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 기업 절반 이상의 올해 상반기 영업 실적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국제 신평사의 평가 대상 기업은 해외 자금을 조달하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대기업이다.
무디스는 우리나라 비금융기업 26곳의 상반기 영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인 15곳이 신용도에 부정적인 결과물을 내놨다고 23일 밝혔다. 5곳은 신용도에 긍정적, 6곳은 중립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무디스는 “글로벌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비금융기업의 신용도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유·화학·철강·자동차산업 등 경기 민감형 산업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무디스는 “이들 산업은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데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등 외부 충격에 가장 취약하다”고 했다. 반면 통신업 등은 코로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곳으로 꼽혔다.
향후 경제 회복은 코로나 전파를 얼마나 잘 억제하는지에 달려있는데, 현재로서는 낙관하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무디스는 “한국은 코로나를 관리하는 데 상대적으로 성공적이었다”면서도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한 건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지속적으로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신용등급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현재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우리나라의 민간·비금융 기업은 모두 22곳이다. 무디스는 13곳에 ‘부정적’, 9곳에 ‘안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긍정적’ 전망이 붙은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향후 2년내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무디스는 이미 올해 상반기에 10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거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이마트 등이다. 같은 기간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된 곳은 단 1개 기업(매그나칩반도체)에 그쳤다. 그마저도 “대규모 자각 매각 때문”이라고 무디스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