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와 경기 부진으로 취업자 수가 6개월 연속 줄어들며 고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 사업 등으로 60대 이상 취업자를 매달 30만명 이상 늘리고 있지만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떠받치기엔 역부족이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전체 취업자 수는 작년 8월보다 27만4000명 줄어든 2708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부터 6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 중인데, 이는 2009년 1~8월 8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한 이후 11년 만에 최장기간 감소다. 8월 비경제활동 인구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 최대치인 1686만4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매달 고용지표가 사상 최악을 경신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세금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가 취업자 수 감소 폭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8월 연령별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20대(-13만9000명), 30대(-23만명), 40대(-18만2000명), 50대(-7만4000명) 등 다른 연령대에서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줄었지만, 60대 이상 취업자 수만 38만4000명 늘었다. 60대 이상에서만 취업자 수가 느는 현상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공식 실업자는 86만4000명으로 작년 8월(85만8000명)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일을 하지 못한 일시 휴직자가 84만6000명에 달한다. 또 취업 준비자가 82만1000명에 이르고, 취업하고 싶었지만, 노동시장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구직 단념자도 사상 최고치인 68만2000명에 달한다.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일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246만2000명)도 2003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 밖으로 아예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계층도 상당하다.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포인트 상승한 13.3%를 기록했고,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도 3.1%포인트 오른 24.9%를 기록했다. 모두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8월 기준 최고치다.
고용 취약 계층의 ‘코로나 타격’도 여전하다. 8월 상용 근로자는 28만2000명 늘었는데 반해, 고용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 근로자(-31만8000명)와 1개월 미만인 일용 근로자(-7만8000명)는 줄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사정이 나빠지자 직원을 내보내거나 폐업을 한 자영업자가 늘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7만2000명 줄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만6000명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도매 및 소매업(-17만6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16만9000명), 교육서비스업(-8만9000명) 등 대면 서비스업 등에서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경제의 ‘핵심’인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5만명 줄어드는 등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고, 어지간해선 줄지 않는 농림·어업 취업자 수도 길었던 장마의 영향으로 3000명 줄었다.
문제는 8월 고용동향 조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기 전인 8월 9~15일에 이뤄졌기 때문에 8월 후반부에 본격화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재확산에 따른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9월엔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 “다음 달 발표될 9월 고용동향에는 전국적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자영업자, 임시 일용직, 청년층 등의 어려운 고용 여건이 지속하는 가운데 발생한 추가 충격의 여파를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거꾸로 말해 60대가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이라면서 “노인 일자리에 쏟아붓는 예산을 60대 직업 교육으로 돌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게 하고, 청년 취업 지원 등에도 써야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