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플레이북: 게임의 법칙'

유럽 축구팬 치고 조제 무리뉴 감독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는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4개국 4개 축구 프로리그에서 전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전무후무한 명감독이다.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지휘봉을 잡았다가 최근 이탈리아 리그 AS로마로 이적했다. 그에게 붙는 수많은 수식어 중 하나가 바로 ‘우승 청부사’다. 팀과 선수층뿐 아니라 문화까지 전혀 다른 4개 리그에서 매번 정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무리뉴 감독. 그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플레이북: 게임의 법칙’에 출연해 자신의 성공 비결을 공개했다.

#1 관중을 이해하라

무리뉴 감독이 2002년 부임한 포르투갈 리그의 FC포르투는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전통의 명문 구단이었지만, 성적이 크게 떨어지면서 인기도 시들해진 상태였다. 무리뉴 감독은 팬들의 사랑을 되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선 관중을 이해해야 했다. 팀 연고지인 포르투갈 북부 최대 항구 도시 포르투는 성실함을 최고 미덕으로 치는 사회였다. 스포츠에서도 열심히 뛰고,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이를 간파한 무리뉴 감독은 외부 수퍼스타를 영입하는 대신, 하부리그를 다니면서 지역 출신으로 성실한 자세를 갖춘 선수들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꾸린 팀 선수들에게 우승 경력, 해외 경험은 없었다. 대신 팀을 위한 희생정신과 승부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 자세가 있었다. 팀의 변화는 팬들이 가장 먼저 알아챘다. 다시 팀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열광적인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FC포르투는 홈구장에서 무패 신화를 이어갔다. 그 덕분일까. 무리뉴는 감독 부임 첫해에 리그 6위로 쳐져 있던 팀을 3위로 끌어올렸고, 이듬해엔 우승까지 이뤄냈다.

/넷플릭스 '플레이북: 게임의 법칙'

#2 최악을 대비하라

무리뉴 감독은 FC포르투를 유럽 최고 축구팀들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챔스)에도 올려놨다. FC포르투는 포르투갈 리그에선 최고일지 몰라도, 아직 유럽 무대에선 잘 봐줘도 중하위권이었다. 당시 최강팀으로 꼽히는 곳은 박지성의 소속팀으로 유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다른 팀들 입장에서 맨유는 피하고 싶은, 포르투는 만나고 싶은 상대였다. 국가대표로 비유하면 맨유가 브라질, FC포르투가 한국 정도였을 거다.

이때 무리뉴 감독은 팀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발한 묘수를 쓴다. 팀에 “맨유 맞춤형 전략을 준비해 맨유를 만나면 반드시 이길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의 집단 최면을 걸었던 것이다. 무리뉴는 “정말 팀에서 거짓말처럼 맨유를 만나면 좋겠다고 믿게 됐다. 물론 안 걸리면 더 좋고 말이다”라고 했다. 최악의 상대와 싸울 준비가 되자, 다른 어떤 팀을 만나도 맨유보다는 할만 하다고 여기게 되는 효과도 생겼다. 실제로 FC포르투는 16강에서 맨유를 만나 침몰시키는 대이변을 만들어낸다.

/넷플릭스 '플레이북: 게임의 법칙'

#3 어떤 규칙은 어겨야 할 때가 있다

무리뉴 감독은 맨유를 꺾은 기세를 몰아 팀을 챔스 정상까지 올려놓는다. 우승 직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이적하면서 본격 스타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온다. 챔스 8강 바이에르 뮌헨을 상대로 한 중요한 경기에서, UEFA(유럽축구연맹) 징계 때문에 출전 금지를 당한 것이다. 무리뉴는 “현장에서 선수들에게 내가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감독직을 박탈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규정을 어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감독 부재에 불안해 하는 팀원들을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기다리겠다”고 안심시켰다. 실제로 그는 매우 이른 시간 미리 팀 라커룸에 들어가 숨었다가 전반전을 마친 쉬는 시간 팀원들에게 전술을 지시했다. UEFA도 관중석에 무리뉴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라커룸에 있을 것을 의심해 수색전에 나섰다. 이때 무리뉴는 세탁 바구니 안에 숨어서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무리뉴는 “규정을 어긴 건 자랑스럽지 않지만, 리더로서는 자랑스러웠던 결정”이라고 했다.

#4 기차는 두 번 서지 않는다

무리뉴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인터밀란 감독을 맡으면서 리그 우승을 거머쥐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팀을 올려놓는 등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는 당시를 “팀과 뜨거운 형제애를 느꼈다. 정말 행복했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팀이 챔스 결승을 앞둔 중요한 순간, 그에게 스페인 프리메라리그의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이적 제의가 들어왔다.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소속팀으로 유명한 전통의 명문 구단이다.

/넷플릭스 '플레이북: 게임의 법칙'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현재였지만, 그는 도전을 택했다. 스페인 리그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면 유럽 3대 빅리그에서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커리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인터밀란은 챔스 결승에서 바이에르 뮌헨을 꺾고 우승했다. 하지만 그는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지 못했다. 결승전 바로 다음날, 그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을 수락하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도망치듯 떠났다. 무리뉴 감독은 “밀라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간 팀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당시엔 고통스러운 결정이었고, 그 선택으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그 기회를 잡았기에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명실상부 최고의 감독이 될 수 있었다.

◇희로애락 담긴 스포츠판의 진수

무리뉴 감독이 밝힌 성공 원칙 일부를 소개했다. 흔히 스포츠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스포츠 승부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닐 거다. 결정적인 승부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과 배경이 있기에 희로애락이 담길 수 있다. 치열한 스포츠의 세계에서 기념비적 기록을 세운 리더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그 속에서 어떤 원칙을 찾게 됐을까.

NBA LA 클리퍼스 감독 시절 닥 리버스 /넷플릭스 '플레이북: 게임의 법칙'

다큐에는 무리뉴뿐 아니라 전설적인 스포츠감독 4명이 더 출연한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흑인 여자농구 선수이자 감독 돈 스테일리, 세레나 윌리엄스의 테니스 코치 파트리크 무라토글루, 미국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한 감독 질 엘리스, 화합의 리더십으로 미국 프로농구 우승컵을 거머쥔 닥 리버스 감독 등이 나온다. 이들이 커리어에서 겪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성공 비결을 말해준다. 그들이 말하는 ‘게임의 법칙’에,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다.

개요 스포츠 다큐멘터리 l 미국 l 12세 l 6부작

특징 스포츠 명감독 5인에게 배우는 성공 철학

평점 IMDB 7.5/10

넷플릭스 바로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