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트릴로지를 제작한 영화계 거장 워쇼스키 감독이 18년 만에 나온 매트릭스 후속작 ‘리저렉션’을 올 연말 개봉하겠다고 예고했다. 남녀 주인공이었던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앤 모스도 출연한다. 신작 예고편에선 앞선 시리즈의 명장면들을 오마주한 장면들이 엿보이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자극했다. 그래서 지금이 신작을 기다리며 매트릭스 시리즈를 다시 한 번 정주행하기 최적의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SF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던 매트릭스
1999년 세기말에 처음 개봉했던 매트릭스는 시리즈 3편 모두 흥행을 기록하며 스타워즈 시리즈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그 중에서도 첫 편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워쇼스키 형제가 매트릭스를 통해 보여준 상상력, 연출, 색감과 음악은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기계 대 인간이라는 진부할 수 있는 주제를 새롭고 파격적인 세계관으로 표현해내면서 SF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 의회도서관은 매트릭스의 문화예술적, 대중문화적 성취를 크게 인정해 영구보존 자료로 선정하기도 했다.
영화 제목인 매트릭스는 기계들이 만들어낸 가상 세계를 뜻한다. 현실에서 인류는 기계와 전쟁에서 패배하고, 기계들에 에너지를 공급하며 사육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류는 기계들이 실제 현실처럼 만들어낸 매트릭스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꿈을 꿀 뿐이다. 하지만 진짜 현실에서 깨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기계에 지배당하는 인류를 구해내기 위한 싸움을 이어간다.
하지만 압도적인 기계들의 힘 앞에 이들의 저항은 무기력하다. 유일한 희망은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인류를 구원해줄 ‘구세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뿐이다. 저항군을 이끄는 지도자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는 이 예언을 믿는다. 그는 항상 무언가 세상이 잘못돼 있다는 의문을 품고 살던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인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그 구세주라고 믿는다. 하지만 모피어스의 믿음이 확실하다는 보장은 없다. 네오는 실제로 인류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영화는 그 과정에서 기계와 인류의 끊임없는 싸움을 그리고 있다. 2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스토리 라인이 촌스럽지 않고 세련됐다.
매트릭스는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키면서, 대중적 파급력도 보여줬다. 초반부터 트리니티(캐리앤 모스)가 공중으로 붕 떠올라 발차기를 날리는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 연출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기계 요원들의 총 난사를 피하는 모습을 전방위에서 촬영해 360도로 보여주는 연출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면서 다양한 방송에서 패러디됐다. 네오가 입었던 롱코트나 트리니티의 검정 스판덱스 의상은 패션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파란약과 빨간약 중 빨간약을 선택하면 진실에 눈뜨게 된다는 기발한 설정은 아예 ‘빨간약’이라는 관용적 표현으로 굳어지기도 했다.
◇'리저렉션’을 기다리며
매트릭스4 예고편을 보면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앤 모스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18년이 흐른 만큼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특히 키아누 리브스는 그의 또 다른 흥행 캐릭터 ‘존윅’처럼 장발에 덥수룩한 수염을 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존윅이 현실 세계에서 적수를 찾지 못하고 매트릭스까지 찾아갔다”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피어스 역의 로렌스 피시번이나 대표 악당 캐릭터인 스미스 요원 역의 휴고 위빙은 출연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후속작의 스토리는 3편이 아닌 1편부터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인 리저렉션이 부활이라는 뜻인 만큼, 윤회 사상에 입각해 주인공인 네오와 트리니티에게 새로운 인생이 부여되는 스토리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예고편에선 1편에서도 등장했던 ‘흰 토끼’ 문신이나 파란 약, 빨간약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라 1편의 평행세계를 다루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기존 시리즈가 초록색 색감으로 영상미를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틸 앤 오렌지 기법의 색감으로 차별화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쨌든 이미 전설로 남은 매트릭스 시리즈의 후속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은 이 작품을 2021년 최고 기대작으로 꼽고 있다. 기대를 넘어설지, 기대에 미치지 못할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볼 뿐이다. 다시 한번 정주행을 하면서.
개요 액션 영화 l 미국 l 1999년 l 2시간16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특징 SF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명작
평점 IMDB ⭐ 8.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