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웨이브 커뮤니케이션 전략부 박선주 매니저입니다. 웨이브 플랫폼 내 공개되는 다수의 작품들의 홍보기획을 주로 전담하고, 작품 선정과 발굴, 투자기획 과정 등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팀의 작고 소중한 막내이기도 합니다.

2. 타 OTT 매체도 많이 보시나요?

물론요.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전부 잘 보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아예 시즌제 작품 하나를 골라 하루종일 정주행 하고, 평일 퇴근 후엔 최소 3~4개 타사 OTT 공개 작품을 보고 자죠. 화제작은 퀵VOD로 생방처럼 공개 즉시 체크도 하다보니 담당자들 모두 거의 ‘걸어다니는 편성표’입니다. 팀원끼리 최신작 줄거리 스포일러라도 하면 서로 죽일듯이 쳐다봐요. 일이니 무조건 봐야 하는데 스포 당하면 두 배로 괴롭거든요.

3. 올 한 해 ‘웨이브’를 으쓱하게 만든 화제작 3개를 꼽아주신다면.

<모범택시>

택시기사로 위장한 주인공이 나쁜 놈들을 잡아 사설 감옥에 가둔다는 파격적인 설정이죠. 공개 시점이 자타공인 흥행작 ‘펜트하우스’ 직후였어요. 그래서 사실 그 그늘에 묻힐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막상 뚜껑 열고 보니 웨이브 자체 집계 최고 시청시간, 최고 동접시간 성적이 펜트하우스와 거의 비등하더라고요. 지난 한 해 동안 웨이브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 1위 작품이기도 합니다.

유포리아. /웨이브

<유포리아>

약물과 성, 트라우마, 범죄, 그리고 소셜미디어가 가득한 세상 속 사랑과 우정 사이 갈등하는 10대 청소년 이야기를 담았어요. 올해 중순부터 웨이브가 독점 수입을 시작한 HBO(워너 미디어 산하 미국 유료 케이블 네트워크) 작품 중 하나죠. 첫 공개된 지난 9월 내내 웨이브 해외시리즈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어요. 게다가 앞선 흥행작 ‘왕좌의 게임’ 시즌 1, ‘로마’ 시즌 1보다 회차도 훨씬 적은데 시청시간은 두 배 이상 따돌렸어요. 미국 MZ세대 롤모델로 급부상한 여배우 젠데이아, ‘넷플릭스 아들’이라 불리는 ‘키싱부스’ 흥행 남배우 제이콥 엘로디 등 남녀 주연배우 높은 인지도도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매니저들이 공개 시점을 두고 가장 마음 고생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연령시청가 심의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넣었는데 하필 디즈니 플러스도 국내 서비스 시작 직전 여러 작품 심의를 넣더라고요. 영상 심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결과 고지가 자꾸 밀렸어요. 덩달아 공개 시점이 3주나 밀렸고, 화제작이다보니 기다리던 구독자의 항의 문의글도 쏟아졌었습니다. 결국 등급 결과가 나와 공개할 수 있게 됐을 땐 “드디어!”라며 울 뻔 했던 기억이 나네요.

왓칭 썸네일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갑작스레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그리고 그녀의 찌질한 진보평론가 출신 남편이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정치 활극을 유쾌하게 다룹니다. 오로지 웨이브에서만 공개한 단독 오리지널작으로는 가장 유의미하고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어요. 신규 가입자 유입 시청지표(가입 후 가장 먼저 시청한 작품)가 원래 매일 순위가 바뀌는 편이었는데, 이 작품은 압도적으로 공개 첫 주 동안 1위 자리를 지켜냈었죠. 공개 한 달 반째가 된 지금도 전체 시청률 또한 10위권 안쪽을 지키고 있고요. 시청자들 사이 시즌2에 대한 자발적인 요청이 두드러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4. 반대로 ‘아픈 손가락’ 같은 작품도 세 개 꼽아본다면.

<취향의 아이콘>

담당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아픈 손가락.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아이콘’ 멤버들이 떠난 2박3일 강릉여행 이야기를 담은 예능이에요. 그간 웨이브에서 10대 20대를 겨냥한 오리지널 아이돌 예능이 꾸준히 선방한 편이었거든요? 소년멘탈 캠프(그룹 NCT DREAM), M토피아(슈퍼M), 반전의 하이라이트(하이라이트) 등.

그런데 이 작품은 정말...말 그대로 묻혀버렸어요. 제작발표회 당일 아이콘 멤버 ‘비비’씨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져서요. 이 작품 관련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가 “비비, 책임감 있는 아빠가 됐다” 등. 하필 배우 김용건씨가 아빠가 된 지 얼마 안 된 때라 더욱 그랬죠. 인간 대 인간으로는 축하할 일이었습니다만....(박 매니저는 더 말을 잇지 못 했다.)

<오월의 청춘>

/웨이브 오월의 청춘

80년대 민주화 운동 시대를 배경으로 청춘 남녀의 애틋하고 풋풋한 사랑을 그렸어요. 애청자 사이에선 나름 ‘웰메이드 작품’이란 호평도 많고, 민감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했지만 고증이 잘 된편이라 논란이나 잡음도 비켜나갔죠. 다만 기대했던 거에 비해 공개 당시 시청률이 저조해서 마음에 걸렸어요. 담당자란 직분을 떠나 개인적으로도 ‘인생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최근 다른 회사의 아픈 손가락(설강화) 논란으로 상대적으로 고증 잘 된 드라마라며 역주행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합니다만. 소설 원작(김해원 작가, ‘오월의 달리기’)이라 줄거리도 탄탄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선이 고조되는 작품 자체만으로도 꿀잼을 보장합니다.

<문명:최후의 섬>

현재진행형의 아픈 손가락. 촬영지가 전라남도 실제 무인도인데 제가 직접 서울에서 15시간 동안 운전을 해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죠. 하지만 ‘무인도’란 배경이 발목을 잡을지 몰랐어요. 이 설정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은 ‘매운맛’ 전개를 기대한 것 같은데 실제는 다큐멘터리 PD가 제작한 ‘순한맛’ 다큐 예능입니다. 이 간극 때문인지 화제성과 시청률이 저조해서 슬펐어요. 등장인물이 유명 연예인보다는 일반인 크리에이터가 많은 것도 영향이 있었고요. 그래도 담당자 입장에선 새로운 시도의 예능이라고 자부합니다. 각 출연자가 특기를 살릴 수 있는 물건을 들고 무인도에 들어와 아무 것도 없는 땅에서 문명을 만들어가요.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협업과 공존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계속 던지죠. 자극적인 연출은 없지만 계속 보다보면 어느새 힐링을 얻으실 거에요.

5. 화제작들, 시나리오 처음 봤을 때도 뜰거라 예상했나요?

솔직히 아니요. 매 작품마다 장미빛 미래는 잘 그리지 못 해요. 다만 웨이브 출범 초기부터 대부분 작품은 저희 커뮤니케이션 전략부, 국내 및 해외 편성 사업부 등이 꼭 함께 가편집을 시청 후 총평을 취합해 왔거든요. 여기서 빵빵 터지면 늘 시청자 반응도 좋았어요. 대표적 예가 드라마 ‘유 레이즈 미 업’. 9급 공무원 시험만 6년째 준비중인 장수 공시생이 치료를 받으러 간 비뇨기과에서 첫사랑을 주치의로 만난다는 설정이죠. 고개 숙인 남주인공, 비뇨기과와 자위행위 소재. 이거 괜찮을까? 사실 홍보사업부 고민이 정말 컸어요. 그런데 자체 시연회에서 남녀 직원 가릴 것 없이 빵빵 터진거에요. 덕분에 용기를 갖고 내보냈고, 실제 반응도 좋았어요.

6.웨이브에서 밀고 있는 슬로건은?

‘없는 줄 알았는데 웨이브에 있었어!’. 저희는 국내 최대 OTT 라이브러리라고 자부해요. 가장 자랑할 수 있는건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거의 모든 다큐멘터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넷플릭스는 OTT 구독자 선점 효과도 있고, 해외 다큐,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다큐가 많긴 하지만, 국내 다큐 숫자를 보면 저희가 훨씬 폭넓은 아카이브를 자랑합니다. 결코 해외 다큐에 뒤지지 않는 좋은 작품이 많아요. 이 점을 널리 알리려고 노력 중이고, 해외 다큐 콜렉션 확보 자체도 계속 늘려가고 있고요.

무한도전, 1박2일, 하이킥 시리즈, 순풍산부인과 등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예능, 시트콤 드라마 등 클래식 작품도 저희가 가장 많이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실제 구독자 수요도 여기에 일치해요. 무한도전은 이달 기준 주간 예능 차트 4위를 지키고 있고, 드라마 ‘전원일기’도 상위 시청시간 11위~12위를 계속 오가거든요.

7.요새 OTT매체 범람시대라 불리잖아요. 웨이브 만의 경쟁전략이 있다면?

사실 다른 OTT 매체를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이제 국내 시청자분들이 꼭 한 매체만 보는 시기는 지나갔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컨대 ‘디즈니 플러스 보니깐 웨이브 안 봐’가 아니라, 저거 보니깐 웨이브도 봐야지. 이게 더 정확한 저희의 목표죠. 구독자의 다양한 선택지 중 ‘온리 원’일 필요는 없지만, 항상 선택 범위에는 들어갔으면 하는 거죠.

8. “이건 놓치면 구독자 분들이 정말 아쉬우실 거에요!” 하는 기대작들 알려주세요.

현재 원작 기반의 스토리가 탄탄한 IP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특히 올해는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에 주력했다면, 내년에는 ‘오리지널 영화’ 제작도 활발해질 예정이죠. 이를 위한 ‘스튜디오 웨이브’가 지난 1월 설립됐고, 젠틀맨(배우 박성웅, 주지훈), 데드맨(배우 김희애, 조진웅) 등 일부 작품을 내년 공개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