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연모' 속 남장 세자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됐던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퓨전 사극 장르로는 드물게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

곱상한 얼굴을 한 남성이 흑색 곤룡포를 입고 서 있다. 그의 앞 녹색 관복을 차려 입은 또 다른 남성이 애끓는 표정으로 다가와 한 마디를 던진다. “사내이신 세자 저하를 연모합니다.”

인기 퓨전 사극 ‘연모’의 설정이다. 동성끼리 연모한다는 줄거리는 아니다. 평범한 궁녀로 살던 소녀가 세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남장(男裝)한 세자가 되며 벌어지는 궁중 로맨스다.

이 스토리가 지금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환호를 얻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가 ‘오징어게임’의 흥행에 주목했을 때, ‘연모’ 역시 글로벌 넷플릭스 인기작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산 퓨전 사극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정도 성적을 거둔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공개 한 달여가 지난 23일에도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시리즈 톱10에 1위 지옥(스트리밍 4348만 시간), 3위 오징어게임(3041만)에 이어 연모는 4위(1564만)에 이름을 올렸다.

◇PC코드 저격한 ‘금기 넘는 여성’

외국인에게는 낯설 사극이 해외서도 먹힌 이유는 ‘여자라서’란 금기를 뛰어넘는 스토리 라인 때문이다. 최근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에서 두드러지는 키워드 ‘PC(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를 다룸으로써, 시대물이라는 문화적 벽을 넘게된 셈이다.

극 중 배우 박은빈이 연기한 남장 세자는 특히 날 때부터 금기를 넘어선 존재다. 왕실의 불행을 불러온다 믿는 ‘남매쌍둥이’ 중 여아로 태어나 버려지고, 담 밑에서 주워온 ‘담이’란 이름의 궁녀로 살아간다. 반면 똑같은 용모의 오라비는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왕권을 이어받는 후계자가 된다.

죽은 오라비를 대신할 때만 계급 역전의 기회를 얻는 주인공은 드라마 초반 불쾌할 정도로 무력하다. ‘여자’라는 사실이 존재의 위협이 되는 상황을 넘기 위해 주인공이 하는 일은 여성성을 은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가슴을 명주천으로 동여매고, 남자처럼 걷고 호통 치는 식. 물론 이 주인공이 점차 뛰어난 무술 실력과 처세를 익히며 왕권에 성큼 다가가는 ‘사이다식 전개’로 이어진다.

드라마 '연모'의 한 장면./아크미디어·몬스터유니온

남성인줄 알면서도 세자를 사랑하는 시강원 사서 정지운(로운), 같은 여자라는걸 모르고 세자를 사랑하게 된 세자빈(정채연) 등 유사 동성애 설정도 전형적인 글로벌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 ‘PC 키워드’로 볼 수 있다.

◇백조로 변신한 K신파

아버지 혜종이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담이. /넷플릭스

또 다른 흥행요소는 드라마의 전매 특허 ‘신파’다. 남장 시켜서라도 딸 목숨을 살리려는 어머니 중전,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는 아버지 혜종, 세자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는 연인과 부하까지. 연모는 각종 신파적 인물을 통해 끊임없이 시청자의 눈물샘과 감정을 자극하려 든다.

이런 ‘눈물 즙짜기’ 설정은 비현실적이고 인위적인 설정으로 느껴지기 쉽다. ‘K신파’라는 조롱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 시청자 사이에선 이런 한국식 신파 줄거리가 오히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준다는 반응이다. 드라마에 대한 판타지를 제대로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다. 유튜버들이 한국 인기 드라마 속 신파 장면을 보며 눈물을 펑펑 흘리는 ‘리뷰 영상’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놀이와 패턴이 되고 있다.

해외유튜버들이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신파적 장면을 보고 대성통곡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개요 한국 l 드라마 l 2021 l 20부작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판타지 궁중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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