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게임'은 최후의 생존자가 상금 최대 3억원을 독식하는 방식의 서바이벌 예능이다. /'피의 게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평범한 사람들이 돈 때문에, 혹은 생존 때문에 인간성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모습을 연출하며 세계적인 화제작이 됐다. 하지만 실감 나는 연출이었다곤 해도, 어쨌든 작가가 만들어낸 ‘픽션’이었다. 오징어 게임을 각본 없이 진행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MBC와 웨이브에서 지난 1일부터 방영되는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은 이런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10명의 참가자가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해 탈락자를 정하고, 최후의 생존자 1명이 상금 최대 3억원을 독차지하게 하는 방식으로 ‘오징어 게임’ 실사판을 연출한 것이다.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피의 게임에는 전직 프로야구선수, 경찰, 아나운서, 한의사, 의대생, 래퍼 등 개성 강한 참가자 10명이 참가한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나 서바이벌 예능 ‘지니어스’ 출신인 한의사 최연승 등 이름이 알려진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인이다. 주어진 조건은 단순하다. 마지막 게임이 진행될 때까지 생존한 최후의 1인이 상금을 전부 차지한다. 정해진 규칙만 어기지 않는다면,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게 기본 방침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정치질, 음모, 배신, 거짓말, 속임수가 전부 허용된다.

피의 게임 저택에 모여 있는 10명의 참가자들. /'피의 게임'

최대 3억원이란 거금은 참가자들을 게임에 ‘진심’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들에게 탈락은 사실상 죽음이다. 탈락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게임을 진행하게 되고, 참가자들은 저마다 필승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최종 탈락자는 결국 투표로 정한다는 게 특징이다. 과반수를 같은 편으로 확보하면 탈락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원초적인 룰이다. 하지만 강력한 연합이 결성돼 반대편을 찍어 누르는 무난한 양상으로 흘러가진 않는다. 초반부터 배신과 거짓을 반복하는 일부 참가자의 돌발 행동들 때문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왠지 나보다 게임을 잘할 것 같아서, 다른 사람보다 예측하기 어려워서,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 같아서 등등이 이유다. 그렇게 입장을 같이했다가 돌아서기를 반복하는 이들은 예측 불가한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다.

피의 게임에선 정해진 규칙만 어기지 않는다면,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게 기본 방침이다. 살아남기 위해선 정치질, 음모, 배신, 거짓말, 속임수가 전부 허용된다. /'피의 게임'

피의 게임은 기존에 나왔던 서바이벌 예능과 차별화를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역력히 보인다. 특히 ‘피’의 의미가 재밌다. 단순히 잔혹함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피(血)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첫 회에선 시작하자마자 별다른 조건 없이 참가자 10명 중 1명을 투표해 탈락시키라는 미션이 주어진다.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대학생 참가자가 몰표를 받고 탈락한다. 기껏 참여했는데 제대로 게임에 참가해 보지도 못하고 탈락자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투표 미션에서 ‘탈락’이 전체 게임에서 탈락은 아니었다는 것이 반전이다. 탈락인 줄 알았던 대학생 참가자는 나머지 참가자들이 머무는 저택 지하 공간으로 보내져 별도의 미션을 받게 된다. 이곳에서 피자 상자를 접거나, 퀴즈를 풀면서 돈을 모으게 된다. 지하에서 저택 지상층과 연결되는 통로도 설치돼 있다. 한 번 탈락 당한 참가자에게도 다시 저택 위로 올라가 복수할 기회를 준 것이다. 이런 설정은 단번에 영화 ‘기생충’을 연상시킨다. 피(P)가 기생충(Parasite)의 앞글자를 의미했던 셈이다. 지하에서 활동하는 참가자들이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가 가장 기대되는 관전 포인트였다.

피의 게임 한 참가자가 음침한 지하방에서 피자 상자를 접고 있다. /'피의 게임'

피의 게임에선 서바이벌 예능 ‘지니어스’ 우승자 출신인 개그맨 장동민과 가수 이상민 등이 패널로 참여한다. 이들은 게임이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중계 해설을 한다. 이들의 참견이 오히려 게임 흐름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심리나 전략을 분석하고 이에 대해 내놓는 평가나 예상이 제법 날카로울 때가 있어, 나름대로 훌륭한 재미 요소다. 피의 게임 연출에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서바이벌 예능 ‘머니 게임’을 기획했던 유튜버 진용진이 참여했다. 확실히 전작의 경험을 살려 더 극적인 상황을 이끌어내는 연출의 묘미를 보여준다.

피의 게임은 첫 회부터 웨이브 콘텐츠 ‘비(非) 드라마’ 부문에서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과거에도 다양한 서바이벌 예능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훨씬 ‘매운맛’이다. 보상이 커진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고 자극적이다. 심지어 다수에게 한 번 외면당한 참가자에게는 배신감과 분노를 복수로 승화시킬 기회를 준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만큼 눈길을 잡아끌지만, 한편으론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긴장감을 고조하는 재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오히려 그로 인한 피로감으로 외면받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피의 게임에는 서바이벌 예능 ‘지니어스’ 우승자 출신인 개그맨 장동민과 가수 이상민 등이 패널로 참여한다. /'피의 게임'

개요 한국 l 예능 l 2021 l 12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오징어 게임 실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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