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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조용필 노래 한 곡 모르는 사람이 없다시피 하고 팬이라면 ‘나만의 조용필 명곡’ 같은 것이 있다. 조용필만큼 많은 히트곡을 낸 사람도 드물지만, 앨범 19장을 내면서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도 꽤 있다. 그 가운데 최고의 노래로 1991년 발표한 ‘장미꽃 불을 켜요’를 꼽고 싶다.

‘꿈’이라는 주제로 꾸민 13집 앨범은 제목부터 ‘The Dreams’다. 그러나 타이틀곡 ‘꿈’ 외의 다른 노래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꿈’은 잘 알려져 있듯이 조용필이 꼽는 ‘조용필 최고의 노래’다. 조용필이 모든 곡을 작곡한 이 음반을 조용필 최고의 앨범으로 꼽는 사람도 꽤 있을 만큼 수준 높은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장미꽃 불을 켜요’는 본격 라틴록이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라틴 리듬 퍼커션과 중간중간 베이스 역할을 하는 피아노, 풍성한 관악 사운드가 이 노래의 특징이다. 간주가 두 번 등장하는데 2분58초쯤 시작되는 두 번째 간주가 곡의 중심이라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조용필이 코러스를 더빙한 “장미꽃 불을 켜요/ 어두워진 가슴마다” 하는 부분의 가창도 대단히 특이하다. 30년 전 이렇게 완성도 높은 라틴록을 했다는 것은 조용필 음악 스펙트럼의 광대무변을 입증한다. 흥겨운 라틴 음악의 대명사인 집시킹스‘밤볼레오(Bambleo)’만 들어봐도 ‘장미꽃 불을 켜요’가 정통 라틴 리듬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조용필이 트로트나 발라드 뮤지션으로 불리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용필의 숨은 명곡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가운데 18집(2003년)에 실린 ‘그 또한 내 삶인데’가 그 중 하나다. 오석준이 쓴 이 노래는 당시 53세 조용필이 여전히 30대의 목청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들려준다. 피아니시모로 시작해 정점에서 최고의 음압(音壓)을 선보이고 조용필 특유의 콧소리와 꺾기까지 들려주는 이 노래는 ‘조용필 개론’이라고 할 만하다. 전반적으로 조용필 맞춤형 발라드이지만 “지친 내 마음/ 위로해주고” 부분에서 오석준만의 감성이 드러난다.

이 앨범에서 한 곡을 더 고른다면 ‘진(珍)’이다. 먼저 간 아내 안진현을 그리며 만든 이 노래는 위대한 탄생 베이시스트인 이태윤이 쓴, 역시 조용필 맞춤형 노래다. 어떻게 보면 조용필이 젊을 때부터 들려주던 평범한 발라드 같은데도, 노래에 담긴 사연을 알고 들어서 그런지 조용필의 노래가 더욱 애절하고 쓸쓸하다. 양인자가 쓴 가사 중 “아득한 밤하늘 저 너머/ 속살 같은 별빛 하나가/ 울지 말라고 울지 말라고/ 깜빡이고 있네” 구절은 노래의 백미다.

조용필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숨은 명곡’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9집(1987년) 수록곡 ‘사랑해요’를 골랐다. 역시 조용필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댐핑(damping)을 바짝 키워 녹음한 드럼으로 시작한 이 노래는 상당히 실험적이다. 기타·드럼·베이스로만 구성된 반주는 간결하면서도 아트록의 색채를 띤다. 후렴에서 돌연 조용필은 가성을 쓰고 가성 코러스를 입힌다. 이 노래 발표 3년 뒤인 1990년 데뷔해 돌풍을 일으켰던 밴드 ‘빛과 소금’을 연상시키는 이 노래는 조용필 음악의 모더니즘을 상징한다.

다시 듣고 집중해 들을수록 더욱 새로워지는 노래들이 조용필의 음악이다. 스무번째 앨범이 언제 나올지 몹시 목이 마르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집과 스튜디오에만 칩거 중인 조용필의 무대를, 팬들은 간절히 보고 싶다.

[지난 스밍 List!] ☞조선닷컴(chosun.com/watching)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Rocky Trail’

🎧Ssing Ssing ‘NPR 콘서트’

🎧한예리 ‘Rain Song’

🎧한영애 ‘봄날은 간다’

🎧들국화 ‘사랑한 후에’

🎧롤러코스터 ‘어느 하루’

🎧소히 ‘산책’

🎧윤석철 트리오 ‘즐겁게,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