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7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과도한 국가부채가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신용등급이 유지된 것에만 초점을 맞춰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대외신인도가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7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A-’,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AA-는 AAA, AA+, AA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우리나라는 2012년 이후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벨기에, 홍콩, 대만, 카타르가 AA- 등급이다.
피치는 "한국이 지금까지 건전 재정을 유지한 덕에 단기적으로는 확장적 재정을 운용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피치는 이어 “고령화로 지출 압력이 높은 가운데 높은 국가부채 수준은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정부 지출의 생산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피치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올라가면 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피치가 신용등급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만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9개월 동안 총 107국이 국가신용등급 자체가 떨어지거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사례가 있었다”며 "피치가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한국이 국가신용등급을 그대로 지킨 것은 평가할 만한 성과”라고 했다.
이 수석은 경제성장률과 관련해서도 “올해 성장률은 물론, 올해와 내년을 합산한 성장률을 계산해도 한국(2.1%)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한국을 재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역대급 대응”이라고도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올해 당장 강등될 것으로 전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이대로 돈을 쓰면 머지않아 신용등급 강등을 피할 수 없다고 걱정하는 건데, 이런 경고는 못 들은 체하고 자화자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