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속 화제의 콘텐츠를 발굴, 해설·소개하는 조선일보 ‘왓칭’! 영화·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읽을 수 있게 해드립니다.(www.chosun.com/watching)
조선일보 ‘왓칭’의 7월 셋째주 추천작은 ①원초적본능 ②알고있지만 ③야쿠자와 가족 ④네버 헤브 아이 에버 ⑤체인지데이즈 이다.
◇30년 전 아찔했던 명장면, ‘원초적 본능'(1992)
“사람들은 여전히 내 가슴을 보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철 좀 들라는 말을 하고 싶다.” 1992년 스릴러 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샤론 스톤(63)이 지난해 영국 매거진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영화를 찍을 당시 샤론 스톤의 나이는 34세. 미모의 추리 소설가로 살인 용의자 역할을 맡은 샤론 스톤은 형사(마이클 더글라스)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관객 마음을 온통 헤집어 놨다.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이 영화는 수치심도 함께 안겼다. 샤론 스톤은 최근 회고록 ‘두 번 사는 것의 기쁨’(The Joy of Living Twice)을 통해 “감독이 촬영 당시 ‘흰색 옷이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보인다’며 팬티를 벗으라고 속였다”고 밝혔다. 샤론 스톤은 변호사를 통해 취조실 장면을 삭제하려고 했지만, 결국 상영을 허락했다고 한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면 샤론 스톤의 오묘한 표정과 긴장감이 한층 짙게 다가온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은 7월 31일이다. 서두르자.
개요 에로틱 스릴러 l 미국 l 2시간8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명불허전, 다리꼬기 신공을 배워볼까
평점 IMDb⭐ 7.0/10 로튼토마토🍅 55%
◇요즘 청춘들의 사랑이란, ‘알고있지만'(2021)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알고 있지만’은 지난 12일 아시아 7개국에서 티비쇼 부문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일본, 홍콩에서도 2위를 차지하는 등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가치관이 서로 다른 청춘 남녀의 연애를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낸다. 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한소희)와 연애는 귀찮고 썸만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송강)이 주인공이다. 둘의 사랑이 싹트려는 상황에 유나비를 향한 일편단심 순정남 양도혁(채종협)과 박재언의 전 여자친구 윤설아(이열음)의 존재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네이버 평점 9.9를 기록했던 원작 웹툰의 탄탄한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될 지도 모른다.
개요 로맨스 l 한국 l 2021 l 10부작
등급 19세 이상 관람가
특징 사랑, 연애, 썸의 차이는 뭘까
평점 IMDB 7.8/10
◇영화로 보는 야쿠자 쇠락기, ‘야쿠자와 가족'(2021)
한때 ‘총을 든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with guns)’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일본의 야쿠자 조직. 조직원 십수 만명을 이끌며 연간 수백억을 벌어들이던 야쿠자는 이제 일본에서 더이상 동경이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 규제와 고령화로 운신의 폭이 좁아져 십수만 명이던 조직원 수가 3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빈 자리를 MZ세대 폭력배인 ‘한구레(半グレ)’가 차지했다.
‘야쿠자와 가족’은 현 시점 야쿠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춘 영화다. 야쿠자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1999년, 과도기인 2015년, 늙고 쇠퇴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2019년에서 현재까지. 세 세대를 야쿠자로 살아온 한 남성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의 현실을 차분하게 그렸다. 배우 아야노 고가 주연을 맡았다.
배우 심은경이 출연하고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등을 휩쓸었던 영화 ‘신문기자’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연출부가 다시 뭉쳤다. 후지이 감독은 “‘신문기자'의 성공이 어떤 의미에서 서프라이즈였다면, 이 작품 ‘야쿠자와 가족’은 진짜 승부”라고 했다. 사회 고발 성격을 띤 전작처럼 이번 작품도 야쿠자 출신 작가의 도움을 받아 논픽션에 가깝게 고증했다.
개요 영화 l 일본 l 2021 l 2시간 15분
등급 18세 관람가
특징 미화 없는 현실, 일본은 어떻게 야쿠자의 씨를 말렸나
평점 로튼토마토🍅86% IMDb⭐7.0/10
◇기분 좋은 하이틴, ‘네버 해브 아이 에버'(2020~2021)
현 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7월 15일 두 번째 시즌을 공개한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인도계 미국인 10대 소녀 데비(메이트레이 라머크리슈넌)의 잠잠할 날 없는 고교 생활을 담은 하이틴 드라마다. 인종, 문화, 젠더 다양성을 재치있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데비의 좌충우돌 연애사와 우정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자신의 연주회 관객석에 앉아있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충격으로 수 개월 간 다리가 마비돼 걷지 못하던 데비. 그러다 학교에서 우연히 이상형 훈남을 마주치고 기적처럼 휠체어에서 일어선다.
슬픔에서 벗어나 쿨하고 잘 나가는 10대가 되기 위해 남자친구 만들기에 돌입한 데비는 ‘잘나가고 섹시하지만 멍청한 이상형’과 ‘찌질하지만 똑똑하고 말 잘 통하는 남사친’ 사이에서 고민한다.
지난해 공개된 시즌 1은 공개 후 4주 만에 전 세계에서 4000만명 넘게 시청했다.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법, 친한 친구에게 느끼는 질투와 위기감, 학업 경쟁, 부모님의 관심과 부담감, 첫 연애의 설렘 등 그 시절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미묘한 감정들을 기가 막히게 포착했다.
데비는 완벽한 주인공이 아니다.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기엔 너무 어리고 미숙해, 철 없는 말과 행동으로 주변을 실망시킨다. 그러나 그 모습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호감과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을 낮추거나 포기하지 않아서일까. 진심으로 그를 아끼고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 덕에 데비는 조금씩 성장한다. 못나고 답답한 주인공을 나도 모르는 새 좋아하게 됐다.
개요 드라마 l 미국 l 2020~2021 l 시즌1·2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건전하고 기분 좋은 하이틴
평점 로튼토마토🍅96% IMDb⭐7.9/10
◇커플 새로고침, ‘체인지 데이즈’(2021)
저마다의 이유로 이별의 문턱에 서 있던 세 쌍의 커플이 함께 제주도로 떠나고, 서로의 파트너를 바꿔가며 데이트를 해본다는 설정의 리얼리티 웹 예능. 파격적인 설정 때문에 방영 직전 ‘스와핑(배우자 교환)’을 권장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방영 후에는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순위 5위권을 오르내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했고, 넷플릭스와 카카오TV 채널에서 함께 볼 수 있다.
“너랑 너무 재밌어서 여자친구 생각이 안 났어.”
이 프로그램에는 실제 연애 중인 3명의 일반인 커플이 나온다. 만난지 500일 된 캠퍼스 커플, 아이돌과 광고모델 출신으로 만나 10년을 함께 장기 연애 커플, 같은 직장에서 만나 1년 반 동안 함께 일과 사랑을 키워온 커플 등.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사랑에 빠졌고,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해온 커플들이지만 사실은 “이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이 돌아가면서 서로의 파트너를 바꿔 데이트를 하면 할 수록 그간 각 커플이 이별을 고민할 수밖에 없던 문제점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제작진은 특히 각 커플이 자신의 연인이 다른 파트너와 어떤 데이트를 즐겼는지를 지속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한다. 내 연인이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며 웃고, 설레했다는 사실을 안 출연자들은 연인에 대한 소유욕, 질투심, 불안감, 분노와 체념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다. 동시에 이들은 떠올린다. 자신 또한 연인과 함께 만날 때면 저토록 환한 미소를, 설렘을, 떨림을 드러내던 때가 분명 있었다는 것을.
서로의 연인을 바꿔가며 데이트를 끝낸 이들은 제주도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선택해야만 한다. 익숙한 자신의 연인과 함께 할지, 아니면 잊고 있던 설렘을 꺼내준 새 연인을 맞이할 지.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또한 스스로 되묻게 된다. 사랑을 지탱하는건 오래 쌓인 시간을 통한 유대감일까, 아니면 호르몬의 장난으로 일어나는 첫 만남의 설렘일까?
개요 로맨스 예능, 리얼리티 예능 l 한국 l 총 17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서로의 연인을 바꿔본다는 파격적인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