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 UFO가 추락해 미국 정부가 외계인 시신을 가져가 해부했다는 ‘로스웰 사건’이 발생한 지 74년이 지나서야 미국 정부가 UFO의 존재를 공식 인정했다. 로스웰 사건 이후 UFO와 외계인은 대중음악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는데, 1950년대엔 UFO라는 말보다 ‘비행접시(flying saucer)’라는 말이 더 많이 쓰였다. 우디 거스리, 엘라 피츠제럴드, 제리 리 루이스 같은 뮤지션들도 비행접시를 소재로 한 노래를 쓰고 불렀다.
UFO 또는 외계인과 관련해 가장 유명한 노래는 데이빗 보위의 ‘Starman’일 것이다. 1972년 발표된 이 노래는 데이빗 보위가 스스로를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고 칭하고, 스타맨이 지기 스타더스트를 통해 지구의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내용의 가사다. 이 노래는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에도 쓰였다. 보위는 이 노래 발표 3년 전 ‘Space Oddity’라는 자신의 대표곡을 대히트시켰었는데, 이 노래는 스탠리 쿠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영감을 얻었다. 항상 몽환적인 가사와 사운드를 들려준 보위의 음악은 기존 음악 문법을 거의 해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집중해서 여러 번 들어야 그 참 맛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적과 김진표의 듀오 ‘패닉’이 2집에서 ‘UFO’라는 노래로 큰 인기를 얻었다. “어느날 밤 이상한 소리에 창을 열어 하늘을 보니/ 수많은 달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살찐 돼지들과/ 거짓 놀음 밑에/ 단지 무릎 꿇어야 했던” 같은 가사 때문에 기성 세대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송가(頌歌)처럼 불렸다. 서태지 열풍이 한국 사회를 한 차례 휩쓸고 간 뒤인 1996년 발표된 노래이며, 매 마디 끝 음을 부르다 놓아버리는 이적의 창법, 당시로서는 굉장히 공격적인 김진표의 랩, 기괴한 그림이 그려진 앨범 디자인 덕분에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코드로 부각됐었다.
패닉과는 달리 페퍼톤스가 노래한 ‘Galaxy Tourist’는 매우 밝고 가벼운 분위기의 노래다. 2003년 카이스트 동기인 신재평과 이장원이 결성한 이 밴드는 당시까지 한국 대중음악에서 들을 수 없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들려줬다. 2008년 발표된 이 노래는 당시 앨범 ‘New Standard’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나, ‘가장 페퍼톤스적인 노래’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리듬은 잘게 쪼개져 빠르게 달려가고 음도 꽤 높아 따라 부르기도 쉽지 않지만, 듣고 있으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영어로 된 가사 역시 하늘에서 우주선이 내려와 함께 우주를 날아다닌다는 내용이다.
대중음악은 왜 UFO와 외계인을 즐겨 노래했을까. 현실 세계에서 찾을 수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구원자 또는 중재자를 갈망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신을 찾으면 종교적 색채가 강해지고 자연을 노래하면 자칫 탈속(脫俗)을 넘어 허무주의로 빠지기 쉽다. 확인되지 않은, 그러나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외계인은 그래서 음악 뿐 아니라 예술 창작의 무한한 영감을 주는 소재가 된다.
외계인들이 인간의 대중음악을 접하게 된다면 그건 척 베리의 ‘Johnny B Goode’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77년 미국이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실은 ‘골든 레코드’에 로큰롤 음악으로는 유일하게 이 노래가 수록됐기 때문이다. 1958년 발표된 이 곡은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부모님의 고교 시절로 간 주인공이 학교 파티 무대에서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골든 레코드에는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를 비롯한 고전 음악과 세계 민속 음악 등이 고루 실렸다. 그러나 외계인들이 가장 놀랄 만한 곡은 시작과 함께 기타와 피아노가 로큰롤을 연주하는 척 베리의 이 노래일 것이다.
[지난 스밍 List!] ☞조선닷컴(chosun.com/watching)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