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오징어 게임’ 열풍이 채 식기도 전에, 흥행 기세를 이어가는 K-콘텐츠가 나왔다. 바로 지난 15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액션 느와르 ‘마이 네임’이다. 글로벌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마이 네임은 지난 17일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4위에 올랐다. 공개된 지 이틀만이다. 한국에선 1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2위에 올랐다. 미국, 러시아, 덴마크 등에서도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첫 주 오프닝 흥행 성적으로는 국산 콘텐츠 중 오징어 게임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다. 제작사인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가 주식 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했을 정도다.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마약 범죄 조직에 들어간 딸이 마약사범을 수사하는 경찰로 신분 위장을 하면서 벌어지는 복수극을 다룬 작품이다. 조직 폭력단의 일원으로 출발하지만, 가짜 신분을 통해 경찰로 이중생활을 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전형적인 ‘언더커버’ 느와르다. 엄청나게 파격적이라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느와르 작품의 생명은 역시 감성과 분위기다. 마이 네임은 처절한 액션, 어두운 분위기, 감각적인 음악이 훌륭한 조화를 이뤄 느와르의 기본기에 충실하다. 특히 속도감 있는 전개로 관객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 분위기 잡는 데 집중하다 정작 스토리가 단조롭거나 부실한 느와르 작품들이 적지 않다. 마이 네임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특히 ‘부부의 세계’에서 불륜녀로 이름을 알린 배우 한소희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범죄 느와르 액션 주인공은 보통 남자들 몫이었지만, 20대 신인급 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것이다. 한소희는 작품을 위해 몸무게를 10kg 불리면서 액션을 연마해 대부분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맨손 무술부터 칼싸움, 총싸움까지 다양한 액션을 선보인다. 작품 무술 감독은 “수많은 배우들이 액션 스쿨을 오고 갔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는 배우는 오래간만”이라고 했다. 여기에 서정적인 눈빛과 감정 연기까지 더하면서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작품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은 “한소희 씨가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해준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고 했다.
마이 네임은 얼핏 언더커버의 정석으로 통하는 2002년 개봉 홍콩 영화 ‘무간도’를 떠올리게 한다. 마약 범죄 조직원이 경찰에 잠입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설정 자체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국내 영화 중에서는 2013년 개봉한 신세계가 비슷한 작품이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시감이 들 수 있는 장르이기는 하다. 김진민 감독은 “무간도가 워낙 훌륭한 작품이라 참고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무간도는)서로 관계가 바뀌면서 자신을 숨기는 쪽에 집중됐는데, 저희는 서로가 서로를 알게 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했다”고 했다. 여주인공이 아버지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군지를 알게 된 이후 벌어지는 전개를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는 얘기다. 어떻게 차별화했는지는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보면 어떨까.
마이 네임이 흥행몰이를 하면서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엔 대놓고 시즌2를 암시하면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마이 네임의 경우엔 어느 정도 스토리가 완결된 상태로 시즌1이 끝나면서 이대로 마무리되는 게 아닌가 싶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시즌 2를)하고 안 하고는 제작사와 넷플릭스에 달렸다”고 했다.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흥행 성적표를 보자면, 아마 두 번째 시즌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개요 한국 l 액션 드라마 l 2021 l 8부작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기본기에 충실한 웰메이드 느와르
평점 IMDB 8.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