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가스의 원스톱 커리어센터에 실업 수당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미국 실업률은 급증했다. 4월 실업급여 신청건수가 2월 대비 약 10배 증가할 정도다. 반면 유럽 주요국의 실업률은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정도였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한국은행은 두 나라의 실업 대책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사람 안 자르면 지원” vs 미국 “잘린 사람에게 지원”

한국은행이 13일 낸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국의 실업대책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후 유럽 지역의 대책은 ‘고용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대량해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축 근고를 주로 활용한 것이다. 기업이 근로자를 자르지 않고 단축 근로, 일시 휴직하도록 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이탈리아(45%), 프랑스(33%), 독일(30%)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근로자 20% 이상이 고용유지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에는 올해 3~4월 1067만명이 단축근로를 신청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신청자의 10배 규모다.

반면 미국의 대책은 ‘실업자의 소득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은 높은 노동 유연성 등에 따라 코로나 사태 이후 일시 해고 급증을 막기는 어려우니, 이미 잘린 사람에게 지원을 늘린 것이다. 미국은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기존 26주에서 39주로 늘리고, 7월 말까지 주당 600달러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등 실업급여를 확대했다.

/한국은행

◇유럽 모델은 고용 악화 방지, 미국 모델은 노동시장 효율성에 긍정적

유럽 같은 대응 방식은 노동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평가다. OECD의 실업률 전망에 따르면, 단축근로를 적극 활용한 국가는 올해 실업률이 전년 대비 2~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친다.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는 6%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노동시장 효율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나중에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노동력이 재배치돼야 하는데, 이 같은 작업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모델인 실업급여 강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사후 조치이기 때문에, 대량 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다만 향후 노동시장 효율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별로 없다. 경기가 회복되면 노동시장 내 인력을 최적으로 배치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해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실업대책이 서로 다른 것은 노동시장 여건·관행, 산업구조 등이 상이하기 때문”이라면서 “전통적으로 유럽은 고용 안정성을, 미국은 노동시장 효율성을 우선시하는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관행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