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속 화제의 콘텐츠를 발굴, 해설·소개하는 조선일보 ‘왓칭’! 영화·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읽을 수 있게 해드립니다.(www.chosun.com/watching)
조선일보 ‘왓칭’의 11월 둘째주 추천작은 ①연모 ②러브하드 ③아케인 ④나부야나부야 ⑤폭군이 되는 법 입니다.
◇연모(2021)
쌍생으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아이. 담 밑에서 주워와 ‘담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던 한 궁녀가 궐을 걷다 자신과 똑같은 용모의 소년을 만난다. 왕세손 ‘이휘’이자 그의 오라비였다.
‘연모’는 평범한 궁녀로 살던 소녀가 세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남장(男裝)한 세자가 되며 벌어지는 궁중 로맨스 드라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만화 ‘연모’ 원작으로, KBS에서 월화드라마로 방송 중이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며 국내 순위 1위까지 올랐다.
배우 박은빈이 남장한 세자를 연기한다. 그의 스승인 시강원 사서 정지운(로운)과 사랑에 빠진다. 정 사서는 세자가 남자인 줄 알면서도 술에 취해 볼에 입을 맞추고 “충심인 줄 알았으나 연심이었다. 사내이신 저하를 연모한다”며 고백한다. 세자보다 앞서 걷고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는가 하면 이른 아침 갑자기 나타나 “한 번만 안아달라”고 한다. 판타지에 가까운 사극 로맨스다.
개요 한국 l 드라마 l 2021 l 20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판타지 궁중 로맨스
평점 IMDb⭐7.9/10
◇러브하드(2021)
연말을 알리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새롭게 풀렸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넷플릭스 영화 ‘러브하드’는 ‘나홀로 집에’ ‘러브 액추얼리’ 계보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로코물이다. 과연 새로운 성탄 특집 영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남자 복 없기로 소문난 LA 여자 내털리는 데이팅 앱에서 만난 뉴욕 남자 조시와 사랑에 빠진다. 필명으로 인터넷 매체에 연애 흑역사 에세이를 연재해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내털리는 데이팅 앱에서 대화가 찰떡처럼 잘 통하는 운명의 상대 조시를 만났다. 앱 프로필 사진에 따르면 조시는 얼굴·몸매까지 완벽한 매력남이다.
하지만 그런 조시를 만나러 떠난 뉴욕에서 엉뚱한 아시아계 남자가 내털리를 맞이한다. 대체 이 남자는 누구이며, 나의 조시는 어디있단 말인가. ‘너드’ 연기로 유명한 홍콩 출신 코미디 배우 지미 O. 양이 얼굴을 속이고 랜선 연애에 뛰어든 조시 배역을 열연했다.
개요 로맨틱코미디 l 미국 l 2021 l 106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미리 크리스마스, 따뜻한 뱅쇼 한 잔과 함께 보자!
평점 IMDb⭐ 6.4/10 로튼토마토🍅 56%
◇아케인(2021)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이하 롤) 유니버스를 바탕으로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Arcane)’이 7일 공개됐다. 공개하자마자 42일간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지키던 ‘오징어 게임’의 독주를 깼고, 11일 기준 국내 순위도 2위다.
롤 세계관의 배경이 되는 ‘룬테라’라는 행성, 그 중 ‘필트오버’와 ‘자운’을 배경으로 한다. 부유하고 번성한 지상의 도시 ‘필트오버’, 그 땅 아래 공해와 독성 물질로 오염된 지하도시 ‘자운’. 두 도시는 땅과 하늘을 공유하며 아슬아슬하게 공존한다.
주인공인 폭발광 ‘징크스’를 비롯해 바이, 케이틀린, 하이머딩거, 에코, 제이스, 빅토르 등 기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징크스’와 ‘바이’를 중심으로 게임에서 공개되지 않은 캐릭터들의 과거 역사를 다루는 일종의 프리퀄 형식이다. 원작 게임에선 지상의 필트오버를 수호하는 ‘바이’와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징크스’가 서로 라이벌 관계다. 아케인에선 이들이 사실 자매였다는 설정이 공개됐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꼬박 6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다. 총 9개 에피소드로 제작됐고 1막 당 3개의 에피소드를 3주에 걸쳐 공개한다. 2억 1360만명 넷플릭스 구독자를 ‘롤 세계관’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개발사의 야심이 엿보인다.
개요 미국 l 애니메이션 l 2021 l 시즌 1·9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오징어게임’ 46일 독주를 끝내다
평점 로튼토마토🍅100%, IMDb⭐9.4/10
◇나부야 나부야(2018)
지리산 삼신봉 자락 해발 600m에 자리한 경남 하동 단천마을. 이곳 숲속에 지어진 외딴집 청마루에 홀로 앉은 이종수 할아버지는 자주 먼저 간 아내, 김순규 할머니를 그리며 다음과 같이 되내었다. “나부야, 나부야”
‘나부’란 ‘나비’를 뜻하는 남쪽 지역 방언이다. 이종수, 김순규 부부는 각각 18살, 17살 때 중매로 만나 78년의 결혼생활을 함께 했었다. 그 중 50년은 단천마을에서 살아왔다. 이곳에서 6남매를 훌륭히 키워냈다.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했고, 늘 곁에 있을 것만 같던 동반자가 헤어진 건 2015년 김순규 할머니(당시 97세)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였다. 이후 이종수 할아버지는 한 마리 나부가 되어 아내 곁으로 가는 날만을 고대했다. 그리고 이듬해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뒤를 따라나섰다.
다큐멘터리 영화 ‘나부야 나부야’는 이종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7년 간의 시간을 담았다. 그만큼 78년 간의 시간을 공유한 이 부부가 어떻게 서로를 위하는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할아버지의 하루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요강을 비우고, 발톱 깎는 일을 돕고, 집안일을 전담하는 일로 이어진다. 때로는 손수 깎은 비녀를 할머니에게 선물하며 “둘이서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같이 갑시다”라고 말한다. 그런 할아버지가 아직도 좋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뭘 묻냐는 듯이 답한다. “그러니까 이제껏 살았지!”
당초 이 노부부의 이야기는 2012년 1월에 방송된 KBS ‘세상사는이야기’ 48화 속 주인공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이 촬영을 맡았던 최정우 감독이 감명을 받고 2011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이 이 영화로 이어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감독은 노부부의 이별 장면을 담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뒷모습은 카메라 렌즈를 한번 거치고도 잦아들지 않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다큐를 본 관객들은 이 이야기가 새드엔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진정한 동반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노부부가 거쳐온 7년 간의 사계절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들을 통해 답해주기 때문이다.
개요 l 한국 l 감동,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영화 l 1시간 4분
등급 전체 관람가
특징 진정한 동반자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됨
◇폭군이 되는 법(2021)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보기 딱 좋은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넷플릭스가 지난 7월 공개한 ‘폭군이 되는 법’이다. 이 다큐는 근현대사에 손꼽히는 폭군인 아돌프 히틀러(독일), 사담 후세인(이라크), 이디 아민(우간다), 이오시프 스탈린(소련), 무아마르 카다피(리비아), 김씨 일가(북한) 등 6개 정권을 분석한다.
폭군이 되는 법은 이들이 어떻게 국민을 우롱해 인기를 얻고, 민주주의 체제를 무력화하며, 경쟁자들을 제거해 절대 권력을 쥐게 되는지 과정을 그린다. 다큐는 “권력을 잡고 싶은 야심가라면 이들의 방식을 배우고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반어법이다. 오히려 유권자에게 이들과 닮은 정치인이라면 ‘잠재적 폭군’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린다. 최악의 선택은 피할 수 있도록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적인 다큐인 셈이다.
이 다큐는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가 있다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폭군들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권력을 쥐고 나면, 민주주의 체제가 구축한 권력 견제 기능을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에게서 분명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찬찬히 행보를 살펴본다면, 너무 늦기 전에 알아챌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잠재적 폭군’이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할 일이다.
개요 미국 l 예능 l 2021 l 6부작 회 당 약 30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잠재적 폭군을 경계하라
평점 IDMB 7.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