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OTT에서 볼만한 작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유명하다는 작품은 죄다 봤는데, 이렇다할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푸념도 나옵니다. 조선일보 왓칭팀이 매주 주제를 정해 다섯 작품씩 추천합니다. 이번주 추린 작품들은 미성년자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른바 ‘19금 콘텐츠’입니다. 이번 콘텐츠에 더해 앞서 왓칭팀이 설 연휴를 맞아 만든 ‘혼자라서 좋아. 가족과 함께 볼 수 없는 드라마 5′도 참고 부탁드립니다.

◇뉴니스

“데이팅 앱으로 만난 두 남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찾아드는 권태감. 두 사람은 좋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2017년 개봉한 영화 뉴니스(Newness)에 대한 넷플릭스의 설명이다.

영화 뉴시스의 개봉 당시 포스터

넷플릭스의 설명대로라면 뻔한 영화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뉴니스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움, 최근에 생김, 생소함’ 등. 사전적 의미처럼 내용이 파격적이다. 데이팅앱으로 만난 남녀 주인공은 서로에게 푹 빠진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쿨함의 끝판왕’ 커플이다.

두 주인공은 ‘개방 연애’를 표방하며 서로 다른 이성을 만나는 걸 용인한다. 서로 다른 사람과 데이트하는 모습을 엿보고, 데이팅앱을 통해 여성을 초대해 세 명이 함께 관계를 갖기도 한다. 물론 계속 충격적인 장면만 나오다가 영화가 끝나진 않는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장면이 나온다. 남자 주인공이 전 아내를 만나 묻는다. “행복해?” 전 아내가 이렇게 답한다. “응.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알아? 전혀 재밌진 않아. 뭐랄까. 다 지겹고 뻔한 것들이야. 어쩌면 그런 게 어른일지도.”


◇금붕어 아내

딱 일본의 ‘19금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맞는다. 같은 제목의 성인 만화가 원작이다. ‘아내는 어째서 선을 넘었을까’가 이 드라마의 주제다. 24살 연상 배우와 결혼했다가 지난해 이혼한 시노하라 료코가 주인공이다. 14살 연하 국내가수와 불륜설에 휘말렸던 그여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일본 드라마 금붕어 아내 포스터/넷플릭스

첫 회, 첫 장면부터 노출은 파격적이다. 초고층 고급 아파트에 사는 여섯 아내가 각자의 속사정에 따라 불륜을 벌인다. 8부작인 드라마는 금붕어 아내에서 출발해 외주 아내, 도시락 아내, 러닝메이트 아내, 두통 아내, 리모델링 아내를 거쳐 다시 금붕어 아내로 되돌아온다.

남편의 외도와 폭력을 못이겨 동네 금붕어 가게로 피신했다가 연하의 가게 주인과 사랑하게 되는 아내에서부터 아이가 갖고 싶은데 전혀 관심없는 남편 때문에 고민하던 중 갑자기 연락 온 전 남자친구와 선을 넘는 아내, 변태 성욕을 가진 남편의 요구로 남편의 직장 후배와 잠자리를 갖게 되는 아내 등 극적인 불륜 케이스만 모아놨다.

특히 남편의 불륜에 충격받아 남편을 못 알아보는 아내가 남편인 줄 모르고 다시 그와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는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야한 것 빼고는 볼 게 없다”는 혹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금붕어 아내(1화)에서 출발해 금붕어 아내(8화)로 끝을 맺는 구성을 보면 작가는 “불륜에도 이유가 있다. 결과적으로 용서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유포리아

인스타그램 팔로워 1억명,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Z세대의 아이콘 ‘젠데이아(Zendaya)’에게 에미상을 안긴 HBO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 MZ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4050 세대가 봐도 남사스러운 아찔한 수위를 자랑한다. ‘이것이 아메리카 10대 감성이란 말인가’ 세태를 걱정하게 되는 동시에, 혀를 끌끌 차면서 끝까지 보게되는 콘텐츠다.

밝고 건강한 보통의 하이틴물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10대의 섹스, 마약, 동성애, 데이트 폭력, 트라우마, 임신, 낙태 등 위태로운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뤘다. 감각적인 색감과 트렌디한 연출, 배우들의 패션, 화장법도 문화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드라마는 이들이 비로소 정체성을 찾고 사회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며 ‘유포리아(극도의 행복감)’로 향하는 단계를 그린다.

1996년생인 젠데이아는 디즈니 채널 출신 하이틴 스타다.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그가 이 드라마에선 약물 중독 고등학생 ‘루 베넷’ 역을 맡았다. 불안과 강박 속에서 전쟁 같은 매일을 버텨내는 ‘루’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72회 에미상에서 역대 최연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킬링 이브’의 산드라 오, ‘더 크라운’의 올리비아 콜맨 등을 제쳤다.

◇스루 마이 윈도

앞서 소개한 ‘유포리아’처럼 10대가 주인공이다. 유포리아가 미국 10대의 수위 높은 ‘갬성’을 보여준다면, 스루 마이 윈도는 ‘스페인 고딩들’의 사랑을 다뤘다. 2022년 2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비교적 따끈따끈한 작품인데, 스토리는 뻔하다. 재벌 3세인 남고생과 평범한 가정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다. 스페인판 ‘꽃보다 남자’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런데 수위는 꽃보다 남자와는 전혀 다르다.

스페인 영화 스루 마이 윈도/넷플릭스

여주인공이 옆집에 사는 재벌 남주인공을 스토킹한다. 그러다가 서로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수위 높은 장면으로 만들었다. 분명 하이틴 드라마인데, 순한맛이 아니라 마라맛인 셈이다. 정사 장면이 가득한 고등학생들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심의를 통과했을까란 생각까지 든다. 또 드는 생각은, 스페인 고등학생들은 정말 이럴까?

동명의 웹소설에 기반한 작품이다. 재벌의 사랑 이야기가 넘쳐나는 한국에선 ‘이게 뭐야’할 수도 있지만, 매력적인 두 주인공의 모습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딱 ‘킬링타임용’으로 볼만하다.

◇베르사유

‘베르사유’는 영국 귀족의 성생활을 엿볼 수 있던 ‘브리저튼’의 프랑스 버전쯤 된다. 17세기 프랑스에서 ‘태양왕’으로 군림한 루이 14세의 삶을 39금 버전으로 다룬 작품이다. 루이14세의 화려한 여성 편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탓에 선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19금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넷플릭스 '베르사유'

베르사유에 호화로운 궁궐을 짓고 절대왕권을 과시하려는 루이14세와 이에 맞서는 파리 귀족 세력의 대결이 주요 내용이다. 첫 시즌은 궁전 건설 과정에서 귀족들과 생기는 대립을, 두 번째 시즌에선 완공된 궁전에서도 계속되는 각종 암투, 세 번째 시즌은 교황 세력과 대립을 그린다.

회당 260만 유로(약 35억원)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갔다. 드라마는 실제 베르사유 궁전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베르사유 궁전을 배경으로 여배우보다 예쁘게 치장한 남성들이 하이힐을 신고 나타난다. 화려한 의상이나 소품들이 디테일하게 제작돼 볼거리가 풍성하다. 화려한 궁전 예법이나 당시 시대상 고증에도 충실했다는 평가다. 지루한 사극과는 확실히 거리가 먼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