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국에 집에만 틀어박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면. 괜스레 울적한 마음에 혼자 맥주 한캔 하면서 볼만한 콘텐츠가 없나 TV 채널 돌려보고 있다면. 배는 고픈데 도통 입맛이 없어서 먹고 싶은 메뉴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런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넷플릭스 신작이 나왔다. 구수한 입담으로 요리 예능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백종원의 술자리 예능 ‘백스피릿’이다.
◇미처 몰랐던 ‘술 상식’ 강의에 숙취 해소제 추천까지
지난 1일 처음 공개된 백스피릿은 백종원이 다양한 분야 사람들과 만나 우리나라 술과 맛집 안주를 곁들인 술자리를 갖는 예능이다. 누구보다 술에 ‘진심’이라는 백종원이 미처 몰랐던 술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세상살이와 인생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을 담았다. 게스트 라인업도 화려하다. 가수 박재범과 로꼬, 배우 한지민, 배우 이준기, 나영석 PD, 배구 선수 김연경, 배우 김희애가 출연한다.
배우 한지민과는 부산 유명 조개구이집에서 소맥(소주+맥주)을 함께 한다. 백스피릿을 보다 보면 술과 관련해 좋은 정보를 많이 얻어갈 수 있다. 술자리에서 소소하게 써먹을 만한 ‘술 상식’을 배우기도 한다. 왜 소주병은 초록색이 됐는지, 어쩌다 전국 지역마다 대표 소주 브랜드가 탄생하게 됐는지 같은 얘기들이다. 심지어 부산에 해장하기 좋은 맛집과 숙취 해소 음료까지 추천해 준다. 집에서 혼술이 땡길 때 그냥 틀어놓고 보면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는 1석2조 효과를 챙기는 셈이다.
게스트들의 매력을 엿보는 재미는 덤이다. “술 좀 하느냐는” 질문에 “못하진 않습니다”라고 응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지민이 상당한 애주가라는 사실을 처음 알 수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백종원 페이스에 밀리지 않고 거뜬히 소주 3병을 비워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고도 크게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다만 혀가 살짝 꼬인 애교 섞인 말투가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취중 토킹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술 마실 땐 조명과 음악이 중요하다”면서 소주가 주는 결속력을 예찬하는 그녀를 보다 보면 참으로 소주 한 잔이 절로 땡기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하필 배경음으로 깔리는 노랫말도 술을 부른다.
“쉽지 않은 세상 그 누구도 다르진 않을 거라도 손 맞잡고 같이 웃고 가슴과 가슴 안고. 꼭 안아 주세요 꼭 안아 주세요.”
◇ 백종원·박희연 조합이 만들어낸 ‘스푸파’ 술자리 버전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회식 술자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백스피릿을 연출한 박희연 PD는 “(백종원이)술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흥미롭게 하시는 걸 보고 더 많은 사람이 이걸 함께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술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생각했다”고 했다. 백종원은 “회식자리에서 술에 대한 얘기를 해줬더니 너무 재밌어 하면서 평소보다 더 마시더라. 그러다 이거 가지고 프로그램을 해보자고 해서 좋다고 했다”고 했다.
백스피릿이라는 제목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겼다. 스피릿은 영어로 넓은 의미에서 ‘술’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정신’을 뜻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백종원의 술을 소재로 하면서, 동시에 그의 정신을 담았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실제로 백종원은 대학에서 사회사업학과를 나왔는데, 세부전공으로 상담심리를 전공했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인생 얘기를 나누기에 적합한 학력이 아닌가 싶었다.
박희연 PD와 백종원의 인연은 tvN 예능 ‘스트리트푸드파이터’(스푸파)에서부터 이어졌다. 스푸파는 백종원이 세계 여러 도시를 혼자 떠돌며 음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방송이다. 이번 예능은 스푸파의 술자리 버전인 셈이다. 실제로 포맷은 스푸파와 거의 유사하다. 다만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혼자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점이 차이다.
스푸파에서 선보였던 화려한 영상미가 이번에도 돋보인다. 백종원과 한지민이 소맥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면서 SNS에서 유명한 ‘포항 소맥아줌마’가 등장한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현란한 손기술로 소맥을 주조하는 장면을 보여주다가 다시 대화로 돌아가는 식이다. 확실히 보는 맛은 있다. 다만 스푸파에선 백종원 혼자 얘기하다 이런 장면들이 들어갔기 때문에 더 자연스러웠는데, 백스피릿에선 뭔가 대화 흐름이 다소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세에 지장은 없다. 확실히 입맛이 없거나 혼밥하면서 적적할 때 보기에는 딱 좋은 예능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다만 주의할 필요는 있다. 시청 중에 참지 못하고 아는 지인에게 “간만에 소주 한잔?” 카톡을 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개요 예능 l 한국 l 2021년 l 6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적당한 술은 인생의 윤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