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OTT에서 볼만한 작품이 없다”고요? 에이, 설마요...조선일보 왓칭팀이 매주 주제별로 다섯 작품씩 추천합니다. 일단 웃음을 잃은 당신을 위한 처방전. 작품성보단 얼마나 빵빵 터지느냐를 기준으로 선정했습니다. ① 그때 그 시절 패밀리 ②SNL코리아 ③원 더 우먼 ④모럴 센스 ⑤브루클린 나인나인입니다.
◇그때 그 시절 패밀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미국의 성인 애니메이션 ‘그때 그 시절 패밀리(F is for Famiy). 우선 이 작품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수 있다. 중간중간 ‘후방주의’를 요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도 적지 않다.
그때 그 시절 패밀리는 1970년대 초중반 미국 펜실베니아의 한 작은 마을이 배경이다. 제목처럼 한 패밀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프랭크 머피(39)와 그의 아내 수(36) 그리고 그들의 네 자녀가 주인공이다. 그때 그 시절 패밀리를 빵빵 터지게 하는 건 ‘수퍼 다혈질’인 프랭크 때문이다. 지역 공항의 수하물 담당자인 프랭크는 그시절 아버지가 다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화를 참지 못한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프랭크는 툭하면 “내가 이러려고 한국에서 돌아왔느냐”는 말을 내뱉는다. 프랭크의 화는 고스란히 그의 아내와 아들 케빈(15), 빌(12), 딸 모린(10)에게 향한다.
참을성 부족한 아버지의 이야기만 있었다면 빵터지는 작품으로 추천하기 부족했을 것이다. 프랭크의 가족 하나하나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웃음을 준다. 파업, 마약, 인종차별 등 미국의 당시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으면서 그 안에 ‘병맛’이 섞인 웃음 코드를 잘 버무렸다. 웃음에 더해 작품성도 인정받는 이유다. 미국 영화정보 사이트 IMDb에선 평점이 10점 만점에 8점이고, 미국의 비평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선 신선지수가 93%에 달한다.
통상 미국 애니메이션은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문화권이 다르면 장벽이 있다. 하지만 이 애니는 가족을 중심에 놓아 그 장벽의 높이를 낮췄다. 병맛이나 성적 수위에서는 ‘순한맛’에 속하는 심슨 시리즈보다 이해하긴 오히려 쉽다.
2015년 12월 방영을 시작해 지난해 11월 시즌 5까지 총 44회의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각 에피소드는 25분 안팎인데, 한번 빠져들면 정주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SNL코리아
“제가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신뢰를 주려 애써보지만 떨리는 목소리, 부릅떠 보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눈. 하지만 앵커의 평범한 질문 하나에 “좋은 질문? 지적? 아무튼 감사하다”면서 동공 지진을 일으킨다. 끝내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울먹이며 퇴장하는 20대 인턴기자. 이런 사회 초년생의 디테일을 살린 연기에 특히 MZ세대는 열광했다. 인턴기자를 연기한 주현영은 단숨에 인기인으로 떠올랐다. 인턴을 괴롭히는 게 불편하다는 ‘프로불편러’들의 반감이 있었지만, 윤석열 이재명 안철수 등 대선주자를 출연시키면서 논란까지 잠재웠다.
이 콩트는 Saturday Night Live(SNL) 코리아의 한 코너. 지난 대선 경선 기간 중 OTT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의 존재감을 높여준 코미디다. SNL은 성역 없는 정치사회 풍자와 19금 유머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40년 넘게 장수한 미국 NBC 간판 코미디쇼다. 2011년 tvN이 ‘SNL코리아’로 한국에 들여와 ‘모두 까기’ 정신을 이어받아 인기를 끌었지만, 점차 시들해지면서 2017년 종영했었다.
‘팬덤’정치로 정치풍자가 사라진 땅에서 거의 유일하게 그 역할을 해냈다. 개그맨 안영미는 거리낌 없이 “재명 오빠? 난 오빠의 그런 ‘점’이 좋더라”는 대사를 날린다. 배우 김부선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묘연한 관계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특유의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다주택자’, ‘자영업자’ 등이라고 써 붙인 연기자들이 등장해 차례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도 내놓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적나라하게 비꼰 것이다.
신구, 좌우 권력을 가리지 않은 점이 인기비결. 손바닥에 ‘王(왕)’자를 그려넣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풍자하고, 7시간 녹취록 얘기를 연신 언급하며 윤 당선인 배우자인 김건희씨도 풍자한다. 가리지 않고 ‘모두 까기’를 시전하니 정치색을 떠나 마음 편히 빵빵 터질 수 있다. 19금 수위 완급 조절에 신들린 신동엽과 안영미를 비롯해 김민교, 권혁수, 정이랑, 이수지 등 쟁쟁한 코미디언들이 한껏 웃겨준다. 신혜선, 차인표, 허성태, 박재범 등 게스트도 화려하다. 생각 없이 웃고 싶을 때 이만한 예능쇼가 없다.
◇원 더 우먼
이 드라마의 제목은 우리에게 익숙한 ‘원더 우먼’(wonder woman)이 아니라 ‘원 더 우먼’(one the woman·바로 그녀)이다. 주인공 이하늬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이하늬는 국악 전공으로 서울대를 나왔고, 영어에 능숙하며, 노래도 수준급인 다재다능한 배우로 통한다. 하지만 그녀는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열혈사제’ 등에서 선보인 능청맞은 코믹 연기를 할 때 가장 빛나는 배우다. 이 작품에서도 조폭과 패싸움에서 눈 하나 깜짝 않는 여검사 ‘조연주’와 재벌가에서 구박받는 며느리 ‘강미나’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원우먼쇼’를 선보인다.
이하늬는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며 자신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려는 시어머니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 비틀고는 “뭐야 이 아줌마, 이씨”를 외친다. 재벌가의 버릇 없는 꼬마가 그녀에게 과자를 던지며 장난치자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면서 “너 내가 우스워?”라고 몰아붙인다. 재벌가를 상대로 말발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데다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함으로 재벌가 사람들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이하늬의 능청맞은 연기에 유치한 줄 알면서도 낄낄대며 보게 되는 ‘재벌가 참교육’ 서사극.
◇모럴센스
변태냐, 취향이냐. 이름 비슷한 같은 회사 직원에게 잘못 배달된 택배 박스가 열리면서 남자 주인공의 성적 취향이 들켜버린다. 이때부터 남녀는 이른바 ‘BDSM’, 구속과 훈육, 지배와 굴복, 가학과 피학 등 비정상적 성적 취향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돼 나간다는 이야기. 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모럴센스’다.
지난 2월 개봉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걸그룹 소녀시대 서현이 주연을 맡아 그랬고, 선정적 소재 때문에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아 더 그랬다. 전혀 야하지 않고,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그려낼 뿐이다. 멜로처럼 보이지만 코미디에 가깝다.
남녀는 주변의 시선에 맞서가며 ‘정상’이라는 기준에 대해 고민한다. 누가 정한 것인지, 언제 정해진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정상’. 그걸 한번 깨보려고 노력도 한다. 주제와 소재 자체가 독특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다소 과장돼 있지만 거부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브루클린 나인나인
미국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출연자 앤디 샘버그가 출연하는 ‘병맛 코미디 시트콤’이다. 사건보단 ‘개그’ 욕심 가득한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망나니 형사들이 주인공. 넷플릭스에서 현재 시즌 6까지 감상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웃음이 목적인 시리즈로, 평가 사이트 점수가 매우 높다.
2014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코미디 작품상을 탔고, 앤디 샘버그는 코미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어 줄거리를 쫓으려고 정주행할 필요도 없다. ‘세상 하찮은’ 형사들이 좌충우돌하며 유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그저 마음 편히 감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