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의 주인공 바이(왼쪽)와 파우더./넷플릭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이하 롤)가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롤 유니버스를 기반으로 제작해 7 일 넷플릭스에 공개한 장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Arcane)이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2억 1360만명 넷플릭스 구독자를 ‘롤 세계관’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개발사의 야심이 엿보인다. 일단 시작이 순조롭다. 42일간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지키던 ‘오징어 게임’의 독주를 깼고, 11일 기준 국내 순위도 2위다. 넷플릭스가 없는 중국에선 최대 영상 플랫폼 ‘텐센트 비디오’를 통해 정식 공개됐는데, 몇 시간 만에 1억3000만 건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케인'에서 과학으로 번영한 도시 필트오버./넷플릭스

2018년 라이엇 게임즈가 롤의 여성 캐릭터 4명으로 가상 걸그룹 ‘K/DA’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이 세계는 마니아의 영역이었다. 3년 뒤 공개된 ‘아케인’은 게이머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걸작 급 게임인 롤의 후광을 떼어놓고 봐도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꼬박 6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다. 총 9개 에피소드로 제작됐고 1막 당 3개의 에피소드를 3주에 걸쳐 공개한다. 프랑스의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포티셰 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았다. K/DA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회사다.

'아케인'의 오염된 지하도시 자운/넷플릭스

롤 세계관의 배경은 ‘룬테라’라는 행성이다. 애니메이션 ‘아케인’은 룬테라의 다양한 도시 중 ‘필트오버’와 ‘자운’을 배경으로 제작했다. 부유하고 번성한 지상의 도시 ‘필트오버’, 그 땅 아래 공해와 독성 물질로 오염된 지하도시 ‘자운’이 있다. 두 도시는 땅과 하늘을 공유하며 아슬아슬하게 공존한다.

‘자운’과 ‘필트오버’는 실제 게임에서 스토리 업데이트가 크게 진행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아케인’을 통해 두 지역 스토리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된 셈이다.

주인공인 폭발광 ‘징크스’를 비롯해 바이, 케이틀린, 하이머딩거, 에코, 제이스, 빅토르 등 기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징크스’와 ‘바이’를 중심으로 게임에서 공개되지 않은 캐릭터들의 과거 역사를 다루는 일종의 프리퀄 형식이다. 원작 게임에선 지상의 필트오버를 수호하는 ‘바이’와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징크스’가 서로 라이벌 관계다. 아케인에선 이들이 사실 자매였다는 설정이 공개됐다.

전쟁으로 황폐한 도시에서 바이와 파우더 자매를 거두는 '벤더(가운데)'. 원작 게임엔 없는 캐릭터다./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은 룬 전쟁으로 황폐화된 도시에서 ‘바이’와 ‘파우더’가 살아남으며 시작된다. ‘파우더’는 ‘징크스’의 어린 시절 본명으로 아케인에서 처음 공개됐다. 전투력과 리더십이 뛰어난 언니 ‘바이’, 잠재력을 가졌지만 사사건건 실수를 저지르고 사고를 치는 어린 ‘파우더’. 두 자매는 서로 의지하며 지하도시 ‘자운’의 거친 세계를 버틴다.

부모를 잃은 바이와 파우더를 거둔 건 자운의 리더 격인 ‘벤더’다. 이미 전쟁으로 많은 동료를 잃은 그는 필트오버와의 평화로운 공생을 원한다. 그러나 마법과 부를 독점한 필트오버에 대한 자운인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지하세계를 통합해 필트오버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인간을 괴물로 변신시키는 ‘시머’라는 약물을 개발한다.

브래컨 수정으로 마법 에너지를 통제할 마법 공학을 연구하는 빅토르(왼쪽)와 제이스./넷플릭스

이 시점 필트오버에선 타고난 자만 사용할 수 있었던 마법 에너지를 통제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법 공학’ 연구가 진행 중이다. 롤 캐릭터인 ‘제이스’와 ‘빅토르’가 마법 공학을 주도한다. 그러나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변동하는 힘의 균형은 필트오버에 팽팽한 긴장감을 몰고 온다.

애니메이션은 ‘자운’에서 올라온 바이 일행이 마법 공학을 연구하던 제이스의 집을 털어 각종 마법 도구들과 강력한 힘을 가진 브래컨 수정들을 훔쳐내며 시작된다. 예상치 못한 폭발 사고로 ‘자운’과 ‘필트오버’ 사이 갈등이 시작된다.

방독면을 쓰고 지하도시 자운으로 내려온 필트오버의 집행관들./넷플릭스

아케인이 공개되면서 거대한 롤 세계관을 ‘마블 유니버스’와 비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작진은 “마블 유니버스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면서도 “마블과는 목표가 다르다. 히어로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유저들과 함께 계속 확장해나갈 수 있는 서사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아케인은 원작인 리그오브레전드와 함께 호흡하는 형태다. 게임 세계관을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했고, 애니메이션 스토리가 다시 게임에 반영된다. 완결 없는 무한한 확장 가능성이 롤 유니버스의 강점이다.

'아케인'의 주인공 파우더./넷플릭스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별도의 배경 지식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다. 공개된 3회 분 중 1,2회는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관계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3화에선 본격적으로 긴장감을 폭발시키며 몰입도를 높인다.

동시에 원작 게임 팬들이 열광할 만한 요소도 충분하다. 아케인의 작화에선 ‘리그 오브 레전드’와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원화 스타일이 강하게 묻어난다.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 같기도, 영화 같기도 하다. “롤의 컨셉아트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케인의 '징크스'./넷플릭스

한국어 더빙판도 반응이 좋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베테랑 성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극중 ‘징크스’와 ‘제이스’는 게임과 같은 성우(한채언·남도형)가 담당해 화제를 모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더빙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팬들 사이에선 더빙판이 더 인기가 좋다.

작화뿐 아니라 음악도 감각적이란 평가다.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2014년 롤드컵의 테마송 ‘워리어즈(Warriors)’를 부른 이매진 드래곤스가 다시 한 번 합류했다. 메인 테마 ‘에너미(Enemy)’는 이매진 드래곤스와 미국 그래미 후보 래퍼 JID가 함께 작업했다.

개요 미국 l 애니메이션 l 2021 l 시즌 1·9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오징어게임’ 46일 독주를 끝내다

평점 로튼토마토🍅100%, IMDb⭐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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