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코나 전기차 화재에 따른 책임 공방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현대차는 화재 원인을 LG화학의 배터리 결함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LG화학이 정면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와 LG화학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입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전기차를 본격 보급할 예정이고, LG화학은 이미 테슬라·GM 등 글로벌 주요업체에 배터리를 공급 중인데다 향후에도 배터리 선도기업 위치를 다질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면 리콜이 실시된 마당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죠. 그러나 현대차나 LG화학 모두 자신이 책임을 전면 인정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코나 전기차 화재의 책임 공방은 국내 전기차와 차량 배터리 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기존 국내 자동차산업의 최종 제조사와 부품사 간 공방과는 꽤 다른 성격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중요한 포인트 5가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정리에 앞서 이번 사태를 요약해보겠습니다. 코나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에서 만든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죠. 그런데 2018년 5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13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대차가 지난 8일 국내에서 2만5564대를 리콜한 겁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해외에서 팔린 5만1000대도 똑같이 리콜할 예정입니다. 코나 전기차는 특히 유럽·북미에서 없어서 못팔만큼 인기가 좋았지요. 전체 물량의 70%가 해외에서 팔렸습니다. 코나 전기차는 최근까지 13만대 정도가 팔렸는데요. 전체 판매량의 60%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배터리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결함조사 과정에서 검토한 다양한 원인 중에서 유력하게 추정한 화재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제조공정상의 품질 불량으로 배터리 내 양·음극이 섞이는 것을 막아주는 분리막이 손상돼 합선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도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술상 제작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사과했지요. 국토부의 배터리셀 결함 지목, 현대차 관계자의 책임 인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터리셀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쳐지게 됐습니다.

그러자 LG화학은 즉각 반박 성명을 냈지요.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LG화학이 재연실험까지 언급하며 반박한 것은, 배터리셀 결함으로 몰고가는 것에 대해 거의 온몸으로 저항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국토부 발표는 전기차 화재처럼 원인규명이 매우 어려운 건에 대한 발표 치고는 너무 빠르고 단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제조공정상의 결함, 분리막 결함이라고 지칭한 것은 파장이 너무나 큽니다. 해당 업체의 기술력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의 강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배터리셀 결함으로 단정할 경우 배터리셀을 납품한 LG화학이 책임을 모두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지요.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배터리셀이 전부가 아닙니다. 배터리의 가장 기본단위에 해당하는 셀은 LG화학이 납품하지만, 셀을 배터리팩 형태로 재가공하는 것은 LG화학·현대모비스 합작사인 HL그린파워에서 담당합니다. 또 배터리는 제품 자체 뿐 아니라 배터리를 어떻게 제어·관리하느냐에 따라 성능·품질에 큰 차이를 낼 수 있는데요.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은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케피코에서 만듭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가 이 부품들을 전부 모아 배터리 모듈로 만든 뒤 현대차에 최종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그럼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번 공방이 시사하는 중요한 포인트 5가지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1.높은 배터리 효율의 비밀

코나 전기차 화재의 원인에 대해선 앞으로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다만 이번 사건 역시, 많은 중요한 리콜이 그렇듯이, 한정된 자원을 갖고 성능을 극대화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코나 전기차는 전세계 주요 전기차 중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주행가능한 거리가 테슬라 차량 다음으로 높습니다. 전기차만 만들고 오랫동안 배터리 노하우를 축적한 테슬라를 빼면, 전세계 모든 주요업체가 만든 전기차 가운데 배터리 효율이 가장 높은 셈입니다.

저는 이게 의아했습니다. 코나 전기차는 테슬라와 달리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차도 아니지요. 기존의 내연기관용으로 만든 소형 SUV 코나를 전기차로 개조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한 경우 전기차 전용플랫폼으로 만든 전기차보다 배터리 효율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코나 전기차는 같은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가는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용량, 같은 차량 무게 등의 조건으로 비교했을 때 더 멀리 갑니다. 같은 LG화학 배터리를 썼고, GM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했는데도 코나 전기차보다 쉐보레 볼트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여기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을 찾긴 어렵지만, 11일 전자신문 보도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신문은 “코나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 마진이 다른 경쟁차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썼습니다.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 주행가능한 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안전 마진의 폭을 극도로 줄였다는 얘기입니다. 안전 마진이란 배터리의 안정적인 충·방전 성능을 유지하고, 배터리에 너무 큰 부담을 줘 성능이 저하되거나 결함·화재 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구간을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일종의 ‘버퍼’에 해당합니다. 안전 마진을 많이 둘수록 배터리의 안전성이 높아지지만 주행가능 거리는 줄어드는 식이지요.

전자신문 보도가 정말 정확한지를 포함해 이것이 코나 전기차 화재의 원인일 가능성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만, 만약 이게 일부 사실이라면 말입니다. 제가 왜 코나 전기차가 배터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차도 아닌데, 세계적인 전기차 가운데 배터리 효율이 유독 높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일지 모릅니다.

◇2.신기술일수록 제조·부품사 간 책임 분쟁 더 심해진다

자동차에서 리콜이나 결함 발생은 늘상 일어나지요. 그런데 보통 기계부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인이 규명되고 책임소재가 분명히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시장에서 오래 사용돼 검증된 기술이 아닌 경우, 즉 신기술인 경우 개발의 위험 부담을 누가 질지에 대해 문제가 매우 커집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배터리 제조사가 아무래도 관련 기술을 가장 잘 알고 있긴 하지만, 배터리 제조사도 늘 새롭게 도전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자동차 제조사는 더 하지요. 경쟁사보다 더 좋은 성능의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에 더 많은 요구를 하고, 또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면서 효율과 안전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더 빨리 내놓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어느 부분에선가 철저한 검증작업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지요. 특히 이런 부분은 앞으로 자동차회사와 부품사 간에 계속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바뀌게 되면서 자동차 회사가 스스로 검증하거나, 혹은 공인기관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율 주행, 커넥티드카, 전기차(배터리·제어) 등의 신기술이 계속 생겨나면서, 자동차 회사와 부품·개발사 관계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지요. 이렇게 될 경우 결함 사고 발생 시 업체 간의 책임 공방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대차나 LG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인데다 오너 경영 중심의 기업이지요. 이럴 경우 경영자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이서 어떤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나 달성 시점을 어떻게든 맞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안된다, 더 시간이 필요하다, 검증작업이 더 필요하다’는 식의 말은 하기 어렵지요. 이게 심각해질 경우 앞으로도 신기술 분야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위험은 계속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3. 2001년 포드·파이어스톤 타이어 결함 사태의 교훈

코나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공방은 2001년 포드의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른 부분이 아니라 ‘관계’에 관한 것 때문입니다. 당시 포드의 인기 차종이었던 익스플로러 등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가 파열되는 사고가 빈발하면서, 포드가 대량 리콜을 하고 치명적 이미지 손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는데요.

그 전까지 미국의 대표 타이어업체였던 파이어스톤과 포드는 더할 나위 없이 돈독한 관계였지요. 파이어스톤 창업자 하비 파이어스톤은 포드에 최초로 타이어를 공급한 인물 중 하나였고 헨리 포드의 절친 중 한 명이거든요. 리콜 당시 포드 회장이었던 빌 포드의 어머니 마사가 파이어스톤 가문 출신이었을만큼 가족 간 유대도 돈독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포드 측에서 리콜 원인을 파이어스톤의 제조결함으로 몰아붙이면서 파이어스톤이 맹반발했고, 결국 포드와 파이어스톤 간의 관계과 끊어지고 최악의 책임 공방으로 가게 됩니다.

2017년까지 전세계 자동차회사에 1억대 리콜을 가져온 다카타 에어백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다카타는 혼다자동차의 권유로 1980년대로는 신기술이었던 에어백 사업에 뛰어들었지요. 혼다와 돈독한 협력관계를 통해 신기술 개발에 앞장 섰고, 그 결과물을 혼다 차량을 비롯해 여러 회사에 보급하며 사세를 키웠습니다.

그러나 에어백 이상폭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돌변하게 됩니다. 혼다는 다카타에 책임을 지우려 했고, 다카타는 결국 혼다가 최종제품에 대한 승인을 내줘 차량에 장착한 것이기 때문에 기술검증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혼다에 있다는 쪽으로 주장이 엇갈리면서 최악으로 치닫게 되지요.

즉 포드·파이어스톤이나 혼다·다카타의 책임 공방은 ‘자동차 회사와 부품업체의 협력 관계가 아무리 끈끈하더라도 신기술 개발이 잘못되면 언제든지 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4.국내 모기업·협력업체 관계의 전환점 되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코나 전기차 화재에 대한 책임 공방이 자동차 업계에서 완성차회사와 부품사 간의 오랜 갑을 관계에 변화를 예고하는 첫번째 사건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기존 내연기관차에서는 현대차가 갑이었지만, 전기차에서 누가 진짜 갑이 될 것이냐의 얘기입니다.

이 사건은 2015년 한국타이어가 당시 제네시스에 공급했던 타이어의 품질 논란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신형 제네시스에 장착된 한국타이어의 고무가 뜯겨나가는 등의 결함이 발생하면서 현대차가 해당 한국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을 리콜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당시에도 현대차와 한국타이어 사이에 비슷한 공방이 있었습니다.

당시 현대차는 한국타이어의 품질문제로 몰아가려 했지만 한국타이어 개발진은 이에 맹반발했었지요. 해당 타이어가 제네시스에만 장착된게 아니라 다른 많은 차량에 장착되는 제품인데, 같은 결함이 발생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결국에는 현대차에 납품을 해야 하는 을의 처지인 한국타이어가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로 일단락되었는데요. 그러나 이후 한국타이어가 현대차 납품목록에서 빠지는 등 현대차에서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손보기’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떻게 될까요? LG화학은 한국타이어와 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LG화학은 GM의 매우 중요한 주력 파트너이고, 테슬라의 물량 확대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배터리는 전기차 대당 원가의 30~40%에 이를만큼의 핵심 부품입니다. 배터리 자체가 전기차나 다름없을만큼의 중요도를 차지합니다. 게다가 LG그룹은 배터리 뿐이 아니라 전기차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을 세트로 납품할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GM의 경우 LG를 단순한 협력사가 아니라 GM의 전기차 전략과 함께 가는 동반자 수준으로 보고 있지요.

즉 현대차에만 의존해야 하는 부품업체라면, 원인규명 작업에서 현대차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 있겠지만, LG화학은 해외에 중요한 파트너가 많습니다. 만약 배터리셀 결함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현대차와의 관계가 일부 좋아질지는 모르지만, GM이나 테슬라 등 해외 파트너사에 품질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지요.

LG화학은 자동차배터리 분야의 세계 강자입니다. 현대차로서도 배터리 기술력 확보가 한시라도 급한 상황인데요. 세계적 배터리 강자를 적으로 돌린다면 현대차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현대차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삼성SDI와의 협력을 아직도 껄끄럽게 생각합니다. 삼성이 자동차 분야에 더 치고 들어오지 않을까 두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SK이노베이션과의 협력을 늘려가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국내 배터리업체를 한곳 위주로 쓰는 것은 현대차에도 부담이 될겁니다.

◇5.웃고 있는 CATL, 파나소닉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한국의 LG화학,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이 3파전을 벌이고 있지요.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올해 1~8월 누적 점유율은 LG화학이 24.6%로 1위입니다. 삼성SDI(6.3%·4위), SK이노베이션 (4.2%·6위)도 상위권에 있습니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3사의 점유율은 총 35.1%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8월만 따지면, CATL이 월간 점유율 1위로 6개월 만에 다시 LG화학을 역전하는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특히 CATL은 중국 시장 위주의 공급이 많은데요. 최근 중국 전기차 화재가 빈발하면서, 상대적으로 LG화학 등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중에 코나 전기차 리콜은 중국 업체들이 한국 배터리와 전기차를 공격할 좋은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파나소닉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적 신뢰도 등을 무기로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어필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코나 전기차 화재에 대한 현대차와 LG화학의 책임공방이 길어지고 서로를 힐난하는 수순으로 간다면, 결국 국내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만 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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