론까지 벌어지는 중이다.
◇'귀멸의 칼날' 대체 뭐길래? 일본선 ‘총리 Pick’으로 화제
“‘전집중 호흡'으로 답변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 초, 일본에선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일본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와 같이 답변한 사실이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됐다. ‘전집중 호흡’은 ‘귀멸의 칼날’ 등장인물들이 무위를 펼칠 때마다 쓰는 호흡법을 지칭하는 말이라서다. 자신과 입장을 달리하는 야당 입헌민주당의 에다 겐지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자, 코로나 시국을 의논하는 중요한 회의에서의 발언에 만화 대사를 인용한 것이다. 이후 마이니치 신문 등 현지 언론에서 한 차례 더 ‘스가 총리가 일본학술위원회에서도 귀멸의 칼날 속 명언을 인용하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다만 일본 현지 내에선 ‘귀멸의 칼날’이 일본 총리의 언급으로 유명해졌다기보다는, “오히려 총리가 이 만화의 인기에 편승하려 한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마치 국내에서도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관왕을 휩쓴 봉준호 감독을 대통령이 초청해 짜파구리를 함께 먹고, 여·야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 관련 축하 현수막을 줄줄이 건 것에 대해 “정치권이 기생충 인기에 편승한다”는 비판이 인 것처럼 말이다.
2016년 일본 만화 잡지 소년 점프에서 첫 연재된 ‘귀멸의 칼날’은 이미 2019년부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스가 총리보다 앞서 대중들의 인식에 각인됐다. 다이쇼 시대(1912년 7월 30~1926년 12월 25일)를 배경으로 한 이 만화는 숯을 팔던 마음씨 착한 소년 카마도 탄지로가 어느 날 ‘오니(おに·일본 전통 설화 속 사람을 잡아먹는 흉악한 괴물)’로 변해버린 동생을 사람으로 되돌리기 위해 귀살대(귀신을 죽이는 부대)에 들어가 식인 오니를 베어넘긴단 내용이다. 오니는 우리말로 귀신, 도깨비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한국 전래동화 속 도깨비는 장난은 좋아해도 사람은 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만화는 지난해 9월엔 일본 누계 판매 1억 부를 돌파, 앞서 11년 간 일본 내 매출액 1위였던 만화 ‘원피스’의 기록을 배 이상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 12월엔 일본 내 인기 학습지 업체 ‘진연 세미나’가 초등생 3~6학년 회원 7661명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존경한 사람’을 설문 조사한 결과 귀멸의 칼날 속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가 1위(618표)를 차지했다고 한다. 취임 넉 달만에 지지율이 반 토막 난 스가 총리와는 확연히 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뭐 때문에 이렇게 인기 많나
1) 선악 고민 없는 통쾌한 권선징악 성장물
귀멸의 칼날은 기본적으로 ‘사람’인 카마도 탄지로와 친우인 귀살대원들이 ‘식인 오니’와 이들의 우두머리인 키부츠지 무잔을 토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독자들이 응원할 편을 정하는 데 망설일 일이 적다. 읽는 사람이 오니가 아닌 이상 ‘식인’을 처벌하는 건 누가 봐도 통쾌한 권선징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이뤄가는 주인공의 행보가 천재적인 재능보다는 차곡차곡 쌓은 노력으로 성취와 우정, 가족과의 유대감을 통해 이룬다는 점도 보는 이들의 응원을 끈덕지게 자극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영웅적 면모를 결코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니를 비롯한 각종 상황을 냄새로 판별할 만큼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다른 인물은 하나도 성취하기 어려운 물과 불의 호흡을 동시에 다루는 뛰어난 무위도 지녔다. 그러나 이 재능이 절로 꽃피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처절한 노력과 동생, 귀살대원들의 전폭적인 응원으로 점차 성과를 거두게 된다.
2) 뚜렷한 캐릭터성(性)과 뛰어난 작화 연출
주인공뿐 아니라 작중 등장인물들의 면면도 매력적이다. 특히 탄지로와 함께 오니를 처단하는 귀살대원은 각자 물, 번개, 불, 짐승, 나비, 바위 등 상징성이 뚜렷한 능력을 펼쳐 보인다. 탄지로가 구해 내려고 애쓰는 여동생 카마도 네즈코 역시 인간성이 남아 식인은 하지 않지만 오니의 신체와 능력을 지녔다. 이들을 공격하는 십이귀월 역시 각자의 능력이 제각각 특색을 지녔다.
여기에 뛰어난 작화와 연출이 더해져 이들 캐릭터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애니에선 각 인물의 특성에 맞는 화려한 일본식 전통 복장은 물론 인파가 몰린 화려한 도심 풍경 하나하나까지 실사에 가깝게 재연해내고 있다. 일본도를 사용해 오니를 베는 ‘액션물’이란 이 만화의 기본 특성에 맞게 전투 장면마다 긴장감 넘치는 연출을 빼먹지 않는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3) 인기에 날개 달아준 코로나와 OTT 열풍?
현실적으론 집에서 만화나 TV 보는 시간을 늘려준 ‘코로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귀멸의 칼날’ 애니가 2019년 4~9월 TV 본편 상영이 끝난 후에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계속 상영되며 인기를 증폭시켜 나갔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개봉했던 귀멸의 칼날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이 개봉 3일 만에 흥행수입 46억엔(약513억원)을 거둔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따른다. 이 개봉 기간은 일본에서 여행과 외식을 장려하는 ‘고투 트래블·이트’ 사업이 한창이던 때이기도 하다. 코로나로 문화 소비에 대한 욕구가 정점을 찍은 시기를 적절히 맞춰 적극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 흥행에 주효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작품을 자회사 애니플렉스를 통해 애니화해 큰 수익을 거둔 일본 기업 소니는 극장판 흥행 직후인 지난 12월 미국 기업 AT&T의 애니 전문 OTT 서비스인 ‘크런치롤’을 인수했다. OTT를 통한 애니 콘텐츠 상영이 수익뿐 아니라 ‘혁신 기업’으로 환골탈태 시켜 줄 핵심 키가 될 수 있다는 걸 귀멸의 칼날을 통해 깨달은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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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우익 논란도
문제는 이 작품에 대해 국내에 들어온 일본 작품들이 가장 꺼리는 ‘우익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작 만화 속 주인공 탄지로의 귀걸이가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 자위대의 상징으로 삼았던 ‘욱일기’ 모양이란 지적이 나온 것이다. 욱일기는 특히 일본 내 우익 단체들이 한국, 중국 등에 자행했던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군국주의 상징으로 애용하고 있어 문화·스포츠계에선 금기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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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란이 일자 현재 귀멸의 칼날 제작사와 출판사 측은 국내판 만화책과 애니, 극장판 장면마다 해당 귀걸이 속 ‘욱광(욱일기의 햇살 모양)’을 지운 상태다.
작품의 배경이 ‘다이쇼 시대’란 점도 구설에 오른다. 다이쇼 시대는 메이지 유신 직후 신문물을 접하며 일본이 사회문화적으로도 안정을 이루며 비교적 풍요를 누렸던 시기다. 동시에 한국에 대한 식민 통치가 시작된 시기와도 겹쳐 귀멸의 칼날을 ‘우익만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주변국을 식민지로 만들어 풍요로움을 누렸던 다이쇼 시기를 배경으로 쓴 것 자체가 일본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최근 이어진 반일 운동에 억지로 끼워 맞춰 일본 작품은 무조건 우익으로만 보는건 지나친 해석”이란 지적도 나온다. 만화 속 어디에서도 주변국에 대한 침략이나 군국주의, 혐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고, 극 중 주인공의 귀걸이가 여러 차례 “화투 모양 귀걸이”로만 불려서다. ‘다이쇼 로망’이라 보기엔 만화 속 장면 대다수가 다이쇼 시대 복장과 배경에 전혀 맞지 않아 정작 현지에선 ‘고증 실패’란 평이 나온 것도 지적되고 있다.
◇결국 판단은 시청자 몫
물론 이 모든 논란에 대해 작가 스스로 나서 해명한 바는 전혀 없다. 해석은 오롯이 시청자의 몫이란 뜻. 만일 작품을 보고 싶다면 현재 상영 중인 귀멸의 칼날 극장판은 본편의 내용을 축약하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총출동해 특정 에피소드를 그려나간 것이라, 작품의 세계관 등을 잘 파악하고 싶다면 본편을 먼저 본 뒤 보는 것이 좋다. 본편은 국내 OTT 서비스 매체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총 26회이지만 회 당 20분 남짓이라 몰아보기에도 수월하다.
개요 애니메이션, 스릴러 l 일본 l 총 26화 l 회당 25분~30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극장판은 15세 관람가)
원작 고토게 코요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