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개인 유사법인(개인 회사처럼 운영되는 소기업)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시장 부작용을 피하려면 시행령에서 과세 기준과 제외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 의뢰로 작성한 ‘유보소득세 영향 관련 조사’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도입되는 유보소득세가 무분별하게 도입될 경우 기업 의지 약화 등 시장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정부 “회사 유보자금에 세금”...중소기업 “유보금은 생존 위한 비상금”

앞서 정부는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최대 주주 및 가족과 같은 특수관계자가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법인(개인 유사법인)이 일정 기준보다 많은 ‘초과 유보소득’을 갖고 있을 경우 이를 배당한 것으로 보고 주주로부터 미리 세금을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초과 유보소득 과세 방침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대다수 선량한 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니 문제 기업만 사후 규제하도록 개선해달라”는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는 등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반발이 잇따라 나왔다.

정부는 내년부터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는 시행령을 통해 과세 기준과 제외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배당보다 생존을 위한 ‘비상금’ 마련에 고심 중인 중소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은 ‘날벼락’이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버티는 것도 유보금 덕분”이라며 “이를 남기지 말고 써버리라는 건 기업한테 안전장치를 떼버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기업 투자 의지 약화할 가능성 높아

보고서는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제도는 미국(유보이익세제도), 일본(동족회사에 대한 유보금과세제도), 대만(미분배이익에 대한 과세제도) 등 소수 국가에만 존재하며, 다른 나라의 ‘적정보유초과소득세’는 모든 유보금액이 아니라 비사업 성격의 자산소득에만 적용된다”며 “정부가 규정하는 초과 소득에 대한 미배당분을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절세를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한 개인 유사법인뿐 아니라 순수하게 영업 활동을 하는 대표 지분 중심의 중소기업들에도 예외 사항 없이 적용된다면 후속 사업 투자를 하려는 기업 의지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인 비상장 중견·중소기업에 무분별하게 제도가 도입돼 기업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도입 대상과 적용 범위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현재 마련된 정부안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이를 시행할 경우 유사법인에서 지분 줄이기, 비용처리 늘리기 등을 통해 유보소득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며 “향후 제정될 시행령을 통해 과세 기준과 제외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