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의 총격으로 사살된 사건과 관련해 연일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문성혁 해수부 장관의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숨진 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30일 본지 통화에서 “해수부 장관이나 간부들이 유가족들에게 위로 전화 한 번 한 적이 없다”며 “지난 26일 뒤늦게 서해어업관리단 직원을 통해 위로 편지 한 장 보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 28일 장관이 목포의 서해어업관리단을 방문한다고 해서 관리단에 장관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아무 답이 없었다”며 “세상에 직원 유가족을 피하는 장관이 어디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청와대, 국방부, 해경 등이 나서서 동생을 월북자로 만들고 있다”며 “해수부 장관도 월북자의 유가족을 만나기 껄끄러운 것”이라고 했다.
문 장관은 29일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픈 상황이기에 실종 직원의 유류품 하나라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유가족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챙기며 슬픔을 보듬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는데 온도차가 큰 셈이다.
“장관이 뒷북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해수부의 한 관계자는 “자기 직원이 근무 중 총살을 당했는데도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사건을 확인하고 유가족들을 챙기지 않는 것 같다”며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실종이 확인된 직후 적극적으로 해역을 수색했으면 목숨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방부 뿐만 아니라 해수부도 책임이 크다”고 했다. 그는 “목포 서해어업관리단에 수색을 맡겨 둘게 아니라 장관이 직접 진두지휘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 당시 해수부 장관의 행보와 너무 대비된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주영 장관은 사고가 터진 날 진도 팽목항을 찾았고 3개월간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위로했다. 실종자 가족들과 하도 자주 울어 ‘울보 장관’이란 별명도 붙었다.
반면에 문 장관은 실종이 확인된지 일주일이 돼서야 목포 서해어업관리단을 찾아 공식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군과 해경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수부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문 장관이) 부인에게는 29일 전화를 해 이런 입장을 설명하고 위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