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공개된 엄씨의 사진. 엄씨는 빼어난 미모와 나긋나긋한 말씨, 통 큰 씀씀이로 주변에서 ‘천사표’로 통했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발단은 한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방화로 추정하면서 20대 여성 엄모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엄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경악할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엄씨는 두 차례 결혼을 했는데, 두 남편이 모두 실명을 당해 치료 중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엄씨의 엄마와 오빠도 실명된 상태였고, 남동생은 큰 화상을 입고 있었다. 모두 엄씨의 소행이었다.

2007년 방송에서 ‘엄여인 사건’으로 소개되면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이 사건을 스토리텔링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3′(이하 꼬꼬무)이 재조명했다. 꼬꼬무는 장성규, 장도연, 장현성 3명의 이야기꾼이 ‘신창원 사건’, ‘지존파 사건’ 등 한국에서 벌어졌던 충격적인 실제 사건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예능이다. 작년 6월 스페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자 정규 편성됐다. 벌써 2차례 시즌을 거쳐 지난달 21일 3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스토리텔링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엄여인 사건 편에 출연한 진행자와 참가자들. 왼쪽부터 순서대로 장도연, 표예진, 장성규, 정성호, 염혜란, 장현성. /SBS

◇천사표? 연쇄살인범? 두 얼굴의 여인

최근 방영된 ‘엄여인 사건’ 편은 주변에 천사표로 알려졌던 20대 여인이 실제로는 잔혹한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진 충격적인 실제 사건을 다룬다. 엄씨는 빼어난 미모와 나긋나긋한 말씨, 통 큰 씀씀이로 주변에서 ‘천사표’로 통했다고 한다. 특히 그녀는 첫 남편이 숨진 이후 재혼한 남편이 실명되자 극진히 병간호를 하고 신형 차를 선물하는 등 극진히 챙겼다. 남편이 죽고 나서는 ‘영혼결혼식’까지 치르면서 ‘요즘 시대에 흔치 않은 열녀’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엄씨가 자신이 살해한 남편과 영혼결혼식을 치르면서 찍은 사진. /'그것이 알고 싶다' 캡쳐

하지만 실제로는 전부 거짓된 모습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재혼한 남편을 실명시킨 당사자가 바로 엄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약을 먹여서 의식을 잃게 한 뒤 뾰족한 흉기로 눈을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입원 치료 중이던 남편에게 봉와직염(급성 세균 감염증)을 유발해 끝내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심지어 첫 번째 남편도 실명한 상태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역시 엄씨의 짓이었다.

엄씨는 남편들뿐 아니라 친정 가족에게도 악행을 일삼았다. 엄마와 오빠를 같은 수법으로 실명시켰고, 집에 불을 질러 남동생에게 화상을 입혔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사고를 겪기 전 엄씨와 단둘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평소 온화했던 엄씨의 모습 때문에 추호도 의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실명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사고를 겪기 전 엄씨와 단둘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캡쳐

◇범행 저지른 이유가 보험금 때문?

엄씨의 범행은 모두 보험금을 노린 수법이었다. 엄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험설계사로 잠깐 일했는데, 이때 경험으로 범행을 설계했다. 엄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4억6000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타냈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 3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엄씨에 대한 평판이 워낙 좋아 수상쩍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사기를 의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많은 돈을 도대체 어디에 썼을까. 엄씨는 처음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잊으려고 마약에 손을 댔다. 마약을 구하는 데 돈을 다 써버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거짓말이었다. 엄씨에게 마약 반응 검사를 했더니, 마약에 손도 댄 적이 없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실제로는 엄씨가 사치 부리는 데 돈을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씨 사건을 다룬 2005년 4월29일자 본지 기사. /조선DB

주변 지인 증언에 따르면, 엄씨는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해야 하는 성미였다고 한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사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무조건 바로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한 예로 경기도에 살던 엄씨는 밤중에 갑자기 서울에 있는 죽이 먹고 싶다며 바로 모범택시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지인에게 연락해 “수고비를 줄 테니 죽을 사오라”고 부탁했다. 당시 죽 가격은 6000원이었는데 왕복 택시비가 11만원이었다.

엄씨는 심지어 돈과 상관없어도 단순히 감정이 상한다는 이유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엄씨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나선 그녀의 아이를 돌봐주던 베이비시터 집에 찾아갔다고 한다. 사정이 딱해 베이비시터가 엄씨에게 집을 구할 동안 머물게 했지만, 1달 동안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해 베이비시터가 “언제쯤 집을 구하겠느냐”고 물었는데, 여기에 감정이 상한 엄씨는 집에 불을 질렀다. 이 때문에 집이 크게 불타고, 부부는 큰 화상을 입었다.

엄씨에게 피해를 당한 주변인 관계도. /'그것이 알고싶다' 캡쳐

◇사이코패스 의심되는 엄씨...모든 사이코패스는 범죄를 저지르게 될까

엄씨는 이 같은 범행들이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현재 청주 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루머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조용히 복역 중이라고 한다. 그녀의 주변인들은 여전히 그녀의 범행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엄씨는 정신감정에서 어떠한 정신적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정황상 ‘사이코패스’가 분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태다.

하지만 꼬꼬무는 시청자를 향해 “사이코패스는 반드시 범죄를 저지르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이코패스는 태어날 때부터 감정을 다루는 뇌 영역이 발달하지 못해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반(反)사회성 장애를 뜻한다. 인구 100명 중 1~2명이 사이코패스에 해당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적지 않은 수가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다행히 사이코패스라고 전부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한 학설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뇌, 폭력성을 유발하는 전사 유전자, 그리고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 3가지 조건이 충족됐을 때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비록 선천적 사이코패스더라도, 3가지 조건 중 하나만 제거해도 평범하게 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이 유년시절에 학대를 경험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게 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범죄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선 아이들이 유년시절에 학대를 경험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게 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범죄자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캡쳐

꼬꼬무는 앞으로도 이 같은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룰 예정이다, 꼬꼬무를 연출한 유혜승 PD는 “큰 사건뿐 아니라 기억해야 할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겠다”고 했다. 다음 편에선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를 다룰 예정이다. 1993년 10월 전북 부안군 인근 바다에서 여객선 ‘훼리호’가 침몰하면서 292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다. 5년 전 ‘세월호 사고’와 자주 비교되는 사고로, 그 뒷이야기가 다뤄진다.

개요 한국 l 예능 l 2021 l 회 당 약 8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충격적인 실화 스토리가 듣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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