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인사이드 빌게이츠'

빌 게이츠의 인터뷰(조선일보 2월 15일자)가 화제다. 지구 온난화의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원자력이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세계 최고의 부자에 오른 그가 왜 이런 메시지를 던졌을까.

[기사보기] 빌게이츠 “한국, 탄소 제로 하려면 원전 필요하다”

빌 게이츠의 속내와 어쩌면 그 머릿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다큐멘터리가 ‘인사이드 빌게이츠’(2019)다. 이 다큐를 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 '인사이드 빌게이츠'

이 다큐는 빌게이츠가 유복한 집안에 태어나 훌륭한 교육관을 가진 어머니 메리 게이츠 슬하에서 천재성을 발휘하며 자라고,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과정을 충실하고 흥미롭게 그렸다. 스토리의 긴박한 교차, 박진감 있는 편집, 흥미진진한 등장 인물 등이 일대기적 다큐가 가질 수 있는 상투적인 문법을 깔끔히 지웠다.

이 작품이 정말 주목되는 이유는 빌 게이츠가 사업가로서의 삶을 접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인류가 꼭 풀어야 할 공익적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몰두하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이다. 빌 게이츠는 반(反)독점 소송 등에 오래도록 시달리면서 ‘탐욕스러운 악마’, ‘에디슨처럼 보이고 싶겠지만 실은 록펠러’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이런 사람이 좀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왜 지금도 계속 도전하고 있을까.

넷플릭스 '인사이드 빌게이츠'

다큐는 각 50여분짜리 3부작으로 이뤄져 있다. 각 회마다 빌이 몰두하는 문제가 있다. 1회는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화장실’이다. 화장실 시설도 없는 후진국에서 오물이 하천 등 환경을 오염시켜 식수도 얻을 수 없고 각종 질병을 야기하는 참혹한 현실을 해결하는 게 빌 게이츠의 목표다. 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든다. 이를 위해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화장실을 위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시설 개발에 효과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넷플릭스 '인사이드 빌게이츠'

2회는 소아마비다. 소아마비 백신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의 어린이들이 겪는 처참한 상황과 이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 손실 등을 분석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소아마비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백신을 제대로 공급해 접종할 수 있을 것인지 해법을 찾아나간다. 과학적 통계를 통해 솔루션을 찾아나감으로써 소아마비 환자가 의미있게 줄어드는 성과를 내는 지혜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 역시 막대한 돈이 들고, 일부 지역에서 다시 환자 수가 늘어나는 등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인류의 행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이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2회에는 마이크로 소프트 공동 창립자인 폴 앨런 등 빌 게이츠에게 영향을 미친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 등 흥미로운 내용도 많이 나온다.

넷플릭스 '인사이드 빌게이츠'

3회가 이번 인터뷰의 핵심 주제인 지구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 전환하고,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친 아이디어 1000개는 필요하다”고 말하며 대안 찾기에 몰두한다.

원자력에 대한 빌 게이츠의 문제의식은 혁신의 시대인 지난 25년 간 원자로에는 진짜 혁신이 없었다는 점이다. 히로시마 원폭으로 시작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이 이어지면서 원자력은 굉장히 위험하고 무서운 에너지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지만 원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혁신이 없었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현존하는 원전들은 1960년대 설계에 1970년대 구현 방식으로 제작됐고 여전히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태양광, 풍력 등에 의존해서는 결코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없는 데도 낡은 원전만을 원전이라 생각하며 포기하려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얘기다.

넷플릭스 '인사이드 빌게이츠'

빌 게이츠는 이를 ‘기회’라고 말한다. 다큐에는 “인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면 원전에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 반면, 이성적으로 본다면 원전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는 인상적인 문구가 나온다.

빌 게이츠는 원전 분야 천재인 네이선 미어볼드와 손 잡고 2006년 테라파워라는 원전 연구 회사를 설립한다. 그리고 체르노빌 원전은 컴퓨터가 전혀 쓰여지지 않게 설계돼 비상시에도 원전 운전인력의 능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결정적인 결함을 지적한다. 후쿠시마 원전 역시 비상시 작동해야 할 디젤 발전기가 발전소의 가장 아랫쪽에 설치돼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런 비상 사태가 아예 발생할 수 없도록 본질적으로 안전한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게 빌 게이츠의 문제의식이다. 그 방법을 테라파워는 찾아냈다. 테라파워는 또, 연료의 10%만 태울 뿐, 90%는 폐기 부산물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진행파 원자로’를 연구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 원전이 실용화되면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3회 (회당 50~55분)

감독 아카데미상 수상 감독 ‘데이비스 구겐하임'

출연 빌 게이츠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로튼토마토(팝콘지수) 91%

☞넷플릭스에서 바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