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한국판 제작이 최근 확정됐다. 2019 년 11 월부터 2020 년 2 월까지 대만 방송사 CTV와 SCC에서 방영하며 ‘상견니 열풍’을 낳았던 인기 드라마다. 8년 간 방송된 TV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 현지에선 “대만 인구의 1/4이 시청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나라에도 OTT 플랫폼을 통해 지난해 말 공개됐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드라마의 여운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들이 많다. 국내 플랫폼 ‘웨이브’의 아시아드라마 주간 차트에서 5주 간 1위를 차지했고, 25주 간 11위 차트 안에 머물렀다.
제목 ‘상견니’는 “네가 보고싶어(想見你)”란 의미. 초반 3~4회는 흔한 로맨스 드라마처럼 흐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반전에 반전이 이어진다. 최근엔 ‘상친놈’ ‘상친녀’란 신조어도 생겼다. 상견니에 미친 사람이란 뜻이다. 결말을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되는 판타지 드라마인만큼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해 소개한다.
◇평범한 ‘타임 슬립’ 드라마와 다른 점
드라마는 1998년과 2019년 두 해를 배경으로 한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등 대만 드라마 특유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담겼다. 평범하고 고독한 여학생에게 멋진 남학생 두 명이 사랑에 빠진다. 1998년은 한여름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로 시작된다.
2019년은 6년을 함께한 연인을 사고로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던 여자 주인공 황위쉬안이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그러나 자신은 아닌 어떤 여성이 죽은 연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도플갱어’일까? 황위쉬안은 익명으로 배달된 카세트테이프로 타임슬립을 반복하며 답을 찾아나간다.
여기까지 보면 여자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죽은 남자친구를 살릴 게 뻔한 평범한 타임리프 드라마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전개와 결말은 특별하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만 오가는 게 아니라, 이들의 자아와 기억까지 한꺼번에 옮겨진다. 살인 등 사건 사고도 등장한다. 로맨스뿐 아니라 판타지·추리·스릴러 같은 여러 장르가 섞인 덕에 2030 남성팬들도 많다.
줄거리가 복잡해 따라가기 어려운 구간도 있지만, 결말까지 보면 퍼즐 맞추듯 한 번에 이해된다. 재미있어 보이는 ‘떡밥’만 잔뜩 던진 다음 해결도 못 하고 끝나는 뻔한 타임슬립물과 다르다. 신기하리만큼 모든 의문을 해결한다. 드라마의 정교한 대본과 세심한 연출로 지난해 대만 금종상 시상식에서 6개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드라마 작품상’ ‘드라마 극본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OST ‘기억의 습작’처럼 이 드라마를 상징하는 노래가 있다. 주인공들은 타임슬립을 할 때마다 대만 인기 락가수 우바이(伍佰)의 노래 ‘라스트 댄스’를 듣는다. “쏘이 쟌스 쟝니 옌징 비러치라이(이제 잠시 두 눈을 감아봐)…”로 시작하는 이 노래 앨범은 1996년 발매됐다. 지난해부터 다시 인기를 끌며 유튜브 조회수 1490만회를 넘겼다. 검지와 중지로 눈을 가리는 특유의 손동작도 화제다. 드라마 결말을 알고 보면 슬프다.
◇'무관심'이란 이름의 폭력…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
극중 학창시절을 보내는 여자 주인공의 일기다. ‘상견니’의 작가 간기봉과 임흔혜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의 정체성과 ‘자아’에 대해 쓰고 싶었다. 어른들은 10대들의 심각한 고민을 쉽게 간과한다”고 했다. 그래서 드라마는 학창시절 이들이 겪는 고독감과 사랑을 어리고 가벼운 감정으로 그리지 않는다.
특히 소외된 이들의 감정선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는 천윈루. 한쪽 귀가 안 들리는, 그래서 천윈루의 소외감과 고독을 한 눈에 알아본 모쥔제.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로 학교폭력에 시달려온 왕취안성. 이들이 서로를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감내하는 과정은 첫사랑 로맨스보단 성장 스토리다.
모쥔제 역의 배우 시백우는 TV 예능에서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던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부드러운 말투 때문에 1년 넘게 괴롭힘을 당하며 친구들의 ‘음료수 셔틀’을 했고,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자 이불 속에서 눈물을 훔쳤다”며 학폭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한국판 ‘리쯔웨이’와 ‘황위쉬안’은 누구?
각각 한 명 혹은 두 명의 과거와 현재 역할을 한꺼번에 소화하는 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15년 경력의 연기파 배우 가가연은 고독하고 어두운 고등학생 천윈루 역과 연인을 사고로 읽었지만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직장인 황위쉬안의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리쯔웨이와 왕취안성 역을 맡은 허광한도 고등학생·대학생 시절의 청량함과 산전수전 겪은 성인 남성의 어두움을 동시에 표현했다.
아시아권 드라마 중 최대 화제작인만큼 한국판 출연진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를 쉽게 떠올리기 힘들다. 아직 캐스팅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언급되는 배우들은 실제 캐스팅과 완전 무관한 팬들의 희망사항이다.
여자 주인공 황위쉬안 역에 김태리, 김지원, 천우희, 신세경 등 배우들이 거론된다. 리쯔웨이 역엔 이종석, 이도현, 남주혁, 박보검, 송강 등 이름이 오르내린다. 또 다른 주인공 모쥔제 역엔 원작 배우와 닮은 국내 배우 박서준을 그대로 섭외해 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TV드라마 최고 시청률 돌파를 위한 ‘가상 캐스팅’도 화제다. 왕취안성 역에 임영웅, 서브 남자 주인공에 박서준, 여주인공 역에 송가인을 캐스팅하면 최소 30% 시청률이 보장된다는 예측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방송인 전현무가 연기를 배워 조연이자 악역인 ‘셰즈치(셰쭝주)’ 역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닮은 외모 때문이다.
개요 드라마 l 대만 l 21부작 l 회당 42~47분
등급 15세 관람가
주연 가가연, 허광한, 시백우
특징 로맨스, 타임슬립, 판타지,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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