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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모은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대개 ‘영웅’들의 이야기다. 미 프로농구 시카고 불스 마이클 조던의 ‘라스트 댄스’나 F1 챔피언 미하엘 슈마허의 ‘슈마허’ 등이 그렇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적 실력과 활약에 열광하고, 인간적 고뇌와 다툼 등을 보며 ‘저들도 사람이었구나’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작품들은 거대한 ‘쇼’와 같다.

정반대의 스포츠 다큐도 있다. ‘죽어도 선덜랜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단골 꼴찌팀 선덜랜드와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이야기로 축구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아무래도 보통 사람 사는 모습은 이런 쪽에 가까울 것이다. 열심히 살아 보지만 넘어지고 깨지고, 그러다 다시 일어나 또 부딪쳐 보는 쪽.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도 이 쪽이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 큰 어른들이 가느다란 방망이로 작은 공을 쳐내고는 죽자 사자 내달리며 울고 웃는다. 그 안에 살며 겪는 희로애락이 다 녹아 있다고들 한다. 이 다큐 속에서, 프로야구 단골 꼴찌 팀 한화 이글스는 한번 이겨보겠다고 온 힘을 다해 달려들어 구르고 부딪치고 깨진다. 각본 없는 드라마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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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화 이글스는 KBO 역대 최다인 18연패 기록의 리그 최하위였다. 2009년 이후 6번째 꼴찌. 오죽하면 한화 팬들은 연민의 뜻까지 담아 ‘보살’ ‘부처’라 불렸다. 제 역할을 못하는 코치와 프런트를 향해 독수리를 닭으로 얕잡아 말하는 은어 ‘칰무원(치킨+공무원)’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팀은 이미 쓰러졌고, 패망 수준이 되어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다 우릴 우습게 생각한다. 혁명 수준의 뭔가가 있지 않으면 팀이 바뀔 수 없다.”(석장현 전략팀장)

2021년, 미국 프로야구 출신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그의 코치진을 영입해 팀을 맡겼다. 단장·프런트와 처음 만났을 때, 벽에 걸린 1999년 마지막 우승 사진을 보며 새 감독은 말한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우리에게 새 사진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프런트와 감독은 팀을 바닥부터 부수고 새로 쌓아올리는 ‘리빌딩(rebuilding)’을 시작한다.

기적처럼 분위기가 좋아졌다. 고참을 내보내고 젊은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 감독은 “실패해도 괜찮다. 배우고 성장하라”며 ‘실패할 자유’를 강조하며 격려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100%를 다하라”고 밀어붙인다. 스스로를 못 믿던 ‘새가슴’ 강속구 투수는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한다. 세대 교체도 빠르게 진행된다. 공 잡는 법을 살짝 바꿔주자 멋진 커브가 꽂히고, 배트 잡는 자세를 고쳐준 다음 날 만루 홈런을 때려낼 땐 마법이 따로 없다.

하지만 ‘리빌딩’은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어이없는 실수들, 주축 선수의 부상이 발목을 잡는다. 호통치고 분노하고 눈물 흘리는 더그아웃과 클럽하우스 안의 이야기가 여느 액션 영화 뺨친다. 10연패를 끊고 1승을 올리던 순간은 가슴 뭉클하다. 텅 빈 관중석에 얼마 안 남은 한화 팬들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듯 구장이 떠나가라 환호하며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리며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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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가 꼭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한번 해 보는 거다. 양키스 포수 요기 베라가 했다는 말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것, 그게 야구와 인생의 공통점이니까. 마침 지난 주말 프로야구가 개막했고, 8일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도 개막한다. 이 다큐를 보고 나면, 어느 팀이든 응원하러 야구장에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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