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세청이 충분한 법적 근거 없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기타소득세 803억원을 부과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국세청은 외국인의 가상자산 거래차익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를 한 것인데, 기재부는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소득세법상 ‘소득’이 아니라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이어갔다”고 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빗썸 회원 중 외국인이 취득한 가상자산 거래 차익이 기타소득에 해당하는데 원천징수의무자인 빗썸이 이를 징수하지 않았다며 원화출금액에 대해 803억원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작년 연말 국회 기재위 차원의 질의에 “개인의 가상통화 거래 이익은 현행 소득세법상 열거된 소득이 아니므로 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해 국세청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기재부는 “현행법상 개인(거주자, 비거주자)의 가상자산 거래소득은 소득세법상 과세대상 소득으로 열거되지 않아 비과세”라면서, 21년 10월1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세법을 다루는 기재부와 징세 기관인 국세청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박형수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2018년 1월부터 작년 12월 사이 기재부에 네 차례나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질의했으나, 기재부는 단 한 차례도 국세청에 회신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령인 ‘기재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기재부는 국세 법령해석에 관한 총괄부처로서 국세청의 법령해석 질의에 대해 답변해주어야 할 의무 및 권한을 갖고 있다.
박 의원은 “확인해본 결과 기재부는 질의에 회신하는 대신 ‘답변이 곤란하니 질의를 철회해달라’고 국세청에 요청하기까지 했다”며 “기재부는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질의에 대한 회신을 피했고, 국세청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이 없었음에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한 과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두 기관이 공동으로 법적 근거 없는 위법한 과세행정을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빗썸이 조세심판을 청구했는데, 국세청이 패소하게 되면 국민 혈세로 환급가산금만 70억원을 물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