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한국 시각으로는 23일 아침) 열리는 ‘테슬라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테슬라 목표주가가 크게 널뛰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데이가 테슬라가 추구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모빌리티 제국 건설에서 아직 끼워지지 않은 마지막 퍼즐(배터리)을 완성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드는게 아니라, 차에 들어가는 컴퓨터보드, AI칩, 통합제어 OS,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충전인프라, 데이터통신망(스타링크 프로젝트) 등을 이미 내재화했거나 내재화해 가는 중이다.
테슬라는 배터리만 외부에서 조달 받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돌파구가 마련되면 테슬라 제국의 성벽이 훨씬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의 기본모델 원가에서 배터리 비중은 33%인데, 테슬라에 배터리를 좀더 저렴하게 더 대량으로 공급해줄 곳이 모자라다. 올 상반기 테슬라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 정도. 만약 테슬라가 배터리 핵심기술과 양산능력마저 내재화한다면, 테슬라의 점유율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
반면 테슬라 주가는 앞으로 커질 모빌리티서비스 시장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선행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적지 않다.
테슬라에 중립적인 의견을 가진 나카니시 다카키(中西孝樹) 나카니시자동차산업리서치 대표를 인터뷰해 테슬라와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나카니시 대표는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산업 분석가다. 1994년 이래 자동차만 다뤘다. 일본서 권위가 높은 닛케이 베리타스 애널리스트 랭킹의 자동차 부문에서 2003년~2009년 6년 연속 1위였다. 이후 자산운용사로 옮겼다가 메릴린치증권 애널리스트로 복귀한 이듬해인 2013년 다시 1위에 올랐다. 같은 해 나카니시자동차산업리서치를 창업해 현재까지 대표로 있다.
나카니시 대표는 “테슬라에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테슬라가 애플·아마존이 실현한 것과 같은 강력한 확장가능성(scalability)을 담보할 플랫폼 구축에 성공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현재로서는 렉서스 정도의 중견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한 단계일 뿐”이라고 했다. 또 “생산대수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안전·품질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에 대해서도 “아직 시장의 평가 기준조차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완전 자율주행기술을 내놓은 것도 아닌데, 오토파일럿, FSD(Full Self Driving) 같은 용어를 마케팅용으로 쓴다는건 기업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테슬라의 현행 주행보조시스템에 대해선 “테슬라의 자체개발 칩, 뉴럴네트워크 알고리즘 등의 기술이 지난 3년간 어느정도 숙성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이것이 업계를 선도할만큼의 고성능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회사는 대량 생산, 대량 판매, 대량 메인테넌스를 해야 합니다. 한번 팔면 평균 13년간 운행되지요.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가 작년에 37만대, 올해 50만대 정도를 팔고 있는겁니다. 테슬라가 현재 시장에 깔아놓은 차가 이제 100만대 정도이지요? 하지만 세계에는 10억대 이상의 차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기존에 거대한 규모가 존속하고 있다는게 자동차산업의 특성입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테슬라가 자동차산업을 바꿀 능력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테슬라는 새로운 마켓 일부의 리더십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1)전기차의 판매대수 확대와 수익 확대를 양립할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 회사이다.(기존 자동차회사는 내연기관차 수익률이 더 좋기 때문에 전기차를 많이 팔면 팔수록 손해일 가능성이 있다) 2)선진적 기술을 수직 통합 개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3)소프트웨어 성장을 수익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높다는 등의 3가지 면에서 테슬라가 강력한 강점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불과 3년 사이에 고성능 컴퓨터칩과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한걸 보면 대단한 회사인게 맞지만, 이는 엔비디아나 인텔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 “테슬라라면 뭐든 가능하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테슬라의 수직계열화능력에 대해선 “완성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그것이 가능한 메이커라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마존·애플·구글과 같은 플랫폼을 테슬라가 만들었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빌리티서비스 시장이 확대됐을 때 어떤 자동차기업이 생존할 수 있고 어떤 기업이 위험해질 수 있을까?
그는 테슬라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폴크스바겐, 도요타 정도는 문제 없이 생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르노닛산, 혼다, 포드, 현대차 등 자동차시장에서 규모나 기술력 면에서 중간급에 해당되는 자동차회사들이 위험하다”고 말했다. 나카니시 대표는 “특히 현대차의 경우 르노닛산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기술력으로 업계를 선도한다기보다는 가격 대비 가치를 더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춰 볼륨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여 왔는데, 최대 800만대까지 갔던 연간 자동차판매가 조금씩 떨어지면서 한국 내수시장을 제외하면 수익성이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한계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산업이 규모의 싸움에서 기술력의 싸움으로 더 많이 바뀔텐데, 전기차·자율주행 등에 대해 더 많은 기술력 축적이 안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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