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괴물을 족칠 때가 가장 재밌다.
미국 방송인 제프 린제이가 소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를 발표한 게 2004년이다. 소설이 나오자마자 드라마 제작에 들어가 2006년 ‘덱스터’란 간결한 이름으로 첫 시리즈가 나왔다. ‘대박 예감’은 들어맞았다. 8년간 해마다 시즌이 추가됐다. 2013년 ‘덱스터’는 종영했지만 팬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덱스터, 살아있잖아. 이렇게 끝낼 수는 없잖아? 팬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8년 만인 2021년 말 나온 번외편이 ‘덱스터: 뉴 블러드’다.
◇덱스터 줄거리: 괴물 박멸하는 괴물
덱스터의 살인 본능은 타고난 것일까, 어릴 적 불운이 만든 것일까. 경찰이었던 아버지는 덱스터의 ‘살인 본능’을 알아차리고 ‘좋은 살인마’가 되게 훈육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죽고, 운명은 대물림된다. 어머니를 불행하게 잃은 덱스터는 아내도 똑같은 방식으로 떠나보낸다. 운명처럼, 아기 해리슨 역시 제 어미가 흘린 피웅덩이 속에서 살아남았다.
개인적 고통과 ‘심판자’로서의 우월감이 커지면서, 그 갭 사이로 불행이 몰려온다.
◇‘덱스터: 뉴 블러드’ : 형, 오래 했지?
바다에서 끝난 시즌 8에 이은 새 시즌, 눈밭에서 시작한다. 헐떡이며 순록을 쫓는 덱스터. 그러나 그는 살생하지 않는다. 그는 총포상 직원 ‘짐’이기 때문이다.
동생 데브라의 시신을 폭풍 치는 마이애미 바다에 던지고 ‘아이언 레이크(실제로는 메사추세츠 쉘번폴스)’로 잠적한 구(舊) 덱스터, 현(現) 짐. 8년간 자신과 남을 속이며 살인충동을 이겨온 그였지만, 결국 살인을 저지른다. 당연히 비닐로 작업장에 피가 튀지 않도록 했으며, 죽기 직전 그가 왜 죽어야 하는지도 알려줬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도, 사이코패스도 세월에는 진다. 손과 감각이 녹슬어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끝이 아니다. 헤나와 함께 남미로 도피시켰던 어린 아들 해리슨(잭 알콧)이 고등학생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아이와 헤어진 시간만큼 어색하다. 문제는 이 녀석에게서 뭔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피 냄새가.
◇바쁜데...볼까 말까
덱스터 시즌1~9에는 부제가 없었다. 그러나 시즌 9 격에는 ‘뉴 블러드’라는 제목이 붙었다. 번외편이면서 새로운 시리즈로 가는 환승역인 셈이다.
‘뉴 블러드’란 제목은 짐작대로, 살인마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덱스터가 중력에 굴복하는 사이, ‘소년 소시오패스’가 슬며시 잔혹과 매혹을 양 손에 쥐고 매력을 발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시즌 1의 충격적인 설정에 비하면 아들 해리슨은 아직 멀었다. 덱스터에게서 느껴지는 악마성이 약한 편. ‘청출어람’은 아직 멀었다. 다만 이 여려보이는 젊은 배우에게 어느 농도의 ‘악마성’을 주입할지가 혹 만들어질 미래 드라마의 성공요인이 될 것 같다.
번외편이 반가워 골수 팬들의 평점은 꽤 후한 편. 볼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그냥 보는 편이 낫겠다. 전체 96편까지 봐놓고 번외를 안 본다? 제주 흑돼지 삼겹살 세 근 사놓고, 돈 아깝다고 깻잎을 안 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덱스터’를 시작한다면
-(주의) 일부 회차 스포일러가 언급됩니다.
미드는 시즌 도입부가 지루하다는 게 ‘정설’이지만, ‘덱스터’는 시작부터 팍팍 치고 나가는 맛이 있다. IMDB 기준, 시즌 1은 8.8로 시작해 9.6점으로 끝났다. 시즌 2도 8.7로 시작해 9.2를 기록했다.
애초에 팬이 아니라면, 시즌 1~4, 혹은 시즌 1~2만도 좋겠다. 왜 덱스터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연쇄살인마’로 불리는지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시즌 8의 12회는 4.7, 뉴블러드 10회는 4.4였다. 시즌 8 최종회에 ‘별점 테러’는 감정분출형 ‘여자 덱스터’ 데브라를 수장(水葬)시키는 슬픈 결말 때문이었다. 뉴블러드 최종회인 10회 별점이 왜 ‘4.4′ 인가는 알아서 상상하시라. IMDB 기준, ‘덱스터’ 106편의 평점을 표로 정리했다. (*9점 이상은 붉은색, 5점이하는 푸른색으로 표시했다. **스크롤 압박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