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왓칭’의 11월 첫째주 추천작은 ①언두잉 ②술꾼도시여자들 ③그린나이트 ④무간도 ⑤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다.
◇언두잉
낙엽이 떨어지는 ‘로맨스의 계절’.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한 이들을 위해 불륜을 소재로 한 범죄·미스터리 드라마 한 편을 추천한다. HBO에서 지난해 방영한 ‘언두잉’은 국내 드라마 마니아 사이에서 뉴욕판 ‘부부의 세계’로 불리는 작품.
미국 뉴욕의 명문 학교 학부모인 그레이스와 조너선 프레이저 부부 앞에 벌어진 ‘살인 사건’을 그렸다. 어느 날 학교 기금 행사를 준비하는 학부모 모임에 ‘뉴 페이스’ 엄마 엘레나 알베스가 나타난다. 엘레나와 여러번 마주치며 친밀감을 느낀 그레이스. 하지만 행사 다음 날, 엘레나가 돌연 숨진 채 발견된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그레이스에게 남편 조너선이 엘레나와 내연 관계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프레이저 부부 역할은 유명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과 휴 그랜트가 맡았다. 초등학생 부모 역할을 맡기엔 두 배우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강렬하다. 그럼에도 존재감은 ‘명불허전’. 외로운 가을을 드라마 ‘언두잉’으로 극복해보자.
개요 범죄·미스터리 l 미국 l 2020 l 6화(각 49~66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로맨스의 계절이어도, 범죄·불륜 드라마는 못 참지!
평점 IMDb⭐ 7.4/10 로튼토마토🍅 75%
◇술꾼도시여자들
퇴근길 한 잔 술이 인생의 낙이자 신조인 세 여성의 우정과 사랑, 일상을 그린 드라마. 웹툰(작가 미깡) ‘술꾼도시처녀들’이 원작이다. 20분~30분 내외 길이의 웹드라마로 제작됐다.
예능 작가 소희(배우 이선빈), 요가 강사 지연(한선화), 종이접기 유튜버 지구(정은지). 29살 동갑내기 절친인 세 사람은 같은 대학을 다니던 시절 학교 내 주당 1, 2, 3등을 차지했을 정도로 술을 사랑한다. 사실 중년 아저씨들에게 주로 붙던 ‘술꾼’이란 단어로 20대 여성을 부른다는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이것만큼 적당한 단어가 없다. 이들은 매일 퇴근의 목적이 술 한 잔이며, 소주 19병을 마시고도 2차를 외치며, 소개팅남 앞에서도 물컵에 소주를 따라마시고, 후식으로는 ‘미지근한 소주’를 찾는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끝까지 술냄새 폴폴 나는 ‘기승전술’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제작사에 따르면 배우들이 실감나는 술자리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몇몇 장면은 실제 직접 음주 후 촬영했다고 한다. 작중 주인공들이 술에 취해 개집에서 잠이 들거나, 알코올성 치매로 걱정하는 장면들은 자칭 알코올쓰레기(술 잘 못 마시는 사람들)들에게는 공감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술이 단순히 취하기 위한 것만이 아닌 우정을 찐하게 표현하는 공식이라는 점 만큼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술 한 잔에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왁자지껄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이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나도 저런 술친구’를 찾게 된다.
개요 l 한국 l 드라마, 일상물 l 16부작
등급 19세 이상 관람가
특징 미지근한 소주 같이 마실 술친구를 구하게 됨.
평점 IMDb⭐7.8/10
◇그린나이트 (2021)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무 형상을 한 기사가 나타나 제안한다. 단, 조건이 붙는다. 1년 후 이맘때쯤,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을 것.
아직 기사가 되지 못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이 도전에 응해 그의 머리를 벤다. 기사는 자신의 잘린 머리를 집어든 채 유유히 떠나고, 가웨인은 1년 뒤 울며 겨자 먹기로 고난의 여정을 시작한다.
14세기 영국에서 집필된 작자 미상의 두운시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원작으로 한다.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2500행짜리 서사시다. 영화는 원작 이야기의 흐름을 대체로 따라가지만, 데이빗 로워리 감독이 일부 설정을 흥미롭게 각색했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만점을 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너도나도 좋아할 오락 영화는 아니지만, 조용히 입소문을 타 왓챠 재생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다. 미국의 전문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85점을 기록하며 ‘꼭 봐야 하는(Must See)’ 작품으로 꼽혔다.
아일랜드의 장엄한 풍광을 담은 영상미와 매혹적인 연출로 ‘완벽에 가까운 걸작’ ‘비주얼 마스터피스’란 극찬을 받은 작품. 하지만 원작 서사시에 대한 이해가 없는 대다수 사람에겐 다소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평가가 많다. 영화는 주인공의 내면적 고뇌에 집중하며 느리게 흘러간다. 극장 개봉에 이어 ‘왓챠’가 독점 공개했다.
개요 영화 l 2021 l 아일랜드·캐나다 l 2시간 9분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난해함을 뚫고 나오는 아름다움
평점 로튼토마토🍅89%, IMDb⭐6.6/10
◇무간도(2002)
언더커버 느와르 ‘마이네임’이 우리나라에서 ‘오징어게임’을 제치고 넷플릭스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언더커버는 주로 조직폭력배가 경찰로 신분을 위장하는 소재를 다룬 장르다. 마이네임을 재밌게 봤다면 여기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영화가 있다. 바로 언더커버의 교과서로 통하는 영화 ‘무간도’다. 실제로 마이네임을 연출한 긴진민 감독은 “무간도가 워낙 탁월한 작품이라 참고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영화 ‘디파티드’(2006년)는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고, 국내 명품 느와르 영화 ‘신세계’(20013년)도 무간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무간도는 마약 조직과 경찰이 서로 상대 진영에 스파이를 심어 대결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중스파이가 된 주인공들은 언제 신분이 노출될지 모른다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반대 진영의 정보를 넘기는 임무를 수행해 나간다. 하지만 원래 소속 집단의 반대편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어질수록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급기야 경찰과 마약 조직의 전면전이 벌어지면서 이들은 신분이 노출되기 직전 위기에 내몰린다.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홍콩 영화스타 유덕화와 양조위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연출, 이 분위기에 관람객을 몰입시키는 배경음까지 잘 어우러지면서, 개봉 당시 “홍콩 느와르의 부활”이라는 평을 받았다. 무간도는 잘 정돈된 세계관과 주요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의 개연성이 뛰어나 한편의 역사극을 보는 느낌을 준다. 무간도는 3부작으로 이어지는데, 1편을 현재라고 보면, 2편은 과거, 3편은 미래를 다룬다. 한번 무간도의 매력에 빠져든다면, 단번에 3부작을 정주행 하게 될지도 모른다.
개요 홍콩 l 느와르 영화 l 2002 l 1시간41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특징 마이네임도 이 작품을 참고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2021)
천사표로 알려졌던 20대 여인이 실제로는 잔혹한 연쇄살인범이었다면? 빼어난 미모와 나긋나긋한 말씨로 주변에서 천사표로 통했던 엄모씨. 하지만 경악할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엄씨는 두 차례 결혼을 했는데, 두 남편이 모두 실명을 당해 치료 중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엄씨의 엄마와 오빠도 실명된 상태였고, 남동생은 큰 화상을 입고 있었다. 모두 엄씨의 소행이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스토리텔링 예능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3′(이하 꼬꼬무)를 시청해 보는 건 어떨까. 꼬꼬무는 장성규, 장도연, 장현성 3명의 이야기꾼이 ‘신창원 사건’, ‘지존파 사건’ 등 한국에서 벌어졌던 충격적인 실제 사건 이야기를 지인에게 들려주는 형식의 예능이다. 작년 6월 스페셜 파일럿프로그램으로 출발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자 아예 정규 편성됐다. 벌써 2차례 시즌을 거쳐 지난달 21일 3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최근에는 1993년 10월 전북 부안군 인근 바다에서 여객선 ‘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를 다뤘다.
개요 한국 l 예능 l 2021 l 회 당 약 8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충격적인 실화 스토리가 듣고 싶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