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처음 시행된 지난주(8월 31일~9월 6일) 서울 소상공인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 폭락했다. 이는 전주보다 5%포인트 더 떨어진 것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최저치다.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매출도 내리막이었다. 다만 전국 소상공인 매출 감소율은 2주 연속 ‘제자리걸음(작년 대비 -25%)’을 했다.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된 비수도권에서는 매출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서울 빠지고 세종 늘어
9일 본지가 전국 66만 소상공인 사업장의 카드 매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주 수도권의 소비는 바짝 얼어붙었지만 지방은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전국 17개 광역 자치 단체 가운데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6곳의 지난주 소상공인 매출은 전주보다 나빠졌고, 나머지 11곳은 나아졌다.
대표 지역은 공무원이 밀집한 세종시였다. 세종시의 8월 다섯째 주(8월 24일~30일) 매출은 작년보다 20% 줄었는데 지난주에는 하락률이 10% 수준으로 회복됐다. 전국에서 가장 큰 회복세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40)씨는 “세종이 수도권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그런지, 주말에 서울로 나갔던 사람들도 최근엔 세종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비대면 개강' 마포·광진·성동 쇼크
서울시 25구 가운데 지난주 매출 하락 폭이 큰 지역은 대표적인 오피스 지역인 종로구(작년 대비 -52%)와 중구(-46%)였다. SK·롯데·한화 등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지역이다. 재택근무와 실종된 회식 등의 여파로 해석된다.
서울 소상공인 매출 감소율 3~5위 지역인 마포구(-45%), 광진구(-44%), 성동구(-43%)는 대표적인 ‘대학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8월 31일은 대학의 2학기 개강일이었는데 전례 없는 ‘비(非)대면 개강’에 매출이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대표 번화가인 건국대 먹자골목 인근은 ‘개강 열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이 한산했다. 건국대와 마주한 대로변 400여m를 걷는 동안 화장품, 디저트점 등 20여 매장이 ‘임대’ 표지를 붙이거나, 불이 꺼진 채 굳게 잠겨 있었다. 인근 부동산 업소의 김모 대표는 “비대면 개강 때문에 인근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며 “8월에만 원룸 계약 7건이 해지됐다”고 했다.
◇독서실·헬스장 타격, 오토바이 잘 팔려
업종별로 보면, 지난달 영업 중단 조치를 받은 PC방·노래방 등 여가 업종의 지난주 전국 매출은 작년보다 91% 폭락했다. 여기에 2.5단계 발령으로 새롭게 영업이 중단된 헬스장·체육관 등 스포츠 시설(-79%), 독서실·도서관 등 학습 시설(-66%)도 지난주 매출이 급락했다. 5월부터 영업을 못하고 있는 코인노래연습장 협회는 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장마다 평균 1500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지난달부터 영업이 중단된 PC방 협회 관계자들도 이날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반면 오토바이 판매는 배달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주 매출이 작년보다 101% 증가했다. 비대면 운동이 가능한 자전거·실내 사이클 판매도 70% 늘었다. 이 밖에 가구 (29%), 반려동물(13%), 도시락(11%) 판매 업종도 작년보다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