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요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서 본격적인 대선 시즌이 시작됐다.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 시국에 보기 딱 좋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넷플릭스가 지난 7월 공개한 ‘폭군이 되는 법’이다. 이 다큐는 근현대사에 손꼽히는 폭군인 아돌프 히틀러(독일), 사담 후세인(이라크), 이디 아민(우간다), 이오시프 스탈린(소련), 무아마르 카다피(리비아), 김씨 일가(북한) 등 6개 정권을 분석한다.
폭군이 되는 법은 이들이 어떻게 국민을 우롱해 인기를 얻고, 민주주의 체제를 무력화하며, 경쟁자들을 제거해 절대 권력을 쥐게 되는지 과정을 그린다. 다큐는 “권력을 잡고 싶은 야심가라면 이들의 방식을 배우고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반어법이다. 오히려 유권자에게 이들과 닮은 정치인이라면 ‘잠재적 폭군’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린다. 최악의 선택은 피할 수 있도록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적인 다큐인 셈이다.
◇공공의 적을 만들고, 대중적 이미지를 호소한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폭군의 대명사 히틀러는 어떻게 권력을 손에 쥐었을까. 그는 원래 소심하고 가난한 화가였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실업난과 물가 상승으로 경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그는 정치판에 뛰어든다. 히틀러의 첫 정치적 행보는 ‘공공의 적’을 만드는 일이었다. 히틀러는 “독일인들이 겪는 모든 사회 문제는 유대인들 때문”이라고 선동했다. 대부분 근거 없는 비난이었다.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던 독일인 상당수가 “차마 표현은 못 하고 품고만 있던 우리 생각을 히틀러가 대신 말해준다”며 열광했다. 유대인에 대한 분노는 커져갔고, 그 분노는 히틀러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히틀러는 항상 자신이 대중과 같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콧수염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유럽 전역에 중하류층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칫솔’ 스타일 콧수염을 하고 다녔다. “나도 당신들처럼 밑바닥 출신”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히틀러는 부자처럼 보이는 호사스러운 옷을 입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하나”를 강조하는 동시에 1차 대전 유공자임을 강조하는 군 제복을 주로 입었다.
◇국가 자원 사유화해 지지자에게 현금 살포
30여년 동안 이라크에서 잔혹한 독재자로 군림했던 후세인에게도 권력을 유지하는 요령이 있었다. 후세인에게는 권력을 지키고 정권을 유지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그는 일단 권력을 잡고 나자 바로 경쟁자 제거를 시작했다. 정권에 불만을 품은 자들을 색출해 온갖 혐의를 뒤집어 씌워 감옥에 가두거나 죽였다. 심지어 해외로 망명한 유력 야당 정치인에게는 수차례 암살자를 보내 끝내 목숨을 끊었다. 모두에게 “내게 반기를 들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심어놨다.
일단 권력을 안정시킨 후엔 충성심 다지기에 들어갔다. 가장 쉬운 방법이 돈으로 충성심을 사는 방법이었다. 그러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다. 정치자금 확보를 위해 후세인이 선택한 방법은 국가 자원을 끌어다 쓰는 것이었다. 일단 석유, 금, 천연가스 등 값비싼 자원을 국유화했다. 이를 관리하는 자리에는 전부 자기 사람을 심었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거래 가격을 통제해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과도한 세금을 부과했다. 후세인은 이렇게 축적한 정부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썼다.
후세인은 나눔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나라를 착취해 번 돈을 당 원로와 측근들에게 과감하게 뿌렸다. 이들에게 “내 편에 서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측근들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선심쓰듯 조금씩 나눠줬다. 유명한 일화로 후세인은 민간 시찰을 돌면서 아무 집에나 들어가 냉장고를 들여다봤다고 한다. 냉장고가 비어 있으면 이를 음식으로 가득 채워줬다고 한다. 국민에게 “나는 국민을 위해 돈을 쓰는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폭군 중에서도 끝판왕은 북한 김씨 일가
악명 높은 스탈린, 카다피 등 폭군 중에서도 끝판왕으로 묘사되는 게 바로 북한 김씨 일가다. 내로라하는 나머지 독재자들도 권력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씨 일가는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해 아직까지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 일가는 아예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냈는데, 이른바 ‘주체 사상’이다. 넷플릭스는 이를 대체할 적절한 영어 표현을 찾지 못했는지 아예 발음 그대로 ‘Juche’ 사상이라고 표현했다. 간단히 말하면 국가가 해외 열강들로부터 살아남으려면 당 아래로 단합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를 명분으로 당의 권력 유지를 위한 모든 악행을 정당화했다.
북한은 특히 문화 선전에 능했다. 김정일은 김일성을 신격화하는 영화를 만들어 후계자 지위를 획득했다. 심지어 체제 선전 영화를 더 제대로 만들기 위해 당시 잘 나가던 배우 최은희와 영화감독 신상옥을 납치해 이들에게 영화를 찍게 했다. 김씨 일가를 신격화하기 위해 온갖 미담을 다 갖다 붙였다. 김정일은 자신이 태어난 지 3주 만에 걷기 시작해 8주 만에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날씨를 조종할 수 있고, 처음 친 골프에서 홀인원 11개를 기록했다고 했다. 심지어 자신이 햄버거를 처음 발명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대부분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였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이미 북한 국민에게는 논리나 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김씨 일가는 심지어 국가적 기근조차 정치적 전략으로 활용했다. 굶주린 국민은 정부에 대항할 힘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가 베푸는 지원금에 의존하게 하면서 내부에서 저항할 생각을 못하게 만들었다.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이들은 핵무기 개발에 집착했고, 끝내 핵 개발에 사실상 성공함으로써 외부의 무력으로 정권이 몰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은 덜 수 있게 됐다. 다른 폭군들이 미국이나 주변국과 전쟁을 계기로 권력을 빼앗기는 모습을 보고 학습한 결과였다. 그 결과 북한은 현재까지도 권력을 유지하며 폭군의 완성체로 군림하고 있다.
◇ “누구나 폭군이 될 수 있다”
이 다큐가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단순하다. 바로 “누구나 폭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폭군 DNA’를 따지는 건 의미 없다. 특정한 가정 환경이나 핏줄이 누군가를 폭군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그저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가 있다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권력을 쥐고 나면, 민주주의 체제가 구축한 권력 견제 기능을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에게서 분명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찬찬히 행보를 살펴본다면, 너무 늦기 전에 알아챌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잠재적 폭군’이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할 일이다.
개요 미국 l 예능 l 2021 l 6부작 회 당 약 3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잠재적 폭군을 경계하라
평점 IDMB 7.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