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문화부 김성현 기자.

1.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20여 년차 회사 생활 가운데 절반 정도를 문화부에서 생활한 평범한 신문 기자입니다.

2. 클래식 분야 취재를 오래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최애 클래식 곡 3개를 꼽아주신다면?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에 산재한 섬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곳을 세 장소만 콕 집어 달아는 것만큼이나 사실 대략난감한 질문입니다. 서른다섯에 세상을 떠난 모차르트의 작품만 600여 곡, 악성 베토벤의 작품 번호가 붙은 곡만 100여 곡, 서른 갓 넘어서 절명한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남긴 곡만 800여 곡입니다. 1607년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이후 400여 년 오페라의 역사에서 지금껏 남아 있는 작품도 부지기수입니다. 그 가운데 세 곡만 꼽아달아는 건 사실상 눈 앞에 보이는 모래 운동장에서 방금 손에 움켜잡은 모래 가운데 반짝이는 세 알을 꼽으라는 주문과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작곡가를 꼽는다면 모차르트, 번스타인, 쇼스타코비치입니다.

3. MBTI 성향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사실 들어본 적은 많지만 해본 적은 없습니다.

4.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OTT에 돈을 지불하고 계시나요?

냇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왓챠 세 군데의 온라인 영상 서비스에 대해서 꼬박꼬박 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다분히 직업적 의미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모든 서비스의 영상을 빠짐없이 볼 만큼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5. 가장 기억에 남는 클래식 관련 뉴스나 ‘아 이건 영화, 드라마 감이야’ 느끼셨던 사건이 있나요?

안익태(왼쪽)와 애국가 악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부터 ‘베토벤 바이러스’까지 클래식에 관련된 모든 스토리는 사실상 천재와 범인(凡人)의 대립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클리셰(상투적 이야기)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을 사랑하는 편입니다. 만약 제가 지금까지 취재한 이야기들 가운데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는 과연 조국을 사랑했는가 변절하고 말았는가, ‘동백림 사건’의 윤이상이 방북한 것은 애국적 행위인가 친북적 행위인가 등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드라마는 현실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일까요.

6. 영화로 찍을 만한 클래식 관련 인물은요?

이 질문은 ‘현실의 인물들이 영화만큼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저는 반대가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우리가 영화화하지 못한 것은 그들의 삶이 충분히 극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실은 그 반대가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요.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 쇼스타코비치의 양심 등은 언제나 다시 영화화해도 좋은 소재들입니다. 문제는 인물이나 사건이 적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삶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준비가 되었는가 여부입니다.

7. 클래식 중 영화 속 특정 분위기의 장면에 어울릴 만한 클리셰 같은 곡이 있다면?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2번은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부터 한국 영화 ‘해피엔드’까지 언제나 사랑받는 사운드트랙입니다. 마찬가지로 비발디의 ‘사계’ 역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부터 ‘올드보이’까지 사실상 모든 계절의 모든 악장이 영화에서 흐르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꼽으라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입니다. ‘양들의 침묵’ 시리즈부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까지 모든 영화에서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입니다.

8. 클래식은 ‘어렵다’라는 반응도 있는데요. 쉽고, 재밌게 클래식을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클래식이 어려운 건 ‘서양 고전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서양이 아니라 동양, 고전이 아니라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당연히 낯설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지요.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면, 그 간극을 뛰어넘은 든든한 발판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그렇기에 영화에서 흐르는 클래식 음악부터 출발하는 방식을 권하는 편입니다.

9. 현재 보고 있거나 푹 빠져있는 작품들이 있으세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저는 클래식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배반하는 작품들에 안테나를 길게 뽑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최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에서 출발해서 1961년 내털리 우드 주연의 동명 영화로 거슬러 올라간 뒤 다시 레너드 번스타인의 원작을 곱씹어 보는 방식이지요. 기자에게 출발점은 언제나 과거가 아니라 현재입니다. 그렇기에 클래식의 역사를 다시 훑어보는 재미가 있지요.

10. 여태껏 보신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중 특별히 음악 활용이 돋보이는 작품 3편만 꼽아주세요.

영화 '기생충'

스탠리 큐브릭과 박찬욱 감독의 사실상 모든 영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 ‘디 아워스’와 ‘순수의 시대’, ‘플래툰’과 ‘지옥의 묵시록’ 등등입니다. 만약 그 중에서 추리기 힘드시다면 저의 졸저 ‘시네마 클래식’을 참조하시면 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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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작 보러가기>

웨스트 사이드(로버트 와이즈 버전)

기생충

디 아워스

순수의 시대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아이즈 와이드 셧

시계태엽 오렌지

스파타커스

올드보이

아가씨

설국열차

기생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